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공간의 도예계 현주소 

우관호

얼마전에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현재 사이버 간의 싸이트 수가 약 2억개에 달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2004년 경 웹 브라우저가 바뀌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양의 정보를 보다 빨리 주고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귀동냥으로 얻은 이야기라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인터넷 환경이 급속히 진보하고 다양한 데이터를 보다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새로운 솔루션이 속속 개발되는 것을 보면  예사 일은 아닌 듯 싶다.
이와 같은 인터넷의 확산은 인간의 생활 모든 분야에 엄청난 기세로 파급되고 있으며 앞으로의 추이를 짐작할 수조차 없게 만들고 있다.
도예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최근 2-3년 사이에 사이버 공간에서 조금씩 자리를 넓혀 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필자가 claypark.net의 운영과 관련하여 얻은 경험들을 바탕으로 사이버 공간에서 우리나라 도예계의 현주소를 되짚어 보고자 한다.
현재 우리나라 인터넷상에서 도예와 관련된 싸이트의 수는 30여개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며 개인의 홈페이지는 조금씩 증가하는 듯하지만 포털의 성격을 가진 싸이트는 그리 많지 않다. 도자기 제조업체들의 싸이트들이 있긴 하지만 그것도 자사의 상품소개와 구매촉진을 위한 쇼핑몰적 성격이 강한 편이다. 또한 대학의 학과 중심의 사이트들이 몇 개 있을 따름이다.
이와같이 우리나라 도예계의 사이버 공간 점유율은 아직까지 개척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되지만 발전적으로 실현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비단 인터넷상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도예계가 안고 있는 학문적 척박함과도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음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다른 학문은 차치하더라도 미술안에서의 처지만 놓고 보면 도예자체만의 학문적 인프라가 다른 장르들의 것에 비해 매우 열악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따라서 사이버 공간에서의 도예계의 현주소는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는 것이 필자 개인의 결론이며 다음과 같은 몇가지 점들을 지적하여 대안모색의 시발점으로 삼고자 한다.

첫째는 컨텐츠의 제작과 유지에 관한 점을 들 수 있다.
가벼운 홈페이지를 하나 만드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홈페이지 제작용 소프트웨어들이 시장에 넘치고 마치 종이에 그림그리듯 간단한 조작만으로 자신만의 집을 짓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으며 대부분의 포털싸이트들이 서버를 제공하기 때문에 전문적 지식이 없더라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양질의 컨텐츠 즉 얼마나 좋은 내용의 정보를 가지고 유지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claypark.net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 역시 컨텐츠의 제작이었으며 지금도 그 문제는 운영자를 괴롭게 하고 있다. 처음에는 여기저기서 자료들을 퍼다가 구색을 갖출 수는 있지만 언제까지 남의 컨테츠를 빌려서 유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 퍼올리기에 급급해서 자료의 질은 물론 오류 등을 확인하지 못하면 소위 정보의 역기능이라는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주지하다시피 인터넷의 파급효과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완전히 노출된 상태에서의 불량정보는 마치 전염병처럼 확산되어 오히려 없느니만 못한 경우도 왕왕 있다.
어느 지역의 도예가들을 소개하는 홈페이지를 들러 본 적이 있다. 물론 도예가들이 직접 만든 것은 아니고 전문업체에서 꾸민 것으로 보였는데 다완의 이름에 대한 명확한 오기가 발견되었다. 그 다완의 이름을 붙인 작가 자신이 처음부터 잘 못 알고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싸이트 제작자의 실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어쨌든 그 이름은 지금도 그 싸이트에 남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있다.

