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oquent Objects 

홍성희

1.미술계의 게릴라-공예

  일찍이 예술 비평가들은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공예 재료들-점토, 나무, 섬유, 유리-로 만들어진 오브제들을 Eloquent Objects라고 명명하고 이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특히 미국에서 Eloquent Objects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행해진 다양한 스튜디오 공예/예술작업을 일컬어 사용되기도 한다. 이 오브제들은 전후 몇 년 동안 다양한 이문화(異文化)간의 현상들을 잘 반영함과 동시에 공예미학의 특징을 대중들에게 어필하면서 독자적으로 미국 예술시장을 한 부분을 당당히 차지해 나가고 있다. 이에 대해 뉴욕 필 부룩 갤러리(Phil Brook Museum)의 책임 큐레이터인 마르샤 맨하트(Marcia Manhart)는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Eloquent Objects 들은 '빵을 자르기 위해/ 물을 담기 위해 혹은, 사람들의 방한과 보호를 위해…실용적 목적을 위해 만들어 진 것이 아니다.. 그들은 뚜렷한 사상의 주제 및 목적을 내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작가의 시대 및 개인의 주장, 제의, 공표, 시대의 기록을 표현하고 이를 대중에게 설득시키기 위해 만들어진다.”

Eloquent Objects는 크게 아트 오브제와 기능적 오브제-두 가지로 구분된다. 전자(前者)는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물질과 기술의 진보를 앞세워 과학기술의 한계를 밀어내고자 하는 도전적이고 물질적인 시도다. 반면, 후자는 평범한 생활 속에서 발견되는 날카롭고 뚜렷한 정치-사상적인 면 혹은 정신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Eloquent Objects를 제작하는 공예가들은 항상 언제 울릴 줄 모르는 경계경보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왜냐하면, 현대 미술에서 공예의 지배영역은 뜻하지 않은 위험과 부비트랩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이래로 아방가르드 (Avant-garde)를 비롯한 많은 사조들에 싫증을 느낀 현대 미술의 비평가들이 날카로운 칼날" 세우며 미술계의 게릴라-공예의 특이한 불안정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회화를 비롯한 비공예적인 조형에 열렬한 환호를 보내던 화상들 조차 현재 비공예 영역의 형식들이 너무나 지루하고 지나치게 상업적인 면에 치중해 있다는 데 동의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아직 까지는 공예 예술 정신이 아직 비오염적이며 비타협적이기 때문에 미술영역의 변두리에서 그 영역을 점차 확장해 가는 공예-도예, 섬유예술, 유리조형, 금속조형과 목조형 등-의 고유성이 점차 많은 비평가와 대중의 관심 대상이 되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이다.
필자는 앞으로 이어질 글에서 장애-공예계의 고질적 문제점, 개선책, 그리고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 공예의 아름다운 도전에 대해 언급 할 것이다.    특히 복잡 다단하게 얽혀 있는 공예계의 여러 문제들을 나열함에 있어 이들을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해 포장하지 않을 것임을 미리 밝혀둔다. 또한 필자는 앞으로 이 글을 읽는 이들이 공예계의 여러 문제들이 아직은 모순적이고 부끄러운 현실 속에 존재한다는 점을 먼저 이해해 주기 바란다.
 우리가 사용해온 “공예”라는 용어의 사용과 범주는 극히 인위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우리가 공예의 분류들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도 주의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이에 대해 3.공예비평에서 부족하게나마 다루게 될 것이다. 따라서 ‘공예’라는 용어의 사용은 보다 명확한 범주와 정의가 필요하다. 만약 우리가 예술과 공예의 중간지대에 선 채 이에 안주한다면 앞으로 영원히 비공예 영역을 누르고 학문적 혹은 미학적인 우세를 얻지 못할 것이다. 공예 속에서 우리의 문제가 분류 불가능할 지라도 명확한 분류를 위한 시도는 반드시 시작되어야 한다.

