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추린 근현대도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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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도예사 개관

1.전통의 단절(1883~1910)

1883년 관요가 폐지됨으로써 조선시대 고급백자의 주류는 일시에 사라지고 지방가마에서 생산되는 저급백자만이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였다. 관요의 폐지와 함께 조선백자의 전통이 쇠퇴한 원인으로는 첫째, 양난 이후 팽배해진 배청사상(俳淸思想)으로 인해 기술 수입의 통 로가 막힘으로써 낙후한 기술로 전통의 답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 둘째, 관요에서의 모든 기술과 원료, 수요층을 독점해옴으로 인해 기술의 보편화와 지방민요의 자율적인 발전기회 를 주지 못한 점을 들 수 있다. 셋째, 유교적인 검소, 검약사상으로 질적 향상이나 새로운 조형의 창조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넷째, 17세기말부터 무역상을 통해 유입된 중국자기와 일본자기 등으로 수요성향이 외국산 수입자기로 바뀌면서 국내산 백자의 수요는 더욱 줄어 들었고 마침내 백자의 산업기반은 약화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몇몇 지식인들은 일상용기 로서 백자의 효용성과 많은 문제점을 지적하였으나 왕실에서는 이들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 국 도자 산업은 빠른 속도로 쇠퇴하면서 지방 민요에서 생산되는 저급백자만이 간신히 맥을 잇게 되었다.

2.근대기 (1910~1940)

도자전통의 침체는 이미 19세기 후반부터 경술국치(1910년)에 이르러서 조선백자의 급격 한 쇠퇴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침체된 전통공예가 새로운 인식의 기회를 얻게 된 것은 서구열강과의 수호통상조약 체결 이후 서양문물을 활발하게 접촉하면서부터였 다. 특히 세계만국박람회의 참가는 우리나라 공예의 낙후성을 깨닫게 하는 결정적인 요인으 로 작용하여 공예의 산업성과 문화적 중요성을 재인식시키는 시발점이 되었다. 당시 우리나라 산업 기술의 후진성을 비판하고 선진기술의 도입을 주장했던 소수 진보적 인 지식인들은 상공업과 함께 도자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제작기술의 개발을 강조하였 다. 이들은 성리학의 불합리성을 비판하면서 실용과 실천을 강조한 실학을 바탕으로 대외무 역의 진흥과 근대적 기술도입을 통한 사회개발을 주장하였으며 정부 역시 근대적인 기술교 육과 개발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면서 공업교육을 실시하기 위한 학교를 설립하였 다. 그러나 근대화, 산업화를 꾀하려는 정부와 선각자들의 노력은 의욕에 비해 재정난과 기술부족, 경영미숙 등으로 실패하면서 결국 외세에 의한 근대화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1910년을 전후하여 본격적인 진출은 아니었지만 일본인 소유의 도자기 공장들이 곳곳에 들어서게 되었다. 특히 일본 본토에서의 '다도(茶道)열풍'으로 더욱 우리 전통도자기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우리의 전통도자기를 조사, 연구한다는 명분하에 일본인 학 자들을 중심으로 한 '조선고적조사'를 통해 많은 전통문화재를 발굴하는 한편 상당부분이 도 굴되고 대량 반출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골동품들을 모방한 제품들이 본격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하였고 1920년대에는 일본의 산업화된 자기회사와 도자기 공장 등 대기업의 진출이 본 격화하여 우리나라를 자신들의 상품소비시장으로 이용하였다. 또한 식민정책의 일환으로 저 급한 '다이쇼사기(大正沙器)'를 대량생산하여 생활속에 침투시키므로써 전통도자기 생산은 점점 더 위축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수공업 생산체제의 붕괴와 기계화 과정에서 나타난 공산품의 질적퇴조 현 상에 대응하기 위해 창립된 '이왕직미술품제작소'는 왕실용 미술품 및 생활용품을 제작하며 민영공장으로 일제강점기동안(약30년간) 운영되었다. '이왕직미술품제작소'는 단절의 위기에 놓여있던 우리의 전통공예 기술을 이어주는 기술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며 퇴락한 수공예 기술을 부분적이나마 조선시대 경공장의 수준으로 복원시켰을 뿐만 아니라 준교육시 설로서 후진양성에 힘썼다는데 역사적 의의가 있다. 그 당시 조선 총독부의 조사에 따르면 1900년부터 1924년 사이에 일본인 소유의 도자기 공장 외에 국내 자본으로 설립된 도자기 공장들이 약20여 곳 있었으며 당시의 자료를 통해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공장들 상당수가 영세한 규모로 운영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중 재래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소수의 공장들 외에 대부분이 일본인에 의해 근대화된 도자기 공장에 흡수되었다. 근대화된 공장에서는 생산방식과 가마의 구조 등 을 개량해 나갔으며 연료도 석탄으로 대체하였다. 또한 이 시기에는 서양의 기계적 생산방 식이 도입되어 산업자기를 생산하는 공장들이 신설되기도 하였다.

