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우의 신앙과 현대미술에의 변용 

출전: 계간 꼭두극 1988년 봄호
                                                                                                                                    박용숙

 토우(土偶)는 흙으로 빚어만든 인형으로 주로 우리나라에서는 고분이나 원시주거지로 보이는 유적에서 발견된다. 중국쪽의 문선에는 이를 토용(土俑)이라고 쓰고 순장제도가 폐지된 뒤에 나타난 부장품(副葬品)의 일종으로 취급되고 있다. 생사람을 죽은자와 함께 매장한다는 것은 아무리 종교적인 엄숙주의를 높이 평가했던 시대라 할지라도 오래도록 만인의 공감을 얻어내기란 어려운 일이므로 결국 흙으로 사람을 빚어서 속죄양이 되게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토우의 문제를 그렇게 간단하게 처리하기에는 우리가 다루고자하는 토우는 넓은 의미의 우상(偶像)이고 그 우상은 뒷날의 고등종교의 신상(神像)과 맥락을 잇게되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토우의 세계가 원시 신앙의 표상이고 그것들이 예외 없이 무덤에서 발견된다는 점이다. 논의를 명쾌하게 끌고 가기 위해서 먼저 무덤(고분)이 원시시대의 신전(神殿)이라는 사실을 전제해야한다. 여러 가지 신상(神像)들이 벽면이나 기둥에 새겨지고 예배장소의 중심에 성인(聖人)의 관이 놓이는 신전, 예컨대 그리스, 이집트, 바비로니아, 인도, 유럽의 기독교 성당 등 이들 신전이 하나의 모델로 상정되고, 만약 그것들이 미니추어로 만들어진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를 강조해 볼 필요가 있다. 하나의 종교양식이 공인되기 이전, 이를테면 박해받는 시대이거나 혹은 소수인들에 의해 교리를 전파하는 교부(敎父)시대의 신전이란 흔히 가건물처럼 엉성한 것이거나 소규모적인 것이고 의식에 필요하나 기물 또한 약식화된 것이거나 임기응변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이런 사정은 물론 새로운 종교의 도전을 받으면서 낡은 종교가 몰락해 가는 과정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리는 석기시대의 소위 비너스류의 토우나 청동기시대의 우상들에서 이미 원시우상숭배의 일변을 확인하고 있다. 성서에도 구약시대의 사람들이 손바닥 크기 만한 우상(사람)을 섬겼다고 쓰고 있다. 예컨대 <미가가 우상을 취하여 침상에 뉘고 염소털로 덮었더니>(사무엘상 19장 13절), <미가가 그 은을 어미에게 도로 주었으므로 어미가 그은 2백을 취하여 은장쟁이에게 주어 한 신상을 새기며 한 신상을 부어만들었더니 그 신상이 미가의 집에 있더라>(사사기 17장 4절), <이 사람 미가에게 신당이 있으므로 또 에봇과 드라빔을 만들고 한 아들을 세워 제사장을 삼더라>(사사기 17장 5절), 등의 기록들은 모두 우상이 인체를 본뜬 것임을 말해준다. 이렇게 우상이 개인의 집이나,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신당에 있다는 것은 불교시대의 소형 불감(不感)이나 무교시대의 신단(神壇)에서도 다를 바 없다. 손아귀에 쥘 수 있는 호지불(護指佛)이 있듯이 고분(古墳)시대에도 흙으로 빚은 테라코타나 도자(陶瓷)류의 토우가 존재했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하나도 없다.

우상은 인체를 본뜬 것

 한자의 어원을 고찰해보면 토우가 단순히 무덤의 부장품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설문에는<偶>를 한 쌍의 오동나무 사람이라고 했다. <偶>에 대해서도 설문은 나무나 흙으로 만든 인형이라고 했으며 다만 예기(禮記)의 단궁(檀宮)의 문장을 인용하여 그것이 수장의 대용품임을 암시해놓고 있다. 그러나 偶와 俑이 다같이 사람을 본뜬 것이라는 점에는 다를 바 없으며 설문은 그 인형들이 정이나 조(鼎·組)와 같은 제기(祭器)와 마찬가지로 음양의 뜻이라고 했다. 더욱 주목되는 점은 그 <偶>가 합친다는 의미고 있고, 또 가어(家語)라는 문헌을 인용하면서 성인(聖人)풍습에 시간을 맞춰서 남녀를 교접시키며 이때의 정배(情裵)들을 우(偶)로 불렀다고 쓰고 있다. 이 기록에 따르면 토우는 특정한 인물을 대신해서 성행위에 참가했던 사람들을 죽였던 옛 씨받이풍습의 산물임을 알 수 있게 된다. 교권(敎勸)이나 왕권을 세습적으로 잇는 과정에서 생기는 씨받이행사는 소위 <禮記>가 침제(寢祭)라고 불렀을 만큼 중요하고 엄숙한 종교행사의 하나인데 이때 씨를 제공하는 혹은 씨를 받는 대행역할을 했던 사람은 그 임무가 끝나면 죽어야 했다.

