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하는 자료는 지난 99년 일본의 도쿄와 쿄토에서 열렸던 도조적 양식의 전시회에 관한 것입니다. 현재 일본에서 행해지고 있는 다양한 양상들 가운데서 차세대 작가로 지목되고 있는 이들의 작품이니 만큼 참고가 되리라 믿습니다.
또한 아래의 글은 이 전시회에 대한 미술평론가이며 가나자와 공예미술대학학장인 이누이
요시아키의 글입니다. 현대도예 즉 도조를 해석하는 방법론의 하나로 생각되며 이누이 요시
아키가 오래전부터 주창해왔던 현대도예의 분류에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는 듯 합니다.
흙의 모르폴로지(Morphology)
이누이 요시아키(乾 由明)
모르폴로지라는 말은 여러 학문의 분야에서 다양한 의미로 쓰이고 있다. 예를 들어 생물
학에서는 형태론, 지리학에서는 지형론, 언어학에서는 어형론 등으로 일컬어 진다.
그러나 이것은 「形」을 의미하는 그리이스어 모르프(morphe)에서 유래하는 것으로서 원
래는 「形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즉, 형태학으로 번역할 수 있다.
따라서 여기에서 「흙의 形態學」이라는 것은 「흙의 형태에서 무엇이 가능한가?」 라는
사실을 도예에 있어서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확인한다. 흙의 形은 자연의 다양한 현상이나
경관에 있어서 더욱 더 복잡하고 신비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인간이 만든 즉 도예에 있
어서는 결과적으로 풍요롭고 아름다운 표현을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모르폴로지의 어
원 모르프에서 파생된 모르포(morpho)라는 단어는 그리이스 신화의 여신 아프로디테(비너
스)의 비유로서 아름다운 형을 의미한다. 이와같이 생각하면 흙의 모르폴로지는 흙에 의해
어떤 아름다움이 가능한가를 탐구하는 시도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물론 흙 그 자체에는 일정한 모양이 없으나 흙에는 가소성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분
이 있다면 어떤 형태도 자유로이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한 줌의 흙도 그 성분이나 조성은 다양하며 도예의 제작에서는 성형한 작품을 불에 굽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 도예의 形은 자유로이 제작되는 것이 아니고 성형에는 많은 제약과
조건이 있다. 조각가 堀內正和는 흙에 의한 조형적 작품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관찰했으나
흙으로 만들어진 형은 기본적으로는 판상으로 하여 두드려 만든 면적인 구성이 있고 또는
물레를 돌려 만든 속이 빈 곡면체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물론 두드려 만든 형태와 물레로
만든 형태에도 잡다한 형태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예의 역사 특히 기
물의 역사에 의하면 일부의 예외를 별도로 하면 작품의 형태는 그렇게 다양하지도 복잡하지
도 않으며 몇가지의 기본적 타입의 형태로 환원된다. 사실 영국의 도예가 피터 레인(Peter
Lane)은 세계 각지에서 만들어진 여러 가지 항아리나 발의 형태를 조사 연구하였으나 일견
다양하게 보이는 형태에서도 소수의 기본적인 포름으로 환원된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
그러나 일본의 도예를 형태적인 면에서 볼 때 단순한 기본적 타입으로 환원되지 않는 소
수의 예는 조몬토기이다. 일본에 있어서(세계 도예 전체에 있어서도 )조몬토기를 능가할 만
한 강렬한 힘을 가진 형태의 도자기는 결코 만들어진 적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두가지
의미로서 놀랄만하다.
하나는 조몬토기와 같은 특이한 형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하는 불가사의이다. 근년 고
고학 뿐만이 아닌 많은 분야에서의 조사와 발굴에 의해 조몬시대에 의한 연구가 이루어졌고
최근 아오모리현(靑森縣) 가니다마치(蟹田町)의 오오다이야마모토(大平山元)Ⅰ유적에서 발견
된 토기파편은 16,500년 전의 것으로 판명되었다. 종래의 조몬토기의 역사보다 4,500년 정도
거슬러 올라가는 놀랄만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몬토기의 복잡하고 괴이
한 장식의 형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곳에 실용성 이
외의 어떤 주술적, 정신적 요인이 반영되었는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짐작할 수 있다.
또 한가지 놀랄만한 사실은 조몬이후의 도자기가 다채로운 유약의 발명이나 다양한 채식수
법 등 현저한 기술의 발전이 있었으나 형태적 면에서는 그것에 비해 거의 큰 변화가 없었다
는 사실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구체적인 분석이 필요하나 조몬 이후의 일본의 도자
기가 스에키(須惠器)등 극히 일부의 것을 제외하고 거의가 실용적인 기물이었다는 것이 크
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같은 관점에서 보면 도예가 실용성을 넘어 조형적인 경향을 강하게 보이는 현대에서
형태는 다양한 변화를 보이기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 있다. 이와같은 상황을 밟아보면 형태
에 초점을 맞추는 이 전시회 「도예의 현재- 흙의 형태학」에 있어서 조몬의 활력과 풍요
로움을 회복하고 그것을 능가하는 충격적인 작업이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