3.전환기(1940~1955)

광복을 전후한 시기에는 그나마 어렵게 유지되던 생산공장들마저 열악한 경제사정과 사회 적 혼란으로 문을 닫았고 일본인들이 버리고 간 공장을 인수한 기업에서는 경영미숙과 자금 난 그리고 에너지 부족 등에 시달리면서 일시에 폐쇄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이처럼 재래식 공장의 생산여건이 악화되면서 생활기(生活器)의 부족현상과 함께 무겁고 깨지는 도자기의 단점으로 인하여 알루미늄제 식기가 수입과 동시에 널리 확산되었다. 더욱 이 정부는 요업제품 가운데 도자기와 유리제품을 사치품으로 취급하여 과중한 세금을 부과 함으로써 도자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하였다. 도자기 공장들은 비교적 양질의 점토가 생산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건설되었으나 한국전쟁 으로 인해 생산활동을 중단함으로써 그나마 남아있던 근대 도자 산업의 기반은 완전히 파괴 되었다. 휴전 이후에는 전쟁의 피해를 입지 않은 공장들이 시설 및 규모를 재정비하고 요업 원료의 개발과 요업정책의 일원화를 위해 노력하였으나 군수품과 함께 유입된 고급자기가 일부 부유층에서 사용되면서 구한말과 유사한 양상을 띠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밀양도자기, 행남사, 한국도자기 같은 도자기 회사가 설립되 고 식기의 발전을 위한 사명감으로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하면서 초기의 도자산업을 이끌어 갔다. 한편, 194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본은 보다 강압적인 식민정책을 펴 나갔고 따라서 자율적 인 미술활동은 기대할 수 없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여러 단체들이 결성되었다가 해체되 는 가운데 1945년 산업미술 전반에 대한 연구, 개발, 계몽을 목적으로 '조선산업미술가협회 (朝鮮産業美術家協會)'가 창설되었다. 더욱이 이러한 단체에 공예부가 포함됨으로써 미술분 야에서 소외되었던 공예가 새롭게 미술계의 한 영역으로 받아들여졌고 교육체제 또한 변화 의 계기를 맞게 되었다. 그러나 외국물품의 유입과정을 통해 공예가들은 서구의 공예개념을 왜곡하여 받아들였고 이로 인해 점차 전통공예를 기피하면서 기능을 중시하는 실용공예 분 야는 기계기술자들이 맡게 되어 질적인 하락을 초래하였다. 또한 당시 공예계는 대부분 상 업성에 치우쳐 무성의한 태도로 만들어진 것들이었고 토산품 또는 민예품이라는 이름으로 성행하였다. 광복을 전후하여 설립된 미술협회는 좌익 우익의 정치성을 띠며 대립하던 것이 점차 정비 되어 미술계는 순수조형 활동을 위한 본연의 자세로 되돌아오려는 자각현상이 일기 시작하 였고 정부 수립 이후 모든 분야가 안정을 되찾아 가면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미술문화를 보 호, 육성하고 미술인을 통합하려는 노력이 행해졌다. 공예계 역시 1955년에는 공예전통을 현대생활 속에 확립시키겠다는 취지에서 '공예작가동 인회(工藝作家同人會)'를 결성하는 등 단합된 의지를 보여주었으나 지속적인 발전을 보이지 못하였다. 도예분야에서는 비록 독자적인 도예전은 없었지만 한 두명의 작가가 지속적인 활동을 하 면서 단절되다시피 한 근대기의 도예문화를 현대도예와 연결시켜주었다.