용(俑)은 씨받이 대행자

 <俑>의 뜻에는 씨받이 대행자의 이미지가 있다. <甬>은 정도나 정문이 아니고 샛길이나 샛문이라는 뜻이 들어있고, 또 신선한 샘물(씨)의 뜻도 있다. 그래서 <禮記>가 공자의 말을 인용해서 영험스런 사람을 얻는 것은 좋지만 용은 나쁘다고 했다. 용(俑)이 나쁘다(不二)는 것은 순장제도가 나쁘다는 뜻이다. <禮記>를 쓴 사람은 그러니까 씨받이 인물을 죽일 것이 아니라, 토우나 토용을 만들어서 그 위인의 무덤에 미리 넣어두는 것이 좋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는 점이다.

토우도 음양의 뜻

 씨받이풍속은 흔히 야래자전설(夜來者傳設)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리스의 큐피트 신화나, 우리나라의 산신당에 처녀를 바친 것도 그런 것인데, 프레이저의 <황금의 가지>에는 거의 모든 고대민족이 공통적으로 풍습을 가졌던 것으로 나타나 있다. 멀치아 엘리아데는 이를 원모신(Primordial Mother)의 신앙이라고 통칭하고 있다.
 소위 신라의 토우로 알려진 것들은 태반이 토기항아리나 고배(高　)와 같은 제기의 어깨나 목, 혹은 뚜껑에 장식으로 붙어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우(土偶)중에는 동물들도 다수 있으나 여기에서는 주로 인간을 다룬 것인데 이유는 이들 장식의 주제가 인간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다시 경주지역에서 토용이 발견되어 토우가 그릇의 장식 만으로서가 아니라 독립된 작품으로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이미 앞에서 설문이 이들 토우(人形)들이 정이나 조두(組豆)와 같은 제기(토기)와 마찬가지로 음양의 뜻이라고 했을 때, 그 말에는 이미 경주지역에서 발견된 이들 토우나 토용의 문제가 모두 포함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너스와 같은 여인상토우

