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인의 내세관을 담다 - 광복이후 처음으로 발견된 기마인물형 토기 

'내세에서도 영화를 누릴지어다.' 이는 고대 동서양인들의 한결같은 소망이었을까? 고대 무덤을 발견해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망자가 내세에서도 영화를 누리기를 바라며 함께 묻었을 부장품들이 많이 나오니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시대나 그 이전의 무덤들을 발굴해보면 이런 내세관이 깃들인 유물들이 대거 출토된다.
최근 출토된 기마인물형 토기(아래 상부)도 그런 유물 중 하나다. 경주 외곽 적석목곽분(積石木槨墳)에서 중앙 문화재연구원이 발굴한 이 토기는 높이 20cm에 길이 27cm으로, 발굴 당시 말을 고정시키기 위한 직사각형판, 말을 탄 인물의 머리와 팔, 말등에 있는 잔, 말 앞가슴에 물을 따르도록 만들어놓은 부리등이 부서진 채였다.
이런 이형(異形)토기들이 발굴되는 예는 드문데 특히 기마인물형 토기가 발굴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금껏 국내에서 발굴된 기마인물형토기는 모두 국보로 지정될 만큼 희귀한 것으로, 1924년 금령총(金鈴塚)에서 발굴된 도제 기마인물상 한 쌍(아래 하부 왼쪽)과, 출토지가 불분명한 기마인물형토기1점(아래 하부 오른쪽)이 있다. 금령총에서 발굴된 도제기마인물상 중 차림새가 복잡하고 큰 것은 주인상, 간소한 차림의 크기가 작은 것은 종자(종자)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5~6세기 신가의 것인 이 토기는 원형이 잘 보존된 상태로 발견돼 당시의 복식과 마구류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또 다른 기마인물형토기는 5세기의 가야토기로, 김해에서 출토됐을 것으로 추정될 뿐 정확한 출토지는 밝혀져 있지 않다. 인물 뒤에 크게 만들어놓은 두 개의 뿔 모양 잔이 인상적인 이 토기는 말에 앉은 인물이 왼손에는 방패를, 오른손에는 창 같은 무기를 들고 있으며 경갑(脛甲, 목과 가슴을 보호하는 갑옷의 하나)까지 갖추고 있어 당시의 무기류 연구에 좋은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아직까지 실물로 전해지지 않은 당시의 방패를 표현해 놓아 귀중한 자료로 꼽힌다.
한편, 이번에 깨진 채 발굴된 기마인물형토기에 대해 발굴에 참여한 중앙문화재 연구원의 조상기 연구실장은 "무덤에 매장하기 전 의식에 따라 깨어버린 것으로, 망자와 이승과의 절연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금령총 토기는 도식화된 것으로 정적인 느낌을 주지만 이것은 움직임이 잘 묘사돼 있어 사실감이 돋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토기의 특징은 삼국시대의 말갖춤과 각종 장식을 붙이는 방식을 생동감 있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관찰된 적이 없는 형식의 후걸이(안장에 걸어 말 궁둥이를 꾸미는 제구)도 관심을 끈다. 따라서 당시의 무기 및 말갖춤 상태 등을 연구하는 데 좋은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발굴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기마인물형 토기는 총 4점이 됐는데, 문화재청에서는 이번에 발굴된 것이 기마인물형토기로는 출토지가 확인된 두 번째 예가 되며 광복 이후 우리손으로 직접 발굴한 것으로는 첫 번째라고 밝혔다. 이로써 고대인들의 내세관을 엿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유물을 얻은 셈이다.

발췌/ 내셔널 지오그래픽 한국어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