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문화재 보존실태와 명품들 

이명철

북한에도 우리 민족의 수많은 문화재가 보존되고 있다. 그러나, 문화재는 개인소유가 제도적으로 허용되지 않아 대부분 국가의 소유이다. 따라서, 북한에서 문화재를 보존하는 대표적인 곳은 당연히 미술관이나 박물관, 사찰, 학습당, 연구소 등일 수밖에 없다.(하지만, 중국에서는 일부 고위층이 개인적으로 문화재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간혹 있으므로, 북한의 일부 고위층도 문화재를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북한에서 동산문화재가 보존되는 대표적인 곳은 평양의 조선미술관과 조선중앙력사박물관, 개성의 고려박물관, 묘향산의 보현사 등이며, 인민대학습당, 평성의 사회과학원에는 다수의 전적이 소장되고 있다. 실제로 평양의 조선미술관 등지를 둘러본 외국의 미술사가들에 의하면 "전혀 예상치 않았던 국보 보물급의 문화재가 수두룩하여 남북은 서로 반쪽의 미술사를 연구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었다."고 한다.

1945년 12월에 개관한 조선 중앙력사박물관은 모란봉에 있다고 1977년에 현재의 김일성 광장 북쪽켠 건물로 옮겨 왔다. 연건평이 1만 4백 29평방미터인 조선중앙력사박물관은 우리 민족의 투쟁 역사, 창조의 역사를 아는데 도움이 되는 역사유물과 보조자료가 전시되고 있다.

60~40만년 전의 검은모루유적(평양시 상원동)을 비롯한 구석기시대부터 신석기, 청동기, 고조선, 고구려, 백제, 신라, 발해, 고려, 조선시대 등에 이르기까지의 시기로 구분하여 자료를 19개의 방에 진열하고 있으며, 약 10만여점의 유물이 소장, 전시되고 있다.

조선 중앙력사박물관은 각 도에 있는 집방력사박물관을 학술적으로 지도하는 위치에 있으며, 북한을 대표하여 외국의 중요역사박물관들과도 교류하고 있다. 한편, 조선미술박물관은 평양시 김일성광장의 남족에 조선 중앙력사박물관과 마주보고 있는데, 1954년 9월에 개관했다.

조선미술박물관은 천수백년동안 우리 선조들이 창조한 4세기이전의 고구려 고분벽화로부터 시작하여 고려불화와 조선시대의 안견, 이암, 신사임당, 이증, 이징, 김명국, 김식, 정선, 심사정, 김두량, 최북, 김응환, 변상벽, 이인문, 김홍도, 신윤복, 장승업, 조석진 등의 작품들, 그리고 남한의 대표적인 현대화가 김기창과 장우성 등의 작품들도 각각 수점씩 전시(1991년부터)되고 있으며, 이외에도 현대의 조선화와 유화, 출판화, 조각, 공예, 수예, 산업 미술 등 여러 종류의 미술작품들(약 800여점)을 30여 진열실에 전시하고 있다.

이들 작품은 옛 미술작품들과 현대 미술작품들로 구분,진열되어 있다. 조선미술박물관은 이외에도 [국가미술전람회]와 [소품전람회] [외국미술전람회]등을 개최하여 현대미술활동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북한에는 "우리식 사회주의"라는 주체사상이 있다.

그 주체사상이 사회주의 사상의 테두리 내에서 형성, 발전되어 내려 오면서 민족의 자존과 자주성을 한껏 부풀려 놓았으므로 북한에서 유적,유물의 보존 노력은 일단 사상적이리 만치 엄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문화재 보존노력은 휴전직후부터 시작되었다.

휴전 직후 북한은 전쟁으로 페허가 된 평양의 일부 유적과 묘향산의 보현사 등을 복원하였고, 수많은 고구려 유적지를 조사,발굴하여 장족의 고대사 연구 발전을 이룩하였는데, 발굴한 수십 기에 달하는 고구려 고분벽화의 효과적인 보존을 위하여 1980년대 중반부터인가 이를 폐쇄하였으며, 그 벽화의 실물을 보기 위해서는 최고 통치권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또한 1989년, 평양의 조선 불교도 연맹 중앙위원회에서 발행한 <북한의 불교사찰>에 수록된 묘향산 보현사의 사진에서 우리는 전쟁중에 파괴된 보현사의 복구된 모습과 다행히도 파괴를 모면한 [13층 팔각석탑], [다라니석탑]등의 보물급 문화재들이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본의 총련은 북한에는 출토문화재가 비교적 풍부하나 전래문화재가 희소하다는 점을 보충하기 위하여 지난 십수년간 약 4백억원(60억엔)어치의 문화재를 사들여 조선미술박물관과 조선 중앙력사박물관 등에 기증하였는데, 그들이 기증한 문화재들 가운데는 서울이나 일본에 전재되었던 우리들 눈에 익은 명품들도 적지 않다.

현재 정확한 품목과 숫자는 알 수 없으나, 북한에서도 남한의 경우처럼 국보, 보물, 사적, 천연기념물 등의 문화재가 지정되어 있으며, 향후 점차로 지정의 폭을 확대해 나갈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편, 조선 미술박물관(관장,김상철)을 최근에 관람한 일본의 한 대학교수는 "박물관에 전시한 상당수의 전시물들은 실물이 아니라 실물과 똑같이 제작한 모조품"이며, "원본은 지하창고에 안전하게 보관되고 있다"고 박물관의 어느 학예관으로부터 들었다고 술회한 바 있다. 이는 박물관의 전시시설이 미흡하여 취해진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도 남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문화재의 해외반출이 원칙적으로는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때로는 국가의 외화획득정책에 의하여 북한에 전존되는 외국의 고미술품(특히 중국이나 일본)들을 해외로 반출한다.

이러한 틈에 비교적 연대가 낮고 가치가 떨어지는 우리의 고미술품들도 일정한 심의를 거쳐 문화재급이 아닌경우 상당수 해외로 반출되는데, 북한에서 문화재급 고미술품의 합법적 해외반출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북한에서의 미술품 해외반출의 통제는 그들이 아끼는 인민 예술가들과 공훈 예술가들의 대표작품에도 적용된다고 한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북한의 문화재 보호노력과 보존실태는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 이상으로 양호하다고 추정된다. 따라서, 북한의 박물관 등지를 둘러본 어느 미술사가가 지적한 "전혀 예상치 않았던 국보 보물급의 문화재가 수두룩하여 남북은 서로 반쪽의 미술사를 연구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하루라도 먼저 민족문화재 통일도록이 나왔으면 싶다.

이를 해외동포의 한사람으로서 양쪽의 당국에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