2.공예의 위상

미술계에서 1950년대 추상표현주의의 등장은 새로운 시대의 개막이자 도전을 의미했다. 이러한 새로운 정신과 시도는 팝아트(Pop-Art)와 미니멀니즘(Minimalism)을 통해 계승되었고, 다원론적인 시대를 맞이하여 이제 우리는 neo-and와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발 빠른 변화 속에서 공예는 어떻게 변모해왔을까! 과거 공예 개념은 철저히 실용의 측면에서 접근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공예가 철저히 왜곡되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예는 역사/정신학적으로 볼 때 “예술의 근원”임이 분명하다. 우리는 고대인들의 유물-그들의 공예품 속에서 실용과 예술이 공존하고 있음을 쉽게 발견 할 수 있다. 이처럼 공예는 실용과 미의 기준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잣대로만 저울질 되어왔다. 이러한 오류는 실용이 마술과 같은 매력을 발산함으로써 우리의 눈을 현혹시켜왔기 때문이다. 이 즈음에서 우리는 이제 공예 속에서 미의 의미가 재탄생 되고 있음에 주목해야만 한다. 가장 뛰어난 시도는 서구 바우 하우스(Bauhaus)의 탄생이다. 그러나 1950년대 이후, 이 중대한 시도는 서구 미술 이론가들에 의한 순수미술의 오래된 관습적 폐해 등의 장애에 부딪히거나 상업적(商業的) 이익구조에 맞물리면서 그 의미를 제대로 평가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천천히, 그렇지만 점점 가속도를 붙여가며 소위 순수예술이라고 불리는 회화와 조각과 공예의 사이의 경계는 점점 붕괴되고 있다.
)의 탄생이었다. 그러나 1950년대 이후, 이 중대한 시도는 서구 미술 이론가들에 의한 오래된 관습의 폐해에 부딪히거나 상업적(商業的) 이익구조에 맞물리면서 그 의미를 제대로 평가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천천히, 그렇지만 점점 가속도를 붙여가며 소위 순수예술이라고 불리는 회화와 조각과 공예의 사이의 경계를 점점 허물고 있다.
그러면 이제 어떤 것이 미술과 공예를 명확히 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우리의 현실 속 작품들에게서 찾을 수 밖에 없다. 이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재빠른 전략과 스타일로 떴다 사라지는 일시적인 작품은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이제는 예전에 사용되던 고리타분한 분류들을 깨뜨려야 한다. 새로운 생각과 기준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예술과 공예의 사이의 상이한 차이를 더욱 명확히 부각시킬 것이다. 그것은 상위범주로 인식되어 온 "순수예술"과 하위범주로 간주되어 온 "공예매체로써 예술"을 재정립해야 함을 상기시킨다. 과거의 예술과 공예를 구획 짓던 관습은 “양자택일-흑백논리의 산물”일 뿐이다. 이제 그러한 용어는 재빨리 청소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의 현실 속에서 공예는 미술시장에서 주요 사업에서 밀려나 있거나 열등한 위치에 서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가 원하는 것은 좀더 강렬한 공예운동, 나아가 미술변혁의 시작이다. 그것은 전통적인 공예와 일명 순수예술 사이의 구획이 아니라 이들이 점차 흐려지고, 겹쳐지고, 합병되어지는 것이다. 결국 하나로 통합되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미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너무나 미약해서 거창한 미학적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데 실패 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도는 계속되어야 하며 지속적 추진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예술과 공예는 미(美)라는 아우라 속에서 하나의 가족이다. 사람들은 흙으로 작업하면서도 회화를 넘나들 수 있으며, 자신이 작업에 예술의 모든 영역을 시도 할 수 있다. 이것은 세계적 추세이며 세계미술시장은 그러한 시도를 두 팔 벌려 환영할 것이다. 만약  이러한 추세를 거부하는 예술가나 비평가가 있다면 그들은 당연히 퇴출 되어야 한다. 그러나 공예와 예술의 경계를 허물기에 앞서 필자는 시급히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를 촉구한다. 첫째, 공예와 비공예 영역 모두 충분히 생산적인 풍자 혹은 비평의 대상이 되어 정화의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둘째, 오랜 시간동안 공예의 좋지 않은 부분이 비정상적인 편견에 의해 진행되어 왔다. 이제는 공예에 대한 가치를 회복하고 나아가 회화와 비공예 조형에 대한 왜곡된 진실들을 밝혀야만 한다.
 현재 우리의 공예계는 독창성의 부족, 남의 작품에 대한 지각 없는 인용, 자신들의 작업을 자신들이 높여 인식하는 일종의 자만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이들이 해결되어야만 명확하고 투명한 공예/미술시장을 만들고 더 나아가 예술품 판매를 촉진시켜 우리가 그 이익으로 다시 발전된 작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또 하나, 우리 공예가들이 가지고 있는 병폐 중의 하나는 지나친 관념주의에 빠지거나 예술로서의 공예를 강조한 나머지 시장의 요구를 철저히 무시하고 너무나 개념화에 몰두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순수 예술 분야-사진, 옵셋판화 등은 화상들과 작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 덕분으로 대량화에 성공하였고 이러한 성공은 또 다른 성공의 밑바탕으로 활용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공예는 표현의 성실성, 독창성 등 공예의 본래적 가치들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이를 요약하자면,