 이 논의에서 매우 흥미로운 것은 토기의 장식에서 떼어낸 것으로 알려진 토우가운데 소위 엘리아데가 원모신이라고 묘사한 신화적인 주제를 언급할 수 있는 비너스류의 토우가 있다는 사실이다. 사장 중요한 여인상은 긴치마를 입었으며 상체는 젖가슴을 노출하고 무슨 이유인지는 알 수 없으나 배에는 구멍이 나있다. 두 손을 허리에 붙이고 무엇을 응시하고 있는 표정이다. 젖가슴의 노출은 선사시대 이래의 모든 비너스상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국면이며, 배에 구멍이 나있는 것도 배가 생산의 기능과 관련된다는 점에서 결코 우연한 자국이라고만 할 수 없다. 일단 이 토우가 토기의 뚜껑에 부착된 장식용이라는 전제하에서 보면 주물러 만들 때의 즉흥성에 의해 표현된 여성의 성기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남성 토우에 나타나는 성기와 그 위치로 미루어 볼 때 더욱 심증이 간다. 이 비너스상을 일단 신모(神母)라고 가정하면 그 신모상을 수행하는 일단의 여성상들이 여럿이 있는데 그것들도 모두 여성성기가 표현되어 있다. 이 들 토우들이 본질적으로 태교(台敎)의 이미지와 연계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점을 더욱 확실하게 하는 점은 남성상이 더불어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우(偶)가 짝을 뜻하는 의미가 되므로 이 남녀상이 하나의 시스템이 될 것은 자명하다. 남성상들은 여성과 마찬가지로 성기가 표현되고 그 자세에 있어서도 직립상(直立像)과 그리고 고려시대의 엽전(貝錢)에서 발견되는 남녀합환상(合歡像)의 모델에서처럼 여러 형태의 성행위의 포즈가 표현되어 있다. 이점은 태교의 원리가 주역(八卦)의 원리와도 관련된다는 점에서 특별히 주목되는 부분이지만 또 다른 중요성은 남성상들이 한결같이 탈을 썼다는 점이다. 토기의 장식으로 부착하기 위해 즉흥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탈의 정확한 실상이 파악되지는 않지만, 그것들이 대부분 동물의 이미지임을 알 수 있다. 얼른 토끼나, 개, 두 개의 뿔을 가진 탈도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공통되는 현상은 남자의 머리가 뾰족하게 만들어진다는 점일 것이다. 신화나 전설을 참고하면 그것들이 뿔도깨비의 이미지라고 말할 수 있다. 만일 이들 토우들이 모두 탈을 쓴 것이 분명하다면 이 남녀의 성풍속에 프레이져가 소위 신들의 결혼(Hierogamy)이라고 명명했던 이상한 성풍속과 관련이 있음을 암시 받게 된다. 그것은 우리들이 알고있는 상식적인 의미의 결혼이 아니라, 천재(神童)를 낳기 위해 신탁(信託)으로 짝을 맞추어야했던 이른바 침제를 뜻하는 것이다. 투우에 유난히 남녀합환상이 많이 표현된 것은 그런 증거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봉산탈춤이나 하회탈춤에 보이는 먹중과 새악시와 정사장면을 연상하게 되는데 그것은 어김없이 신탁에 의한 침제의식임을 알 수 있다. 삼국유사에 소개되어있는 처용가에 관한 기사는 그 침제가 어떤 성격인가를 잘 말해주고 있다. 처용의 아내는 처용과의 동침이전에 역신(疫神)으로 표현되는 노인과 정사를 벌이게 되고 그것을 발견한 처용이 역신에 대해 항거하기는커녕 도리어 인간적인 감정을 초탈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역설적으로 역신을 혼내주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그 기사에서는 처용의 아내가 가진 아이에 대한 설명은 생략되어 있으나 그것이 소위 말로 표현되었던 임자 없는 아이, 혹은 괴이한 동물(탈)과의 교접에서 낳은 신동임은 두말한 여지가 없다.

