도조(도자조각) 

천종업

최초의 도자는 점토로 빚어 만든 토기로써 시유를 하지 않았으며 제기나 부장품으로도 쓰였지만 주로 일상생활의 용기로써 사용되었다. 또한 구석기시대부터 만들어진 토우는 그 당시 험난한 자연환경을 극복하고 살아가기 위한 정신적 위안과 영적인 힘을 얻기 위하여 우상이나 신상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물론 이 우상이 토기와 같이 일상용구로 사용된 것은 아니지만 생명의 수호나 풍요를 비는 그들의 생활과 항상 긴밀하게 결부되어 현실의 목적을 달성해 줄 수 있는 용도가 있는 것으로 토기와 같이 실용성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선사시대의 주술적인 세계관의 붕괴와 동시에 우상이 갖고 있던 효용가치가 퇴색하여 감에 따라 점차 시각적, 조형적인 조각으로 발전하게 되고 토기는 다채로운 유약을 입혀 도자기로 발전하여 더욱 실용적인 생활용기로 활용되기 시작하였다. 흙과 불을 필요불가결한 조건으로 하는 도자기에 비하여 흙을 소재로 하였던 토우가 조각으로 발전하면서 흙은 부차적인 소재가 되고 마는데 그 이유는 조각에서는 테라코타가 있으며 과거 서구의 조각이 인간을 표현대상으로 하였는데 가소성ㅇ 있는 흙으로 성형한 뒤에 브론즈로 주조하는 경우에 있어서 그 당시 소재로서는 가장 알맞았던 것이다. 그러나 현대조각에서 소재와 표현대상이 다양해짐에 따라 돌, 나무, 금속, 석고, 시멘트, 플라스틱, 유리, 철을 비롯하여 기계부속품, 일용품, 폐품, 물이나 공기, 빛까지 동원하여 표현하고 있는데 이것은 작품에 있어서 무엇을 택하느냐가 문제이며, 물질은 소재라기 보다는 작품의 질 자체에 불과하고, 작품은 특정의 물질로 제작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현대조각이 여러 가지 물질을 소재로 사용하기에 이른 것은 미술에 대한 것(Object)의 발견이라는 전반적인 경향의 하나로 조각 뿐만아니라 회화나 공예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물감의 물질성을 극도로 강조한 잭슨 플록과 데 쿠우닝의 액션 페인팅이나 미니멀 아티스트로 불렸던 60 년대 전반의 일군의 작가들은 극히 간결한 포름의 작품을 구성하여 어떠한 사물에도 관계할 수 없는 물질자체의 숙연한 현실을 표현한다. 이러한 추세에서 도자기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도자기를 생활용기로 기능적 실용적이라고 한 것은 조각이나 회화의 순수미술에 대비하여 말한 것으로 시각적 감각적 요인이 완전히 결여된 것이 아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 볼 수 잇는 이상 시각이나 촉각에 호소하는 감각적 대상물이라는 것은 확실한 것이다. 즉, 포름, 색체, 마티엘 등의 넓은 의미에서 조형적요소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발이나 호 또는 다와은 실제로 사용하지 않아도 눈으로 보고 즐길 수 있는 조형품으로서의기능을 다할 수 잇는 것이다.

도자기가 조각화되어 가는 현상도 미술 전반의 흐름에 동참하여 실용성이나 기능성의 상실이라기 보다는 도자기 예술(도예: Ceramics)이 현대미술의 맥락속에서 또는 국제적인 예술동향에서 [Object]에의 주목이라는 새로운 현상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어느면에서 발이나 호 같은 기물이 어덯게 사용되는냐 하는 것보다는 흙이라는 물질의 활용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입체조형으로 볼 수 있으며 현대미술 전체와의 관계를 생각하고 기존의 용기라는 좁은 영역내부의 문제(공예, 미, 용도)에 국한시키기기 보다는 순수한 오브제로서의 일면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같이 일상용기라고 하여도 그들이 갖는 오브제로서의 순수한 면에 크게 비중을 두어 주목하게 되는 것이 현대의 작품들이다. 실용적인 도자기의 형태를 무시하고 형, 색, 마티엘이라는 조형만을 추구하는 도조(Ceramic Sculpture)는 현대미술의 입장에서, 전통공예의 뿌리박힌 기존의 고정관념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출발인 동시에 귀착인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 도조를 흘과 불의 근원에서 포착할 것인가? 조각적인 포름을 택할 것이가? 아니면 회화적인 장식이나 팝아트식으로 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