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도예 30년의 고찰과 반성 

<한국현대도예 30년전>기념토론회

일시:1994.9.10 (토) 14:00-17:00 

장소: 국립현대술관 소강당

사     회:유재길 (흥익대 교수, 미술비평가)

토 론 자: 권오훈 (단국대 교수, 작가) 

            신광석 (서울대 교수, 작가) 

            우관호 (홍익대 교수, 작가) 

            임무근 (서울여대 교수, 작가)

            정동훈 (원광대 교수, 작가)

            최 건 (해강도자미술관 학예연구실장, 미술사가) 

1 부 토 론

사 회: 이 토론회는 어떤 결론보다는 한국 현대도예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이끌어 내는 자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한국현대도예 30년전)은 1960년부터 현재까지의 30여년간의 한국 현대도예를 망라, 총 143명의 작가 작품 293점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전시에 관해 권오훈 선생님께서 먼저 말씀하시겠고, 그 다음 본론주제로, 현대도예에 있어서의 전통의 문제, 전통과 현대성, 전통에 있어서의 동질성 문제, 현대도예의 다양한 표현 기법, 현대도예의 세계적 경향, 현대도예의 사회적 기능, 수용문제, 산업도자, 생활도자, 현대도예에서 중요한 교육의 문제, 국제화 시대에 있어 한국 도예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토론이 이어지겠습니다. 

권오훈: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의 새로운 도자문화, 새로운 용어로 표현해야 할 도자기들 수많은 다양한 작품들을 볼 때, 작가들 나름의 변과 여러가지 생각도 있겠고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우선 이번같이 이렇게 140명이 넘는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그것도 한 자리에 놓고 이렇게 되새기면서 성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이 이 전시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의의라 하겠습니다. 일단 여러 분야의 작업들, 성격이 다른 작품들을 모아놓고 볼 때, 여러가지의 평도 있을 수 있고 여러 이야기거리도 있을 수 있겠으나, 이렇게 우리 도예교육이 시작된 1960년부터 지금까지의 작품을 한 눈에 고찰하고 평가받을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가졌다는 것이 큰 의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는 도예를 전문적으로 비평하는 평론가들이 많이 계신 것도 아니고, 이런 기회를 많이 가짐으로써 도예하는 사람들의 하고자 하는 표현에 대한 답변도 될 수 있을 것이고 그 결과로서 앞으로의 연구작업에 새로운 지표도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사 회: 이제부터 바로 오늘의 본주제인 한국 현대도예의 제반문제와 앞 으로의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도자사가이며 「월간미술」에 본 전시에 대한 글을 쓰신 최 건님께 한국의 근 ·현대 도예의 흐름 가운데 전통의 문제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건: 유럽, 일본 등 다른 외국의 경우 현대도자의 발판은 산업도자이며, 우리나라도 1950-80년대까지 전승도자의 역할이 컸습니다. 1970년대 들어 공방도자라고 일컬어지는 생활도자가 제작되면서 소규모의 가내수공업적 생간체계가 이루어지고 대부분의 대졸자들이 거기에 참여했습니다. 현대도예에 이러한 산업도자, 생활도자 에 대한 배려가 포함되지 않고 순수 조헝도자만이 포함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대학의 역사를 30년이라 볼 때, 그동안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모두 순수 조형도자 만을 추구해 왔는지, 다른 것은 과연 무시해버려도 좋은지, 각 시대의 모든 것들을 균형있게 보여주지 않은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 합니다. 전통의 문제, 고려청자니 조선백자니 그러한 것은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이고, 오늘은 좀 더 다른 각도에서 얘기하겠습니다. 그 당시 고려청자는 기술적으로 상당한 수준이었고, 중국보다 결코 질이 많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조선 시대에 이르러 바뀌어, 중국에 의해 무역이 톰제되어 생산력은 국 내에 한정지워지고 생산과 수요의 여건이 좋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조선시대 성리학적 이념을 바탕으로 검소, 검약이 주장되어 기교, 색채를 가하는 것이 금지되었습니다. 사치는 당시의 사회이념과 많지 않았던 것입니다. 일반대중이 요구하는 것에 부응하지 못했으므로 즉, 수요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으므로 생산자와 소비자와의 관계는 멀어져갔고, 18, 19세기에는 청나라, 일본의 도자기가 밀수입됩니다. 조선 말기 서울 장안의 1/3이 외국 도자기를 사용하였으며, 그런 의미에서 이미 왜정 이전에 우리의 도자기 전통이 말살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 도자기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부국부민의 이상이었던 것처럼, 도자기 산업을 발달시키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 생각됩니다. 