4. 현대도예의 태동(1955~1969)

전후(戰後)의 혼란속에서도 민족문화를 진작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사회 각 분야에 걸쳐 팽배해져 가고 있었다. 이와 때를 같이 하여 미국 록펠러 재단의 재정지원을 받아 이론가와 예술가들이 협력하여 국내 최초의 전통문화연구기관인 '한국조형문화연구소(韓國造形文化硏究所)'(성북동가마)를 설립하였다. 이 연구소에서는 전통도자기의 재현 위에 새로운  도자기를 창조하여 체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였으나 도공들이 새로운 시설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한국미술품연구소(韓國美術品硏究所)'의 (대방동 가마)가 설립되면서 전통도자기 제작기법을 연구하고 개량해 나갔다. 그러나 한국미술품연구소는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면서 2년만에 문을 닫게 되었으며 외국기관의 원조에 의해 설립되었던 '한국수공예시범소' 역시 정부나 관계기관의 정책부재 속에 문을 닫게 된다.
1950년대에는 대학에서도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전통도자기의 연구, 개발에 힘을 기울였으며 이화여대에서는 생활미술과에 도예강좌를 신설하고 도예연구소를 중심으로 전통도자기 재현을 위해 노력하였다.
이처럼 각 대학에서 정식으로 도예 및 공예를 교육하게 되고 국전 공예부가 창설되면서 한국 근대공예는 본격적으로 변혁을 시작하게 되었다. 특히 산업화가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서구의 디자인 개념이 확산되면서 이러한 경향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특히, 50년대 말에는 유학에서 돌아온 인재들이 교수로 충원되면서 대학에서의 도예교육은 본격화되었다.
그 결과 1960년대 초에는 대학을 통해 배출된 많은 사람들이 대학교육에 대거 참여하였고 재개된 『국전』을 목표로 활발한 작품활동이 이루어져 60년대 중반 이후 도예가 『국전』 공예부의 과반수 이상 입상되었다. 이와 함께 '대한민국상공미술전람회'(大韓民國商工美術展覽會)를 창설하여 디자인과 산업을 연결시켜 산업디자인의 개선을 도모하고 우수디자인을 개발하였다. 이외에도 60년대에는 여러 미술전이 열려 활발한 작품활동을 선보이게 된다.
1960년대는 대학 출신 도예가들이 주축이 된 현대도예와 특산품(特産品) 또는 민예품(民藝品)이라는 이름으로 생산되던 전승도예로 양분된 채 발전하게 된다. 이천, 광주, 여주 등지의 옹기가마나 칠기가마를 중심으로 전승도예의 제작이 싹트기 시작하였지만 스테인레스, 플라스틱 용기가 보급되면서 도자기는 수요가 감소하여 급속히 사양화되었다. 그러나 도공들은 청자, 백자, 분청사기 같은 전통도자기를 본격적으로 제작하였고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이후 일본인 관광객의 증가와 함께 판매중개상의 출입이 잦아져 일본 취향의 주문생산이 크게 작용하면서 근대기와 유사한 양상을 띠게 되었다.
반면 1960년대의 산업도예는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교육자로서 또는 산업제품 디자이너로서 본격적인 활동과 정부의 산업정책에 힘입어 조금씩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게 되었다. 

5.현대도예의 전개(1970~1979)