                      1>공예와 순수예술은 하나다:그것은 단지 아주 작은 차이일 뿐  이다. 훌륭한 공예품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공예품은 훌륭한 예술품이다.
                      2>공예와 순수예술은 자리를 바꿔왔다. 예를 들면 회화는 중산계급이상의
                          전유물이었으나 도기(陶器)는 계급 구별 없이 사용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공예가 가지고 있는 복잡다단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비공예 영역-회화 및 조각분야에서 그 해답을 찾으려 노력한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우리 공예계의 현실을 더욱 암담하게 만든다. 예술매체로서 공예는 순수예술-즉, 회화와 비공예 조형과 다른 특유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시도는 아직 일반화 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진보적 예술을 위한 시도는 개인의 노력과 이를 수용하는 주변인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결국 우리 모두의 몫이다. 필자는 예술을 바라보면서 극히 전통주의자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개념적 형식/사조, 재료 등이 예술이 보다 구체적으로 인간적 경험들을 축적/ 표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공예 오브제들은 비공예 영역의 주요 주제였던 사랑, 위트, 격노 등 인간의 원초적 오감을 자연적 재료를 통해 자유롭게 표현해왔다. 그러나 공예가들은 순수 예술가들과 다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그들은 사회와 작업의 전후관계를 살펴보는 일, 생활과 작업의 경제적측면에 계속적으로 촉각을 세워야만 한다. 필자는 공예계에서 소수 계층만을 위해 제작되는 작품들이 미술계의 알력과 자본에 의해 급속한 오염을 겪고 있음을 직시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머지 않아 공예는 과거 퇴락한 예술을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군림 할 것 이다. 공예는 모든 예술의 어머니이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갖게 될 공예의 위상에 도전할 다른 예술은 아마 없을 것이다.