사 회: 전통에 이어 현대도예의 상황에 대해 서울여대 임무근 교수께 말씀 부탁합니다.

임무근: 1960년대 이후 지금까지의 한국 현대도예의 상황을 한마디로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현대"라는 개념의 정의를 어떻게 내릴 것인가? 현대도예의 범위에 순수조형의 것만 포함시킬 것인가? 도예에 있어서의 "현대성"을 먼저 점검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미술전반에 있어서의 "현대성"과 순수하게 도예분야에 있어서의 '현대성"이 다르게 정의될 수 있고, 그 개념정의가 다양할 수 있습니다. "현대"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계몽주의, 과학 산업 발달, 프랑스 대혁명으로부터 연유한 개인의 자유와 인격의 신장, 이런 것들 모두가 현대를 특징지우는데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미술에 있어서의 현대의 시작, 도예에 있어서의 현대의 시작에 있어 시기의 문제를 배제할 수 없는데, 가령, 미국의 현대도예는 1950년대 중반 이후에 시작됩니다. "한국현대도예 30년"이라는 전시 명칭도 우리나라 현대도예를 시기로 묶어보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현대도예는 고갱, 드가 등이 흙을 만져서 도예를 만든 경우도 있으나, 그것보다는 피카소, 미로, 폰타나, 레제와 같은 화가들이 도예를 만든 것으로 부터 시작하여, 결정적인 것은 미국의 1950년대 이후 피터 볼코스(Peter Voulkos)로부터 시작한 현대도예가 일반적으로 현대도예로 통합니다. 현대도예가 이루어지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은 산업혁명이라고 생각됩니다 

사회: 한국 현대도예 쪽으로 촛점을 집중해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임무근: 외국 현대도예의 발단, 전개에 대한 이해 있어야 우리나라 현대도예의 현대성을 논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1955년 6. 25가 끝난 후에 미술관 계통의 인사들이 모여 성북동에 처음으로 도자기 가마를 세우고 대방동에 조각가 윤효중이 가마를 세움으로써 시작됩니다. 그러나 그것은 종래의 것의 재현 내지 개선 정도의 수준이었고, 본격적으로 외국과의 교류가 시작된 것은 1958년 공예시범소인데, 미국의 원조를 받아 퍼스틱(Fistic)이 도 예를 가르켰고, 홍익대에서도 가르쳤습니다. 한편 황종구가 이대에서 도예교육을 시작, 이대, 흥대에서 1958년에 도예교육이 시작됩니다. 황종구를 제외하고 그 당시 도예가들은 모두 다른 분야에서 전과한 것이 특징인데, 정 규는 화가이자 판화가였고, 김익영은 화공과 출신, 권순형은 디자인 전공, 황종례는 회화 전공으로 이들은 모두 미국, 일본 등 외국에서 공부하였습니다. 1961년대 까지만해도, 학교에서의 설비, 기술이 매우 미비하였고, 외국에서의 도예공부도 외국의 현대도예의 배경, 정신, 변천된 상황에 대 해 충분히 소화가 안된 상태에서, 단순히 우리의 과거에 훌륭한 도예전통이 있었고 그것을 새로운 도예성향과 연결해보자 하는 정도의 생각으로 했기 때문에 그때부터 오늘까지 연결되는 어떤 철학이나 운동이 없었습니다. 1970년대 들어서 경제적으로 많이 나아지고 대학에서도 많은 도예전공 학생들을 뽑으면서 도예인구가 급격히 증가하였습니다. 동시에 1960년대 중반 한일 국교정상 화 이후, 한국도예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의 수입이 늘었습니다. 대학도 시설, 기술지식이 많이 향상되면서 본격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했으나 1981년에 끝이 난 국전의 경향을 보면 90% 이상이 물레로 성형, 표면장식, 새로운 유약처리를 하는 성격의 작품으로 1980년대 초까지 물레성형이 압도적이었습니다. 1981년 서울신문사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도자기전은 국전하고는 현저히 다른 양상으로, 물레성형 보다는 오늘날의 도조, 오브제 계통이 많아집니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에 이르러서 도예라는 것의 성격이 현저히 달라지게 되고, 1980년대에 경제적 여건이 좋아지 고 많은 사람들이 외국에 가서 보고 유학을 다녀오면서 순수 조형 쪽으로 자리잡기 시작합니다. 올림픽을 계기로 미국, 독일, 프랑 스등 외국의 현대도예가 소개되고 1990년대 들어와 이러한 경향은 더욱 확산, 국제화됩니다. 