신탁에 의한 침제의식

 조선시대의 궁중연희(宮中演戱)에 쓰여졌던 처용의 가면은 물론 괴이한 동물의 얼굴로 묘사되어 있다. 삼국유사의 기록에는 처용은 동해용왕의 일곱 아들중의 하나이므로 처용 자신이 용(龍)의 아들이다. 따라서 그 가면은 용의 얼굴이기도 하다. 처용의 아내와 간통한 역신 또한 괴이한 가면이 될 것임은 두말한 여지가 없겠다. 그렇다면 왜, 태교의례에는 남녀 혹은 남신에게만 최소한 가면을 쓰게 했을까. 세계의 신화 전설을 참고하면 그들은 인간세계에 얼굴이 알려져서는 안될 신분(神人)이기 때문이지만, 그러나 태교라는 특수입장을 고려해 볼 때, 그 가면은 결국 우생학(優生學)적인 견지에서 신분, 계급, 인종, 연령을 초월하기 위한 하나의 안전장치임을 알 수 있고, 거기에서 탄생한 아이는 결국 새로운 신통(神通)이나 국조(國祖)의 시원이 되는 것이다. 신라의 시조인 박혁거세는 알에서 나왔다. 따라서 그의 부친은 인간이 아니라 괴물이라고 해야 옳다. 삼국사기나 유사에는 혁거세의 모친은 사소(娑蘇)라는 이름의 중국 제실(帝室)의 여자였고 그 사소가 동해 바다 속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진한(辰韓)으로 시집와서 혁거세 성인(聖人)을 낳았다고 되어있다. 사소가 남자 없이 아이를 낳았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결국 우리는 그 기록의 뉘앙스로 보아 고대의 특수한 태교적인 의식에 의해 아이를 낳았음을 알게된다. 따라서 사소의 상대자의 괴이한 탈을 쓴 신인(神人)임이 확인된다. 고구려의 시조인 동명성왕(고주몽)도 알의 모양으로 탄생하지만 기록에는 그의 모친이 하백(河伯)의 딸인 유화부인(柳花夫人)이고, 그녀는 자칭 천자(天子)라고 한 해모수에게 끌려가 웅신산(雄神山) 밑 압록강가의 한집에서 정을 통하게 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기록들은 해모수에 대해선 전혀 언급이 없다. 그도 처용가에서처럼 역신이라는 말일까. 이런 점은 가락국의 수로왕전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도 알에서 탄생되는데, 그 알이 하늘(上天)에서 내려왔다는 사연이외에 그 어떤 정보도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이 없다. 그의 부친도 예수와 마찬가지로 하느님이었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그러나 백제 무왕의 전설에서는 그의 모친이 과부로서 연못가에 살았다고 했고, 그 연못에 살고있었던 용(龍)과 정을 통해서 무왕을 낳았다고 밝히고 있다. 이 용은 처용의 동해용의 아들이라고 한 것과 마찬가지로, 고대의 특수한 신분<필자는 이를 무교(坐敎)시대의 교황(敎皇)과 같은 인물>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삼국유사의 탈해(脫解)에 관한 기록에서는 이렇게 쓰고 있다. 탈해는 금궤 속에서 나왔는데, 탈해가 그 금궤 속에 들어가게 된 사연이 있다. 탈해의 아버지인 함달파왕(含達婆王)은 적녀국의 한 왕녀를 맞아 비를 삼았는데 오래도록 아들이 없으므로 기도한지 7년 뒤에 큰 알을 하나 낳게 되었다. 이에 당황한 왕은 사람으로 알을 낳는 일은 고금에 없으므로 불길하다고 판단하여 궤를 만들어 그 속에 아이와 칠보(七寶)를 함께 넣어 배에 싣고 노비들에게 인연이 있는 곳으로 가져가라고 명하였다. 탈해가 금궤 속에 든 채 신라에 오게된 것은 그런 경로를 밟아서였다.
 우리는 이 기록에서 아들을 낳기 위해 7년 간이나 기도했다는 대목과 토우가 발견되는 소위 고분의 기능과 연결시킬 필요가 있게 된다. 고분은 인도의 수투파(Stupa)나 중앙아시아의 콤파사원, 혹은 지중해문명시대의 소형동굴신전에서처럼, 특수계층의 신전(지성소)이었기 때문이다. 삼신당에 바쳐진 처녀가 그 고분 속에 마련된 침대에 기거하면서 무당이 점지한 시간에 탈을 쓴 신선과 만나게 되는 소위 예기(禮記)의 침제(寢祭)가 바로 이런 고분에서 행해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록은 다시 이런 점을 보충해 주고 있다. 금궤에서 나온 탈해가 이렇게 말한다. 「나는 본래 용성국(龍城國)의 사람으로 우리나라에는 일찍이 28명의 용왕이 있었는데 모두가 사람의 태(胎)에서 나왔고 5,6세부터 왕위를 이어받아 만민을 가르쳐 성명(性命)을 올바르게 하였소이다.」 이 말속에는 5,6세에 우주적인 이치(理致)를 파악할 정도로 그 아이가 천재였다는 것이고 더욱 그 아이는 모두 용왕의 아들이고 또 사람의 태에서 태어났다는 뜻이 강조되어있다. 고주몽도, 혁거세도 모두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사리를 헤아리는 천재였고 특히 고주몽은 활을 백발백중으로 쏘아 맞혔다고 했다. 활을 쏜다는 의미는 기하학, 점성술의 메타(meta)적인 표현임으로 그 말은 신동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 탈해의 말에서 주목할 점은 그 나라에서는 아이가 모두 사람의 태에서 나온다고 했다는 점이다. 이 말은 앞에서 본 경주출토의 토우에 배꼽 근처에 구멍이 크게 뚫려있는 것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사람이 여자의 태에서 나오는 것이 당연한데도 왜, 태에서 나온다고 강조했을까. 그것도 여자의 태에서가 아니라, 사람의 태라고 특별히 강조했을까. 이것이 태교의 특수한 시각에서 기록된 것이 분명하다면 '從人胎而生'라는 표현도 당연히 특별한 시각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엘리아데가 소개하고 있는 태고에 관한 신화들을 잠깐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조는 사람의 태(胎)에서 나온다.