3.공예 비평

만약 누군가가 공예 비평의 역사나 결과물에 대해 언급하라고 한다면 사실 그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비공예 영역에서 행해지던 과대선전, 포장기술, 기술적인 요소가 공예비평에도 도입되어 일부 사용되고 있으나 그 전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우리 현대 공예계에서 일부 목소리를 높이고자 시도하던 소수(小數) 조차 이제는 말하지 않는다. 다른 영역도 마찬가지겠지만, 공예비평에서 “어떤 것은 반드시 옳지않다”고 하는 맹목적 배척과 “이것은 언제나 이래왔다”고 치부하는 선험적 지식의 일반화는 가장 위험하다. 또 하나, 공예비평에서 퇴출 되어야 할 것은 대상에 대한 불완전한 이해를 완전한 것처럼 속이는 눈가림식 비평 태도이다. 이것은 시각적인 예술 비평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서구예술비평은 다양한 비평기술, 다층적인 평가, 그리고 철학이 혼합되어 형성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예술비평의 방법들은 그리 창조적이지 않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자본주의에서 파생된 진보된 과대선전전략, 포장기술, 마케팅이 상업적인 관심과 급속히 결합되면서 우리의 미술 비평계는 삼류 비평가들에 의해 남발되는 영감이 없는 언어 관습, 의미 없는 공허한 말들로 채워지게 되었다. 짧은 역사 임에도 불구하고 공예비평 역시 예술비평의 비긍정적인 상황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들을 둘러싼 불친절하고 불만스러운 환경 속에서도 일부 진보적 비평가들은 적절한 예술비평의 기준을 제시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현재 공예의 화두를 정확히 짚어내기 위한 모델들을 적게나마 제안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의 공예비평은 진부한 용어사용에 대한 폐해의 영향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비평은 항상 살아있어야 한다. 비평은 명확한 입장과 근거를 통해 이루어져 하며, 반박 없는 비평은 ‘사망신고를 앞둔 시체’와 같다. 따라서, 비평가는 항상 시대적 조류를 읽어내기 위한 예민한 감성을 견지하고, 때로는 동료 비평가들과 작가들로부터 날아드는 날카로운 채찍질을 견뎌야 한다. 물론, 비평은 진공상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결국 비평은 다른 사람들의 예술 생산물을 대상으로 하여 다른 사람들-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쓰여지기 때문이다.
하나의 비평서가 출판되어지기까지는 여러 복잡한 요소들이 개입된다. 왜냐하면 인쇄/출판시장은 많은 사람들-출판인, 기자, 광고인들-의 이익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술출판사정은 그리 비평가들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이 과정에서 비평가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노동의 대가는 무시되기 일수이다. 만약 이 노동의 대가를 언급하기라고 할라치면, 그들은 곧잘 돈에 매수되거나 탐욕으로 가득 차 있고 타락한 지식인으로 취급당한다. 어느 직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적절한 임금은 마치 기계에 오일을 치는 것과 같다. 미술계에서 조차 예술가들이 그들의 생산물 통해 재화(財貨)를 얻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지만, 비평가들의 노동은 그저 미(美) 추구를 위한 맹목적 봉사로서 남아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비평은 예술을 정화(情化)시킨다. 아이러니한 것은 재화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러한 비평이 미술시장에서 새로운 상업적인 가치를 생산하는 데 적극 이용되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술비평은 아주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으며 예술가의 재화창출을 도와주었다. 또한 미술시장의 매매상과 수집가들간의 활발한 거래를 부추켜 왔다. 결국, 모순적 이게도 비평 그 자신은 극히 가난하면서도 주변인에게는 많은 부를 안기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비평가들은 예술의 영역에서 무수히 사라지고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오브제의 존재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비평가들 역시 간혹 편견을 갖게 하는 경험, 역사적인 지식의 왜곡 혹은 부족, 이해관계등에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이들은 이 세상 모든 인간들이 겪는 오류이며, 비평가 역시 예외 일 수 없다. 비평가들은 이러한 잘못된 오류를 배척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각하고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일반인들과 다를 뿐이다. 만약 미래에 그들의 비평이 분석적이며 발전적인 태도를 견지한다면, 그 때 우리는 정말 미학적 가치, 경제적 가치, 사회적 가치가 어우러진 올바른 예술비평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만약 우리의 예술비평이 지금과 같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지 않다면, 우리는 공예비평에 논하지 않아도 될 지도 모른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특히 공예 비평가들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이 회화나 비공예 조형의 비평가들보다 좀더 어렵다라는 점이다. 공예비평은 다른 비평들과 달리 재료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공예 비평가들은 다른 비평가들보다 더 많은 어려움과 노력이 필요하다. 공예비평가들 역시 다른 매체의 비평가들처럼 언어 구사에서 오는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예술과 공예는 극히 시각적이고 자유로운 의미의 전환이 가능하지만 언어는 비유동적이다. 또한 우리는 아직 공예비평을 위한 독자적 화법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우리에게 공예는 분석적으로 접근하기에 아직은 시각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분야이다. 일부 공예비평가들 중 몇몇 선구자들은 우선 장식적인 미술을 양식화별로 분류하고 이를 정리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는 공예비평을 시작함에 있어 객관화된 시각을 가지고 현 공예를 이해해야 한다. 그 동안의 그릇되고 혼동된 지배를 청산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우선과제다.
이제 우리는 여태까지 현재 공예라고 불려지던 것들과 다른 개념으로 우리의 새로운 공예를 불러야만 한다. 공예가들도 우리가 겪어온 약자로써의 설움을 떨쳐버리고 약자근성을 박멸해야 한다.
우리는 여태까지 공예를 단지 수공예품이라는 용어로 한정해서 사용해왔다. 이제 우리는 산업혁명이전의 전통적인 공예개념과 독특한 공예재료의 특성, 공예가들의 놀라운 기술들에 대해 집중하고 가치부여 해야 한다. 과거의 수공예품들은 가난하고 교육 받지 못한 하층민들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이제는 대학이나 미술학교에서 전문적으로 교육 받은 전문가들에 의해 도예, 섬유, 유리공예, 제지, 금속공예 등의 이름으로 제작된다. 이것은 과거와 달리 그들의 작업이 숙달된 기술과 학문적인 접근의 결과물임을 의미한다.
수공예와 같은 극히 이상적인 공예는 새로운 형식이나 생각이 결합되는 데 있어 제한적이다. 특정한 재료와 기술적 전통 등 공예가 가지고 있는 특징들과 더불어 공예의 특징인 기능과 장식은 작가의 지적표현을 제한하는 일종의 장애가 되곤 한다. 그러나 이 실용과 장식은 비공예 영역과 확연히 구분되는 특수한 시장을 형성시켰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공예시장을 갖춘 미국을 예로 들면, 첫번째, 가장 대중적인 시장은 각 지역에서 열리는 공예 박람회와 공예 전문숍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공예품들은 우리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둘째, 사이버 상의 공예 갤러리들이다. 이들은 오프라인의 상점들이 구비하지 못한 특색 있고 독특한 아이템들을 가지고 한층 높은 가격과 서비스로 대중들을 공략한다. 그리고 이 사이버 상의 시장들은 오프라인 회화, 조각 등 비공예 조형의 물량공세에 그래도 덜 영향을 받으며 매매상들과 판매자들에게 오프라인보다 좀 더 나은 가격으로 상품을 제공한다. 그렇지만 이것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모두를 합친다 하더라도 기존의 예술시장에 비해 아주 작은 규모일 뿐이다. 그러나 이들의 발 빠른 성장은 기대해 볼 만 하다.