사 회: 다음에는 원광대 정동훈 교수께 1980. 90년대의 미국 도자의 현황 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동훈: 1980년대 초 이미 미국은 상당히 도자 조형적인, 우리가 이야기하는 도조의 상황이 상당히 진전되어 있었습니다. 본인이 체류했던 1980년대 초와 귀국할 1990년대 말, 90년대 초 미국 도예가 변해 온 상황이 우리나라 현대도예 상황에 비추어 볼 때 굉장히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1980년대 초. 뉴욕 시내에만도 대형도자 조각을 전시할 수 있는 화랑이 대략 10여개 남짓되어 활발하게 움직였으나, 매년 쇠퇴하여 문을 닫았고, 1980년대 말쯤 조형적 작품을 전 시할 수 있는 전시장은 모두 없어지는 전통도예로부터 출발하여 바로 현대도예로 이전, 그 과정에서 생활도자 부분의 발전이 빠져 있습 니다. 미국의 도예는 순수 조형도자와 생활도자가 병행해서 발전 해왔으나, 1980년대 말을 고비로 순수 조형도자는 점차 하락세로 우리와 반대의 현상을 보입니다. 미국의 생활도예의 활성화를 예 를 들자면, 보스톤 가까이 비행장이었던 스프링 필드라는 곳에서 매년 개최되는 공예박람회(Craft Fair)가 있는데 약 200여명의 도예가들이 직접 작품을 판매합니다. 미국은 어느 도시, 지방에 가든지 도예가들이 도자기 제작, 판매하는 등 생활도자의 판매시장 시스템이 잘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그런 시스템이 부재 합니다. 

사회: 흥익대 우관호 교수께 일본의 현대 도예에 관해 딸씀 부탁드립니다. 

우관호: 미국을 제외한 현대도예의 출발점이자 가장 가까운 나라인 일본의 현대도예는 주지하다시피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발전을 거듭해왔고, 그 가운데는 생활도자 분야도 당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 다. 일본 국전은 전통도예적 경향, 산업도자기, 그와 더불어 그들이 말하는 오브제 도예, 클레이 워크 경향들이 자리잡고 있습니 다. 도자기를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인식하기 시작하여 조형적 도예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있습니다. 1948년에 창립된 쇼데이사가 곧 해산이 될 것인데, 그 이유는 초창기 만큼 훌륭한 작가들이 없다는 것과 또 한 가지 이유는 쇼데이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의 도예운동이 상당히 활발하다는 것입니다. 그 단적인 예로, 1980년 교토에서 국제 도예 아카데미의 협찬 전시로 열린 플레이 워크 (도자기에서 조형으로)라는 전시는 기물을 포함해서 현대적 성향의 작품들이 기획되었고, 1981년 미노라는 지역에서 지방기획전이 열리면서 시가라키와 도코나메라는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이것은 곧 1986년 (세라믹 아넥스 시가라키)라는 전시로 이어지고, 큐슈에서 (에몽전)이라는 그룹전이 열렸습니다. 이것들은 모두 작가들이나 민간 지방단 체들이 후원합니다. 일본의 현대도예를 대표할 수 있는 쇼데이사 전시를 마다하고 작가들이 자기나름의 아이템으로 전시했다는 것은 이미 조형적 현대도예가 보편화된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도 1980년대 부터 현대도예가 본격적으로 시작, 서울을 중심으로 대학출신자들이 그륨전을 만들고 전시하는 중앙집권적 경향을 띠고 있으나, 1980년대 일본의 상황은 오히려 중앙이 아니라 교토지역의 작가들이 주도적으로 전시함으로써 문화의 편중을 피하고 있습니다. 각 지역별 지방 자치단체와 협의하여 전시하며, 그러한 것들은 국제적 행사로 이어집니다. 1991년 시가라키 (세계도예제). 1996년 아리타, 큐슈지역의 대규모 불박람회 계획은 무엇이 일본을 대표할 수 있는가. 도예를 하나의 문화 상품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여기에 하나의 맹점을 찾을 수 있었는데, 그것은 현대도예가 조형적, 추상표현적 경향이 강하고 단지 감상용의 장식적인 것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2차대전 후 일본은 평화시대가 오래 지속되면서 일본도예의 사회적, 비판 적 성격이 결여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 회: 전반부의 상황 정리, 한국 현대도예의 미래지향적 방향에 대한 논 의를 부탁드립니다. 