 우파니샤드에 의해 전수되고 있는 생식제의(the procreation ritual)에서는 생색행위가 신들을 모두 동원하는 우주적 규모의 신혼(新婚)이 되고 있다. "비슈누(Visnu)로 하여금 자궁을 준비하도록 하라! 트바슈트리(Tvashtri)로 하여금 온갖 형상을 빚게 하라! 프라자파티(Prajaprti)-그로하여금 쏟아 넣게 하라! 다트리(Dhatri)로 하여금 정액을 받아 놓게 하라!" 엘리아데는 이 문장을 인용하면서 포르네시아에서 불임의 여인이 임신을 하고 싶을 때, 그녀가 아득한 옛날부터 숭배되어왔던 위대한 신인 요(Io)에 의해 땅위에 눕혀졌던 원모(原母)의 행동을 모방한다는 것을 보완설명하고 있다. 위대한 신 "요"는 우리들의 고대기록에 나오는 마고(麻姑)와 같은 무당이고 삼신할멈이고 또 신모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들 인용문들에서는 신들의 혼인에서 어떻게 아이가 탄생되는지 구체적인 언급이 없으나, 정액을 특별히 "쏟아 넣는다"라든가, "받아 놓는다"는 표현과 그리고 여자가 요신의 명에 따라 땅위에 누웠던 원모의 행위를 모방한다는 점으로 미루어 태교는 탈을 쓴 신들의 직접적인 행위 이외에도 어떤 간접적인 수태방법이 있었던 것을 암시하고 있다. 예컨대 성경에 묘사된 마리아의 잉태라든지, 인도의 마야부인이 나무(巨木)에 인연이 되어 석가를 낳았다던가 이집트의 파피루스경전에 빈번히 나타나는 남신들의 마스터베이션에 관한 기록, 혹은 산해경(山海經)에 희화(晞和)가 감연(甘淵)에서 태양을 목욕시키고 나서 열 개의 태양을 낳는 다라던가, 상희(常羲)가 달을 목욕시키고 나서 열 두개의 달을 낳는다라는 표현 등 수없이 얘기할 수 있다. 삼국유사의 첫줄에 "무지개가 신모를 둘러 복희를 낳고", "용이 여등(女登)에게 교접하여 염제(炎帝)를 낳고", "간적(簡狄)이 알을 삼키고 설(　)을 낳고", "강원(姜媛)은 거인의 발자취를 밟아 기(棄)를 낳고", "패공(沛公)의 어머니는 용과 큰 연못에서 교접하여 패공을 낳았다"고 한 것도 신들의 혈통을 숨기기 위한 고대의 특수한 수사학이 아니라, 어느 정도 태교의 진상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고고학적인 유물로서 아직 수수께끼로 남아있는 소위 자안패(子安貝)도 이 태교의 전문적인 기능과 관련 있는 것으로 추단된다. 자안패는 바다에서 채취된 꼬막과 같은 조개도 있지만 청동이나 골각으로 만들어진 것도 있다. 공통되는 점은 모두 어느 한쪽, 혹은 양쪽으로 자그마하게 구멍이 나 있어서 그 용도는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태교와 관련시켜서 볼 때, 그 속에 남성의 정자가 투입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그것은 무구(巫具)로 사용되는 남성성기모양의 소위 부근(付根)이라는 것과 일본의 신도에서 무구로 쓰이는 긴세이가 모두 이 자안패와 연결되는 특수용구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자안패는 태교의 기능과 관련