4.공예의 문제제기

왜 우리는 예술과 실용을 구별해왔는가?  예술과 공예 사이를 형성하는 유력한 구별기준이 있는가? 왜 공예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왜 순수미술이 사용되는가? 수공예와 기계에 의한 기성품의 가치판단기준은 무엇인가? 만약 손으로 만든 오브제와 기계가 만든 오브제 두 가지가 사실상 동일하다면 현실상의 인식차이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아직 공예는 순수미술에 비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아직도 손에 의존하는 작업, 즉 수공예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일정의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끈기와 인내가 필요하다. 따라서 그들은 하나의 상품을 만드는데 많은 시간을 요하고 대량생산 비해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없으므로 공예가들은 열심히 일하지만 여전히 가난한 악순환을 벗어날 수 없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육체적인 노동은 하등한 것으로 간주해왔다. 육체노동보다 지적 노동자들이 더욱 높게 평가 받아온 것 역시 사실이다. 이것은 지난 시대의 시대착오적인 편견이다. 필자는 그렇다고 해서 우리자신의 작업행태를 낭만적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결국 지나친 자기합리화와 안주는 우리의 작업을 진부케 하고 우리의 창조정신을 후퇴하게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공예 박람회와 상품판매를 위한 갤러리들이 존재하지만 공예시장은 아직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만약 누군가가 수공예만의 매력이 존재하며 그것만으로 대량생산에 의한 상품들과 차별화 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임을 깨달아야 한다.