신광석: 현대라는 용어의 개념 설정 문제에 있어 여러 토론자가 부분적 차이를 보입니다. 현대성에 대한 정의는 미술전반에 걸쳐 문제시 되 는 것으로, 서구의 현대 미술사조를 보면, 처음에는 주관적 의식, 정신의 중요시 미의 주관성이 중요시 되다가 이후 객관성의 문제, 주체의 입장에서 벗어나 관계속에서 미를 파악, 주체와 객체, 생산자와 수용자의 문제 사회성의 문제에 접근하게 됩니다. 

사회: 한국 현대도예의 근본적 문제, 풀어나가야 할 과제는 무엇입니까? 

최건: 한국 현대도예에 결여된 것은 "균형", 균형잡힌 도자기 시장 이루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생활도자기의 대부분을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생활도자기에 대한 관심을 기을여야 즉, 생활 속의 도자기 문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대학에서 공부한 사람들 모두 조형적 성향의 도자기 일색이며, 현재 전시에 나온 작품들도 그러합니다. 

임무근: 이 전시의 기획의도는 생활도자기나 대량생산되는 산업도자기는 제 외하는 것입니다. 균형의 문제는 매우 중요합니다 커리큘럼이나 교수들의 성향이 실제 생활도예와는 관계없이 순수 조형쪽으로 편중되어 있습니다. 대학에서의 과의 명칭문제도 있는데 도예과, 공예과, 산업디자인과 등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우리의 대학에서조차 "공예"라는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못합니다. "공예"라는 용어자체는 본질적으로 실용적 의미를 내포, 현대에 오면서 외형상 재료, 생산수단 등이 바뀐 것에 불과합니다. 실용 적 생할도자기와 순수 조형도자기는 양자가 나름대로의 존재 이유를 가지고 있으며, 실용적 도자기(공예)와 순수 조형추구의 도자 기가 병행하여 교육되고 제작되어서 상보관계를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최 건: 교육현장 뿐 아니라 사회전반의 도자기에 대한 인식을 빨리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현대도예의 발전된 기법이나 조형을 생활 도자에 채용, 생활화 해야 할 것입니다. 도자기가 팔리지 않는 이유는 소비자 요구를 미쳐 따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며, 또한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요구를 선도해 나가는 것입니다. 

임무근: 보완해서 말씀드리자면, 우리생촬에 무엇이 필요한가 하는 인식과 흙을 만지는 사람들의 자기작업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자세의 변 화가 괼요합니다. 다음으로 경영의 문제가 있습니다. 사회적, 국가적 차원의 도자기를 잘 써야 한다는 가치관과 인긱의 개혁이 요구됩니다. 마지막으로 교육현장에서 가르치는 사람들이 그러한 문 제들에 대해 얼마나 잘 인식을 하고 있으며, 그것을 교육에 얼마 나 반영하고 있는가가 해결의 관건이 될 것입니다. 