 잘 알려져 있듯이 그리스 신화의 아프로디테는 조개에서 탄생되며 르네상스시대의 성당에는 성자(聖子)를 안고있는 마리아의 보좌(寶座)위에 천장에 방사선(放射線) 모양으로 묘사된 조개가 그려진다. 이것들은 이집트의 로터스꽃의 방사선 문양과 관련 있다는 학설도 있으나 고고학 적으로 볼 때 자안패와 관련됨은 물론이다. 조개와 꽃봉오리는 같은 이미지이고 실제로 심청전에서처럼 꽃에서 인간이 재생되는 모티브는 중앙 아시아의 고대유적에서는 물론 실제로 우리나라의 알에 전설은 그 점을 무엇보다 확실하게 하고 있다. 그래서 후한서(後漢書)의 동이전(東夷傳)에는 "바다 속에 여국(女國)이 있는데 남자라고는 한 사람도 없다. 또 그 나라에는 신정(神井)이 있는데 그 우물을 들여다보기만 해도 이내 아들을 낳는다"라고 쓰고 있다. 이 여인국은 후한서 왜(倭)에 관한 기록에 보이는 여왕국과 비미호(卑彌呼)에 관한 기록, 혹은 앞에서 언급한 바 있는 탈해에 관한 기록에서 소위 적녀국(積女國)과 같은 것으로 모두 여성결사, 이를테면 여승원(女僧院)의 풍속을 말해준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그 여승원에 들여다보기만 해도 아이가 나오는 '신정'이 있다는 사실이다. 남성이 한사람도 없는데 어떻게 아들이 탄생되는가.
박혁거세도 우물가에서 발견되고 고주몽도 압록강가에서 잉태된다. 탈해를 잉태한 함달파왕의 부인이 7년이나 기도해서 알을 낳은 곳도 이 신정임을 알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이 신정이 인류학에서 말하는 아이 낳는 "달집(honey moon)"이고 그 유적이 포르네시아에서는 호수가운데서 발견된다는 점이다. 후한서가 여인국이 바다 속에 있다고 한 것도 이점을 반영하는 것이고 필자는 이미 이 달집이 경주의 안압지나 경복궁의 월정이 그 모델이 왼다고 주장한바 있다. 경주의 고분유물가운데 흙으로 빚은 집이 있다. 그것이 곧 달집이라고 본다면 우리나라 풍속에 신부가 머리에 이고 있는 족두리(族頭里)가 곧 아들을 낳는 신정임을 알 수 있다. 족두리에 <富貴多男>리고 수놓아져 있는 글씨로 그 점을 뒷받침한다. 유명한 로댕의 <아테네 여신>상은 신전을 머리에 이고 있으며, 인도의 신전조각에서도 여신이 신전의 기둥을 떠받드는 주제를 보게 되는데 이것이 모두 고대의 태교신화와 관련됨을 알게 한다.
전반적으로 경주에서 발견되었던 일군의 토우가 태교와 관련된다는 중요한 단서는 또 있다. 그것은 악기를 타고 있는 남자상이나 정중히 합장을 하고 있는 남자상이다. 악기를 타고있는 남자상을 소위 <泰樂裝飾土器>의 뚜껑에도 나타나고 있는데 음악의 원리가 태교와 관련된다는 것은 고대 그리스의 음악이 수리나 기하학의 공리와 같은 체계이고, 동양의 궁상각치우의 음체계가 또한 음향오행의 원리와<周易>와 같다는 점에서 음악은 엘리아데가 치밀하게 전개하듯이 모든 고대의 태교 연금술, 점성술, 내지는 정치의 원리를 집약한 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합장의 모양은 예기(禮記)에서 세자가 태어나면 훌륭한 선비에게 아이를 안기거나 업히게 하고 사방을 합장한다든가, 뽕나무 활을 사방으로 향해 쏜다고 규정한 부분을 연상케 한다. 토우 가운데 등짐을 지는 모양이나 무엇을 향해 오므린다거나 머리 위에 무엇을 이고 있는 포즈들은 모두 태교의 특수한 풍습의 표현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기록상으로 보면 단군신화와 환웅과 웅녀(熊女)가 신단수 아래에서 접촉하여 단군을 낳았다는 기록도 태교의 풍습이고, 삼일신고(三一神誥)에 비서갑(非西岬)의 신모에 관한 기사, 환단고기(桓檀古記)에 나반(那般)과 아만(阿曼)이 아가샤탸(阿可斯　)에서 신탁으로 혼례를 치러 아홉가지종족을 낳았다는 기록, 혹은 부여시대에 천하의 인재를 공통으로 낳아 기르는 소위 공양태모지법(供養胎母之法)이 있었다는 기록, 또 삼국유사에 소개되어 있는 신라시대의 삼신할머니의 시조로 보이는 해척지모(海尺之母)에 관한 기록, 혹은 서구의 소위 성모마리아신앙과 다를 바 없는 선도성모(仙挑聖母)에 관한 기록 등은 모두 태교가 우리 민족의 고유한 신앙으로 맥맥히 흘러왔음을 알게 해 주는 것들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지난해에 발굴된 순장용 토용들이 무덤의 주인이 죽을 함께 하기 위한 ("스케이프·코드"로만이 해될 것이 아니고, 태교의 시각으로 볼 때 그것은 무덤에 묻히거나 묻힐 주인을 대신해서 비밀리에 씨를 제공한 사람들의 신상으로 이해 할 수도 있다.) 그것은 고분 속에서 십이지상이 함께 발견되고 더욱 말을 탄 가마상이나 그 밖의 동물상이 발견된다는 점에서도 뒷받침된다. 토우들과 함께 발견된 여러 가지 동물상은 불교의 전생설화에 나오는 동물이름의 왕(王)들이나 말·소·돼지·양과 같은 고구려시대의 대신들의 이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모두 귀인(貴人)들의 신분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자신의 전통연구가 먼저