1970년대는 도자문화의 부흥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활발했던 시기였다. 70년대 공예계를 주도했던 『국전』을 비롯한 관전(官展)과 『동아공예대전』같은 민간공모전에서 많은 수상자가 나왔고 신인 도예가들의 활동 역시 크게 증가하였다.
도예가의 양적 배출이 현저해지면서 넓어진 작가층만큼이나 다양하고 새로운 조형이념과 양식의 창조가 요구되어 도예계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풍요로운 시기였다.
여러 대학에서의 도예교육과 함께 도예인구와 전시단체가 급속하게 늘어났고 미술관과 화랑에서의 기획전을 통해 도예에 관한 인식도 바뀌어 갔다. 또한 국내외에서 열린 공모전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외국의 도예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는 등 활기찬 모습을 보여 주었다. 한편 각 학교에 시설이 확충되면서 교육도 제자리를 잡았고 제작상의 문제점도 하나 둘씩 해결되었다. 또한 비밀스럽게 유지되던 정보와 지식은 서적들을 통해 보편화되었으나 이천을 중심으로 한 전승도예와 대학출신 도예가들의 창작도예가 서로 다른 목표를 지향함으로써 전통계승과 현대화간의 괴리라는 커다란 문제점을 남겼다.
7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도예를 순수조형예술로서 인식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하였으며 유학을 갔다온 작가들과 국내의 일부 기성작가들 사이에선 서구의 기술과 조형어법을 바탕으로 실험적인 시도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실험적이고 조형적인 작품들이 비판과 성찰의 과정 없이 확산됨으로써 균형적인 발전을 가로막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하였다.
한편 각 대학을 중심으로 한 동문전은 도예가들의 또 다른 발표의 장으로 이용되면서 전시의 흐름을 개인전이나 그룹전으로 변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였다.
1970년대의 전승도예는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재고되고 계승, 발전을 위한 정부정책이 마련됨과 동시에 학계에서의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전개된 시기였다. 그러나 과거의 양식과 기술로 재현된 도자기들이 '전통도자기'라는 이름으로 생산되는 등 전통과 전승의 개념혼란은 여전히 지속되면서 양적인 팽창만을 거듭하였다. 이와같은 과도기적인 상황에서 전승도자기는 이천과 광주 그리고 여주 등을 중심으로 발전의 기틀을 잡아가기 시작하였다.
1970년대의 산업도예는 경제의 본격적인 도약기를 맞이하여 수출진흥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펴 나갔다. 관광산업의 급속한 성장으로 수출, 관광용 공산품의 디자인이 당면과제로 대두됨에 따라 디자인 개발 촉진을 위한 각종 행사를 마련하였다. 또한 선진기술을 배우고자 기술자를 해외에 파견하고 외국상품을 소개하여 디자인에 대한 산업계의 인식이 바뀌어 갔다. 그러나 수출되는 식기의 대부분이 외국의 견본품을 바탕으로 그대로 가져다 생산하는 형식이거나 당시 외국에서 생산된 제품의 문양과 형태를 모방하는 단계에 머물렀다.

6.현대도예의 발전(1980~1989)

1980년대는 한국공예가 양적인 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한 시기였다. 젊은 작가들의 단체전과 미술관이나 화랑에서 마련한 기획전이 한층 활성화되었으며 공예 ·미술전문잡지도 창간되기 시작하였다. 또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신문사와 백화점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에도 도예강좌가 마련됨으로써 전국적으로 도예인구가 크게 증가하였다.
또한 외국유학에서 돌아온 작가들과 미술잡지 그리고 해외여행 자율화를 통해 국제적인 미술조류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아 우리 미술계에도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특히 국내외 작가들의 국내전 및 해외전은 80년대 들어 양적으로 크게 증가하였고 내용 면에서도 다양해졌다. 더구나 문화와 예술에 대한 관심의 증대로 서울에만 집중되었던 정보, 교육시스템이 지방으로 확산되면서 지방문화 또한 새로운 도약기를 맞이하였다.
그러나 이 시기의 작품들은 흙의 표현 가능성을 제시하는 등 새로운 개념의 작업들이 등장하는 반면 전통성을 상실한 작품들이 증가함에 따라 전통감각의 회복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전국적으로 다양한 공모전이 꾸준히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의 여러 가지 폐단으로 인해 신뢰도는 오히려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1980년대의 전승도예는 생활수준의 향상과 더불어 일상용품으로서 도자기 수요가 크게 늘고 가스가마 보급 및 제반시설의 기계화에 힘입어 생산은 더욱 활발해졌다. 그러나 세계경제 침체와 더불어 일본을 주요 수출시장으로 삼았던 전승도자기는 일본 경제사정의 악화로 인한 수요감소로 지나치게 싸게 판매되었고 결과적으로 우리 전승도자기에 대한 신뢰감 추락과 함께 존폐의 위기에 까지 처하게 되었다.
80년대의 산업도자기들은 일반적인 제조업들과 마찬가지로 경기의 부진과 인력난으로 인하여 경영과 생산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더욱이 당시에 생산된 제품들은 인기있는 타사제품의 것을 모방하거나 외국회사의 디자인을 표절, 일부 변형하는 정도의 수준이어서 내수는 물론 수출에서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산업도자기 생산업체들은 설비를 자동화하고 자체 디자인을 개발하는 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자구책을 찾는 한편 수요 촉진과 홍보를 위한 행사도 기획하였다. 이외에도 소규모 공방들에서 만든 도자기들이 저렴한 가격과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많은 호응을 얻으면서 붐을 이루게 된다.
그밖에도 80년대에 보여지는 특징 중 환경도예의 시작을 들 수 있는데 도시가 대형화되고 현대적인 건축물들이 늘어나면서 건축물의 내외공간을 도예작품으로 장식하는 환경도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환경조형물에 대한 표현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개념정립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7.미래를 향한 움직임 (1990~2001)