사 회: 산업도자와 연결된 말씀, 권오훈님깨 부탁합니다.

권오훈: 지금까지 토론에서 중요한 화제로 떠오른 것이 생산성, 산업인데, 이것은 한편 당연하면서도 반가운 일입니다. 도예부분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산업에서 받야들여지지 않는 부분에 대해 현실적으로 산업부문에 관련해 왔고 현재도 산업부문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으로 써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는 유명한 메이커들이 있고 기술수준도 상당한 수준이나 현재 국내의 가장 큰 공 장들에 요업공학을 전공해서 취직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요업 공학 전공자들은 새로운 소재, 전자 세라믹, 알루미나 특수 세라믹 쪽으로 연구하며, 소위 테이블 웨어, 생활도자기 쪽에는 전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도예전공을 한 사람들도 비슷하게 적용되는데, 4년동안 교육을 받고 산업현장에 접근했을 때, 실제 기업측에서 필요한 사람은 동양화 공부를 했거나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었슘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는 우리의 산업구조가 지금까지는 새로운 창조적인 패턴을 만들기 보다는 주문에 의한 수출에 의존, 남의 디자인을 베끼는 것에 치중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최근에 많이 바뀌어 도예한 사람들이 요소에 각 디자인실 을 점령하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산업도예를 하는 사람들과 조형 쪽을 하는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균형이 잡혀지고 있다고 생 각됩니다. 사실 우리 나라는 이제까지는 산업과 도예간에 교류없이 무관하게 진행되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외국의 경우, 외국의 큰 공장에 가보면, 기성 디자이너들의 감각이 아닌 학생들의 참신한 감각을 개발하기 위해 공장에서 정책적으로 학교에 의뢰해 학생들을 수용, 모든 비용을 제공해가면서 학생들을 연수 시킵니다. 일정기간 합숙, 공장의 모든 공정을 익히고 학생들의 작업을 위한 모든 것들이 지원되면서 그릇을 만들어 냅니다. 실제 생산에 적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으나 장기적인 도예장려 정책의 일환입니다. 생활도자기라는 용어는 원로 선배님들이 공부하실 때는 없던 용어입니다. 생활도자기도 요즈음은 손도자기, 기계도자기 등 세분해서 부르기도 하는데, 몰드사용 하는것은 기계도자기 이고 그밖의 것은 손도자기로 불리웁니다. 몰드제작에 의한 도자기는 작품이 아니라는 생각은 지양되어야 할 것으로, 그 몰드에 의해 만들어진 형태에 어떻게 채색을 하고 장식을 하는가가 훌륭한 창조적 작업의 일부가 됩니다. 가령, 비슷한 예로 회화하는 분 들이 판화를 하는 경우 그것의 복수성은 여러사람들이 작품을 즐길 수 있는 대중성의 확보를 가능케하는 것이며. 그렇다고 해서 그것의 작품성이 무시되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피카소의 그림 접시들은 모두 지거링에 의해 얻어진 것들로, 그 위에 스코라피토나 상감을 하고 헝태를 변형시켜 만든 작업입니다. 공장에서 가장 많 이 사용하는 석고몰딩 기법에 의해 제작되어진 작품은 모두 상품 이라는 생각은 바꿔야 할 것입니다 

2 부 토 론 

사 회: 한국 현대도예에 있어 순수 조형작업, 교육, 비평의 문제 등 한국 현대도예의 제반상황에 대한 문제를 토론하겠습니다. 