5.공예계의 남겨진 과제들

예술 오브제와 공예를 어떻게 분류 할 수 있을까? 왜 우리는 이러한 작업의 분류를 원하는가? 대중의 이해를 도와 판매를 촉진시키기 위해서? 학문의 증진을 위해? 필자는 왜 공예 와 예술가 하나가 될 수 없는지에 대해 오래 전부터 의구심을 가져왔다. 만약 이들이 하나가 될 수 없다면 도대체 우리 중 어떤 사람들이 이 분류들을 폐지하길 원치 않는가?
이제 더 이상 이러한 이분법적 논리분류는 공예계를 비롯한 우리 미술계에 필요치 않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과 통합에 앞서 우리가 개혁해야 할 대상이 예전에 어떻게 정의 내려졌고 분류로 되었는지 반드시 이해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과거의 반성과 정립 없이 우리는 완전히 새롭고 진보한 개념을 창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각적인 생산품으로써 공예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이제 더 이상 과거의 오래된 훈시와 개념은 필요하지 않다. 이제 공예는 순수예술이 점거하던 모든 기득권을 쟁취할 준비를 끝냈다. 그러나 과거의 오래된 정의와 편견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오래된 것일수록 매우 안정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생각과 개혁은 항상 고통스럽기 마련이며, 공예계도 이러한 과정을 겪어야만 한다..
많은 공예가들이 수공예 방법을 통해 그들의 상품들-스카프, 벨트, 초, 보석함, 지갑, 컵, 양념통, 주전자, 꽃병 등-을 만들고 그들을 통해 이익이 발생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 상품들의 대부분들은 극히 평범하고 지루한 것들 뿐 이다. 또한 대량생산을 통한 기성품들보다 오히려 높은 가격이 책정되어 있고 그렇다고 그에 비해 높은 품질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 때문에 그나마 유지되던 소수 구매자의 소비욕구마저 위축되게 만들어 버리기 일수다. 그들은 터무니없는 높은 가격에 대해 그들의 작품이 대량생산에 의한 기성품보다 훨씬 더 미학적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진짜 그럴까? 우리 공예품, 특히 도자기들의 색은 이상하게도 압도적으로 갈색이다. 아니면 무미건조한 붉은빛/ 푸른빛이다. 물론 가끔 필자는 미술시장에서 훌륭한 예술가 혹은 숙달된 기능공들에 의한 훌륭한 작품들을 발견하곤 하나 대부분 곧 시장논리에 적응하지 못하고 어느새 사라지곤 한다. 또한, 우리 공예계는 상품을 통해 이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 취미공예 수강 등으로 인한 수입에 의존하여 작업장을 영위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양태로 점차 흘러가고 있다. 게다가 우리 공예 전시는 점점 비공예 영역의 전시형태를 그대로 답습해 그치고 있다.
우리 공예계는 빨리 탈바꿈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예에 대한 시장의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시장의 매매상과 소비자들은 공예를 순수예술-회화, 조각등에 비해 한 단계 낮은 것으로 인식하고 흥정하여 거래해왔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매매상들 사이에서는 공예는 그들의 수입을 개선해 주지 못한다는 인식이 자리잡게 되었고 이들로 인한 공예품의 수요창출은 점점 멀어져 갔다. 이러한 악순환은 공예시장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몇몇 재능 있는 공예가들과 공예의 상품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화상들 사이에서 일종의 재정적 지원이 가능하게 되었으나 작가들은 이러한 재정원조가 잘못하면 작가들에게 치명적인 독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다. 즉, 미술시장의 재정원조는 예술가들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고 이를 통해 진보적인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기본 환경을 제공해 주고 용기를 북돋아 준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예술시장은 너무 상업적이기 때문에 공예가의 창조적 자유를 침해하는 무기로 돌변할 수 있다.
공예가에게나 순수예술가에게나 자신의 작업을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은 힘들고 외로운 과정이다. 그러나 한가지 다행인 점은 사람들의 생활의 질이 나아질수록 미술시장, 특히 공예시장의 발전 가능성은 무한하다는 점이다. 예술시장이 좀더 활발해 지려면 공예비평이 반드시 활성, 수반되어야 한다. 예술성만을 강조한 나머지 공예도 예술도 아닌, 한마디로 제 색깔을 가지지 못한 작품들 역시 이제는 신랄하게 비판 받고 퇴출 되어야 한다. 공예가들은 자신들이 만든 공예품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들은 소비자가 주전자에서 물대나 손잡이가 떨어질 거나 화병에서 행여나 물이 샐 것을 염려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공예는 항상 변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공예가 가지고 있는 실용과 장식이 경시의 대상이 되어서도 안 된다. 공예에서 실용을 제외한다면 그것은 모호한 상징성으로 이어지고 이는 미학적 가치를 상쇄시킨다. 
공예는 실용 오브제이면서 동시에 예술 오브제다. 이것은 다른 매체가 가질 수 없는 대단히 강력한 특징이다. 만약 공예가들이 실용과 예술성의 창조적인 결합을 항상 염두에 두고 제작에 임한다면 우리가 꿈꾸는 긍정적인 미래가 반드시 불가능한 것만은 아님을 필자는 강력히 믿고 있다. 이미 그것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