90년대는 도예전의 증가와 함께 영역확대를 위한 여러가지 시도들이 있었으며 미술계의 흐름 또한 각 부문별로 세분화, 조직화, 전문화되는 양상을 나타내었다. 국내작가들의 해외활동과 외국 작가들의 국내전 및 세미나가 활기를 띠기 시작하여 자연스럽게 공예조형의 독자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한 전문 갤러리가 문을 열었다.
이러한 공예전문 갤러리는 신인작가들의 등용문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였을 뿐 만 아니라 현대도예의 표현양식에 관한 다양한 실험과 의지를 담은 전시 또한 자주 기획되었다. 특히 90년대 초반에 시작한 '진로도예지명전'과 그 밖의 다양한 국제도예행사들은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 경향을 비교 분석할 수 있는 기회와 함께 국내작가들의 국제적 감각을 키우는 계기가 되었으며 참가자들의 워크샵 및 세미나등은 각 나라간의 도예문화 이해와 연구를 할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서도 그 역할을 담당하였다.
90년대의 작품 성향은 '전통의 발전적 해체'나 '탈쟝르'와 같은 현대적 조형어법에 의해 모색된 것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지나친 '현대화'를 우려하여 '공예적 회귀'를 강조하는 도예가들의 전시도 한 축을 이루고 있었다.
90년대 중반의 경제 활성화는 미술시장의 확대를 촉발시켰고 대중화를 위한 소품전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다양한 전시기획과 합리적인 가격대의 미술작품들은 일반대중도 미술품을 접할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켰다. 도예계 역시 이러한 흐름을 타고 여러 갤러리의 기획전이 추진되면서 일반대중의 공예품에 대한 인식전환과 시장확보, 다양한 실용도예품의 디자인 개발, 합리적 유통구조 및 가격이 형성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1997년 IMF체제하의 경제침체는 미술품시장의 몰락과 함께 도예계에도 엄청난 파장을 미치게되었다. 90년대 중반까지 활성화되었던 각종 도예행사 및 기획전시들은 스폰서들의 문화관련 예산이 삭감되면서 조형도자의 존폐위기론 까지 대두되었다. 시장성이 배제된 무모한 조형도자의 접근방식이 한계를 드러내고 도예의 일차적 목적인 '실용성'으로 회귀하는 현실적 문제는 기존 대학교육 시스템의 변화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IMF 체제전에 형성되었던 일반대중의 문화적 경험은 새로운 문화층의 저변확대를 마련하는 토대가 되었고 미술시장의 냉각기에도 불구하고 소품위주의 미술품은 잠재적 시장성을 확보하고 있었다. 또한 인테리어 시장의 토탈이미지 개념 확대는 공예품의 수요와 맞물리면서 꾸준한 증가추세로 돌아서고 있었다. 실용성을 위주로 한 갤러리가 생겨나고 회화전문화랑에서 조차도 각종 실용도예기획전이 열리면서 도예작가들에게 전시기회가 주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현상들은 현재도 진행 중이며 경제적 사정이 호전될수록 고무적인 분위기로 반전되고 있다.
2001년에 경기도 여주, 광주, 이천에서 세계도자기엑스포 2001행사가, 2002년 목포에서도 도자기 행사가 준비되고 있다. 또한 각 지방대학과 지방자치단체에서 각종 도예관련 축제나 세미나, 워크샵을 예정하고 있다. 이러한 행사들은 침체된 도예문화의 새로운 전기로 작용할  것으로 확신하며 21세기 한국도예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희망의 전주곡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