둘째는 데이터의 공유에 대한 너그러움이 필요하다.
작년 여름 몇몇 대학의 교수들과 자리를 함께 한 적이 있다. 여러 가지 대화 중에 claypark.net의 문제점과 실수에 대한 지적도 많았으며 발전적인 충고도 있었다. 그런 와중에 여러 교수들께서 가지고 계신 데이터의 공유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고 그렇게 하자는 쪽으로 진척되는 듯 하였으나 결과적으로는 큰 소출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물론 개인이 가진 소중한 자료들을 함부로 나누어 갖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인터넷의 매력은 좋은 정보를 나누어 갖는데 있지 않을까 한다. 학교에서 미처 가르치지 못했던 부분들을 사이버 공간을 통해 파급시킨다면 적어도 학교들과 지역적 특성에 따른 격차의 해소는 물론 정보의 확산에 따른 총체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데이터의 공유는 관련 학생이나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도예를 알 수 있게 함과 동시에 도예문화의 저변확대에도 일익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는 인터넷에의 적극적인 참여자세가 필요하다.
claypark.net의 경우 중고시장, 구인구직, 게시판 및 univ. park과 같이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성격에 따라 세분화시켜 놓았다. 특히 univ. park는 전국의 도예전공 대학생들을 위한 공간이다. 아직까지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특정 학교의 경우 단순한 게시판 이상의 역할은 하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univ. park은 각 대학들의 여러 가지 정보들을 담아내고 나누어 갖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실제 참여하는 사람들의 자세는 일차적인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물론 인터넷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묻거나 익명성의 장점을 이용하여 자신의 소신을 피력하는 것 등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보다 한 차원 높은 대화들이 오고 갈 수 있다면 더욱 발전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또한 싸이트를 방문할 때 그 싸이트가 가지고 있는 장단점에 대한 충고와 조언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개선되어야 할 내용이라든가 신설되어야 할 부분들에 대한 제언은 어떤 다른 투자 보다 가치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넷째는 장기적인 안목과 전문성에의 노력이 필요하다.
언론매체들의 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실이긴 하지만 작년후반기와 올해에 걸쳐 많은 IT산업체들이 도산 내지는 감량으로 돌아섰다고 한다. 소위 대박의 신화가 무너지고 발빠른 잔머리는 여지없이 벼락을 맞은 셈이다. 벤처라고 불리웠던 IT산업체의 정리는 이미 예견된 것이라는 주장과 더불어 그 이유에 대한 여러 가지 분석들이 대두되었다. 그 중 가장 괄목할 만한 것은 역시 이 글의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양질의 컨텐츠와 그것의 유지 발전이었다.
결과적으로 싸이트의 운영이 장기적인 계획아래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결론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특히 미술관련 준포털 성격의 싸이트들이 나름대로의 비결을 가지고 전자상거래까지 영역을 확대하였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도 언급하는 사람이 없다.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겠지만 amazon.com처럼 서적전문 전자상거래가 성공하였다고 모든 물건들이 온라인 상에서 팔릴 것이라는 착각이 앞서서는 안된다는 교훈이 아닐까 한다.
말초적인 흥미를 유발하여 접속회수를 늘여 세과시를 하기보다는 집중적이고 항구적인 노력을 바탕으로 전문성을 획득하지 않으면 사이버 공간에서의 존속은 불가능하다는 진리를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상의 네가지 사안들이 필자가 개인적으로 느끼고 있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우리 도예계 싸이트들이 가지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이다. 특히 작년 6월부터 시작하여 금년 3월 경에 마무리되는 유물 900여점, 현대도예가 350여명, 전승도예가 100명의 데이터베이스작업을 통해 느낀 점은 그래도 우리 도예계가 가족적인 분위기라 할 정도로 규모가 크지 않고 또 그렇기 때문에 얼마든지 네트웍을 통한 정보교환 및 교류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전승도예와 현대도예가 양분되어 각각의 길을 걸어 왔고 또 그로 인해 서로간의 이해가 부족했던 점을 해소하고 각 대학간의 커리큘럼과 작품교류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 할 수 있는 방법도 인터넷에서 찾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튼 세상은 도예를 더 이상 낭만의 울타리안에 안주하는 것을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작품과 이론에 대한 많은 노력들과는 별도로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서의 영역구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도예는 영원히 영화에나 가끔 등장하여 분위기를 잡아주는 것으로 오해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월간도예 기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