신광석: 학교교육에 있어 도예교육의 목적, 이념 설정이 필요합니다. 현대는 과거에 비해 빠른 속도로 변화, 전문화, 세분화되어왔고, 최근 이것이 어떨게 하나로 통합되어질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됩니 다. 우선 현대 사회가 세계성을 지향하나 세계성이라는 문제의 거 론에 앞서 한국이라는 지역성의 문제가 먼저 고려되어야 할 것입 니다. 현대라고 하는 시대성 문제를 규명하고 그것을 흙이라는 재 료를 통해서 어떻게 가시적 형태로 드러낼 수 있는가에 대한 문 제, 두번째는 이러한 가시화 작업을 하는데 있어 과거로부터 우리가 개발해온 광범위한 기술적 측면에 대한 연구문제, 세번째로는 이러한 재료를 통해, 기술을 통해 형상화한 이후에 이것이 과연  물(物) 자체로 존재하는 것으로서 만족해야 하는가, 이것이 사회에 수용되는 방식, 제작자와 수용자와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 각합니다. 

최 건: 도자기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전통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으나 사실 우리에게는 전통이 부재합니다. 지금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일본전통공예전)에서 일본의 요즘 제작된 전통 공예 작품들은 전형적인 일본적 성향, 세계 어느 국민도 흉내낼 수 없는 일본만의 특성을 띄고 있으면서도 결코 진부한 냄새가 나 지않는 전통과 현대가 잘 결합된 예입니다. 전통을 우리 시대에 가시화 시키는 방법을 추구해야 할 것입니다. 현실적인 문제로, 전통적 생활도자의 수출은 국익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1980년대 생필품 개방이후로 미국, 유럽, 일본 도자기가 물밀듯이 밀려왔고 상대적으로 우리 도자기의 쇠퇴를 가져왔는데, 일반대중 들이 일상생활에 쓰는 도자기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할 것입 니다. 도예 전공한 사람들이 모두 조형도자기나 생활도자기 한쪽에만 관심을 갓는다면 균형이 깨질 것입니다. 도자기 문화의 균형이 이루어질 때 사회전반의 도자기 인식도 높아질 것입니다. 

임무근:교육현장에서 도예 관계 교육을 할 때, 순수미술에 촛점을 두어 교육하는 경우와 실용적인 쓸모있는 도자기에 촛점을 맞추는 경우의 두 가지가 분명해야 할 것입니다 양자에 적당이 걸칠 것이 아니라 분명한 입장이 정립되어야 할 것입니다. 1980년대 말 미국 체류시 50여군데의 대학의 교수들에게 설문을 돌린 결과, 도예교육에 있어 강조하는 것으로 거의 전부가 회화나 조각등 순수미술의 변천과정에 철저히 관심을 가지라고 한다고 대답함으로써 도예교육을 다른 순수미술과 연관해서 생각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작가들에게도 설문조사를 한 결과, 자신들의 작품이 공예가 아니라 순수예술쪽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나머지는 양쪽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고 했습 다. 그리고 다른 순수미술 분야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 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까지 도예와 다른 미술 분야와의 연관성은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정동훈: 한국 대학의 도예교육에 대한 문제점으로 우선 입시제도의 불합리성. 실기시험이 가장 문제로 첫째, 창의력과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인 면만을 평가, 둘째, 수험생 자신의 문제, 대학과 교수와 커리큘럼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흙이라는 것 에 대한 아무런 이해없이 지원, 세째, 교과과정, 커리큘럼의 불합 리로 제도적으로는 회화가나 조소과 등 타과에서 수강할 수 있으나 시설여건상 불가능한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본교 2학년 학생 중 설문조사 결과, 약 70-80%의 학생이 전과를 원했습니다. 원광대는 미술대학이 8개학과로 지방대학치곤 큰 규모이나, 본교가 위치한 이리시는 화랑 하나 없는 열악한 미술환경입니다. 미술관련 기관, 화랑, 미술관 등의 지역적 균등이 이루어지고 도예관련 이론 과목, 도예관련 도예평론, 도예유통 등이 개설되어 대학의 전문성이 좀 더 심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현재 전국의 도예공부하는 학생은 전문대 합쳐 8.000여명에 육박, 한 해에 도예를 전공하고 졸업하는 사람은 2.500여명, 그 중 대다수가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현대도예는 수요자는 없고 작품은 다량 생산되어 역삼각형을 이룹니다. 실제 생활도예로 인구저변 확대를 이루고 병행해서 작품을 해 나감으로써 사회전반의 도예의 균형을 이뤄야 할 것입니다. 