 세기말 이후에 유럽미술이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원시토속미술에 영향을 받아 크게 비약했다는 사실은 하나의 상식이다. 그 방향이나 결과에 대해 반성이나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어찌되었건 20세기 문명이 다시 원시신앙에 관심을 보이게 되었다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이미 앞에서 거론되었던 우리들의 토우도 그런 입장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미술(조각)이 서구적인 방법정신을 받아들인 이래, 우리자신의 자원을 활용한다는 자세보다는 오히려 외래적인 기성품에 의존하면서 거의 모방에만 급급해왔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불행한 일이 지속될 수밖에 없었던 사정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가장 두드러진 점을 든다면 우리자신의 전통연구나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길을 잃었을 때 뒤를 돌아보아야 나갈 길을  가늠하지만 우리는 그간 서양사람들의 꽁무니만 따라다니다가 변을 당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들도 더 이상 어디로 가야할지 길을 잃었으므로 우리는 스스로 이제 길을 찾아 나서야 할 판국이다. 비록 하찮은 흙덩어리에 불과하지만 앞에서 본 토우에는 현대인이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독자적인 세계관이나 인생관이 숨쉬고 있다. 오늘날처럼, 아이 낳는 일이 엉망이 되어버리고 인구의 과잉과 문제아로 인해 고초를 겪는 상황에서 이 토우가 제기하는 태교의 주제는 반드시 재검토되어야 할 문제임에 틀림없다. 현대 조각이 비너스의 주제를 다시 재흥시킨다고 하여 이상할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현대 문명을 비판하는 시각 속에 당연히 사랑과 성(性)의 문제가 중요한 관심사로 제기되어야 마땅한 것이다.
 이미 60년대에 테라코타에 눈을 뜨고 한국의 토우가 갖는 중요성을 재발견했던 권진규(勸鎭圭)는 그 나름의 현대적인 감각으로 <잉태한 비너스>와 같은 여성상들을 만들어낸 바 있다. 물론 여성상들에는 고대적인 의미의 태교를 암시하는 그 어떤 이미지도 찾아보기 힘들지만, 그러나 여러 개의 여성 누드작품들은 비너스의 이미지와 맥락을 잇는 것들이다. 그것은 말, 소, 고양이, 돼지와 같은 동물상들이 또한 제작되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비록 고분 속에 들어있었던 토우에서처럼, 신앙적인 주제가 강조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시각적이고 조형적인 미감을 통해 어느 정도 토우세계를 재해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80년대에 들어와 부각되었던 김용문(金容文)의 토우는 태교의 이미지보다는 오히려 토용(土俑)이 갖는 스케프·코드의 이미지를 그 나름대로 재해석하는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토우들은 한(恨)의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변용시켜 준다. 억울하게 고분 속에 갇혀 수백년, 수천년 동안이나 밀폐되었던 억압된 지하의 영혼들을 그는 해방하려는 이벤트를 위해 흙으로 토우를 빚고 그것들을 불태우거나 물 속에 던지기도 한다. 아마 80년대에 들어와 고조되기 시작했던 민족, 민중, 민주라는 우리들 집단적 삶의 자각이 이런 양식의 토우미술을 창출해내게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토우가 갖는 원형의지(사상)를 어떻게 오늘의 우리들의 삶 속에 끌어들이는가 하는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