권오훈: 오늘 토론회 가운데 "균형"이라는 말을 가장 공감합니다. 현재 순수 조형 도예와 공예적 측면의 도예 사이의 구분이 현재까지는 그 개념이 확실하게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학교에서도 양쪽 부분의 경험을 다 시키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과연 우리가 추구하는 쪽이 어느 쪽이든 간에 그 여건을 충족시킬 만한 결과물을 만들었는지 반성해 봅니다. 그릇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우선 값도 저렴하 고 단단하며 대중적으로 많이 만들어지는 식기, 둘째로 로젤탈, 리모쥬, 베어나드 같은 외국의 값도 비싸고 고도의 테크닉에 의해 제작된 제품들로 도예작가 작품 이상의 고가이며 늘 사용하는 그릇이 아니라 한 가정의 소장품 같이 귀중하게 보관되는 그릇, 세 번째로 도예가들이 제작한 그릇들입니다. 우리나라의 현실을 살펴 볼 때, 꾀나 유명한 음식점에서도 금속제나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실정입니다. 우리가 현재 하는 작업들 가운데서 어느 일부분만은 그릇을 만드는데 할애해야 한다는 것이 제 소견입니다. 

우관호: 저는 현대도예의 조형적 양상에 대해 옹호하는 입장입니다. 외람되나 그 미적 기능이나 가치에 있어 전통도예가 현대도예 보다 결코 낫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고려, 조선의 천년의 기간동안의 도예의 역사에 비해 현대도예는 불과 몇십년입니다. 전통도예는 장식성 이외의 의미는 없다고 보며, 전통도예와 현대도예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즉, 전통을 탈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전시 출품 작들을 보면 비슷한 유형이 많고 도예의 장식성 혹은 조형성에만 치우치는 경향으로, 기록적, 사회적 의미의 도예작품이 부재합니다. 타 미술 분야처럼 "도예도" 시대성의 반영이 필요하다고 생각 합니다. 

질 의 응 답 

질문1) 디자인 전공을 한 일반인: 도예에 있어 전통이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가시화 할 수 있습니까?

답)임무근: 이번 전시도록의 논문을 준비하면서 출품작가들에게 설문조사. "작품을 제작할 때 전통의 문제에 대해 의식하는가?" 거의 대부분이 의식한다고 답하였으나,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청자니 백자를 재현해보겠다는 사람은 없었고, 상당히 추상적, 포괄적인 의미의 전통 재현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훌륭한 도예전통을 계승하겠다는 초창기의 한국현대도 예가들 대부분이 물레성형으로 기를 만드는 작업을 하였고 지금의 젊은 사람들의 작업과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그러나 주제면을 볼 때, 한국은 미국, 일본과 상당한 차이가 있어, 예를 들면 미국, 일본처럼 초현실 주의, 펑크계열의 남녀의 성기 등 에로틱한 표현은 찾아 볼 수 없고 한 국의 자연, 한국의 사람 등을 주제로 한 것이 많습니다. 이들이 의식은 한국적인 것을 추구한다고 하나 다양한 해석으로 표현하므로 한 마디로 한국적인 어떠한 것 이다라고 말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질문2) 도자기 전공하고 산업체에서 근무하는 일반인 졸업 후 순수조형작업을 하는 학생들 외에 도예전공 학생들이 산업체나 기타 공방운영등 실질적으로 직업전선에서 대처할 수 있는 대안은 없습니까? 

답) 우관호: 구체적 대안으로 첫째, 학생들에게 이론적, 기술적 측면에서 여러 분야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제가 재직하는 홍대의 경우, 전사라든가 산업도자기에 대한 시설을 갖추고 대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둘째, 오늘 제기된 문제들이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될 것입 니다. 이것을 지속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조직체, 즉 전국의 대학으로 구성된 혐의체 구성이 필요합니다. 도예교육헙의체나 학회 등을 구성하여 서울, 지방간의 이론, 기술 정보, 학생 등을 상호교류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이론적 현실적으로 구체적 대안의 시발점이 될 것입니다. 

정리: 강승완(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