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도예를 「이것도 도예인가?」라고 생각하는 당신에게

글: 河村章代

역: 박수아

 도예는 오랜 시간 항아리나 다완, 접시 등의 기물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던 예술표현의 한 장르이다. 그러나 현대에는 반드시 그러한 기능성으로 직결되지 않는 도예작품도 존재한다. 그런 작품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이것은 어디에 쓰이는 것일까?」「이것은 뭘까?」라는 의문을 갖게 할 것이다. 「이것도 도예인가?」라고 놀라는 것도 예상되는 반응이다.

  이것은 종래의 도예작품이 식기나 다도구 등 실용성이 높은 미술공예품과 깊이 연결되어 「도예작품=실용품」이라는 이미지가 정착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도예작품의 기능성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고정관념을 극복하여 기능성을 배제한 도예작품을 「그래, 이것도 도예작품이지」라고 이해하기 위해 어떤 점을 생각하면 좋을 것인가?

 「도예」라고 하는 표현예술의 특질은 무엇인가? 당장 머릿  속에 떠오르는 것만으로도 형태, 모양?장식, 소재, 기능성, 내포하는 공간 등의 다양한 포인트가 있다. 더욱이 흙이라는 소재에 주목하면, 그 소재감은 물론 손으로 직접 제작이 가능하다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고 성형-건조-소성이라는 제작과정의 기본적인 흐름 안에서 야기되는 문제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으로부터 제기되는 문제점을 고민하는 것이 오늘날의 다양한 현대 도예와 마주설 때에 필요한 것이며, 「왜 이것이 도예일까?」라는 질문을 해결하는 열쇠가 되지 않을까. 따라서 그러한 문제를 의식하면서 작품을 대할 때 비로소「도예=식기」라는 믿음으로부터 탈각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현대도예」의 원류는 2차대전 직후 교토에서 결성되어, 실용성에서 분리된 도예작품을 추구했던 소데이샤(走泥社)에 의해 시작되었다. 소데이샤는 기법과 양식의 전승이 중시되는 종래의 도예에 반발하고, 새로운 도예의 창조를 목표로 하여, 1948년에 야기 가즈오(八木一夫), 스즈키 오사무(鈴木 治), 야마다 히카루(山田 光)등이 결성한 단체이다. 흙을 반죽하고 굽는다고 하는 도예의 기본 원리에 입각하여, 기능성을 부정하고 조형성을 추구하였던 것이다. 그 배경에는 현대미술의 다양한 사상?운동이 존재하였다. 소데이샤는 1954년 야기 가즈오가 개인전에서 발표했던 「자무자씨의 산보」에 의해 조형표현으로서의 도예, 즉 「오브제야키」라는 용어를 확장시켜 가게 되었다.

 미술용어로서의 「오브제」는 20세기 초두의 미술운동 즉 다다이즘이나 초현실주의에서 「물체」(오브제) 라는 개념을 발견함에 따라 태어난 용어이다. 대표적 예는 마르셀 뒤샹이 출품했던 「샘(fountain)」이다. 이것은 물체가 가진 본래의 의미를 배제하고, 물체 그 자체를 보는 것이다. 요컨대 변기를 「배설용의 器」가 아닌 날씬하게 빠진 선을 가진「하얀 器」로 본 것이다. 이 「물체 자체의 발견」은 20세기 최대의 예술적 발견의 하나이고, 이후의 예술관을 변혁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이 개념은 도예작품도 기능성을 배제하고, 하나의 물체로 환원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야기 가즈오는 다완이나 접시도 오브제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실용품이라도 그 형이나 모양을 (물체로서의 도예품을) 눈으로(현상적으로)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에서이다.

 일본의 도예 사상 처음으로 기능성을 배제한 입체조형으로서의 도예, 순수한 현상예술로서의 현대도예가 시작되었다. 현상적으로 감상되는 것은 단지 조형(형태)만이 아니다. 그 표면도 현상적으로 파악되는 것이다. 그것은 장식이나 모양일 수도 있고 색채나 소재감, 유약 또는 균열이나 깨어진 상태일 수도 있다. 그것들은 그 도예작품의 조형성과도 밀접하게 얽혀있는 것이다.

 그런데, 입체조형으로서의 도예작품 등을 「클레이워크」라고 부르는 입장이 있다. 클레이워크란 「흙 작업, 작품」이라고 하는 의미인데 이 단어는 1962년 말경 미국에서 개최된 전람회 타이틀에 처음 사용되어졌다고 전해진다. 그 때까지는 ceramic, sculpture, ceramic sculpture 또는 pottery 라는 말이 사용되었다. 이 말들은 실용적인 기물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반대로 클레이워크는 넓은 의미에서는 흙 또는 흙을 주체로 한 기능적인 작품과 조형적인 작품 모두 포함한다. 흙에 주안점을 두고 있으면서, 소성하지 않은 작품도 언파이어(unfire)라고 부른다. 요컨대, 클레이워크는 도예의 기능성이나 조형성이라고 하는 면이 아니라 좀 더 근원적인 「흙」이 가지고 있는 성질과 그 가능성을 표현했던 것이 아닐까.

 1970년대에는 흙과 불이라고 하는 도예에 빠뜨릴 수 없는 두 개의 요소 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조명하는 작가들도 등장하였다. 결과로서의 도예작품보다도 흙과 불이 결합하는 과정을 중시하고 불이 물질을 변용시키는 의미, 흙과 인간과의 관계적 의미를 생각한 결과 종래의 도예관과는 다른 언파이어의 작품이나 흙 이외의 물질을 불에 구운 작품이 나오게 되었다. 이 배경에는 개념미술이나 대지미술(earthwork), 모노하(物派)의 활동 등의 영향이 있을 것이다. 결국 이 시대에 이르러 조형으로서의 도예의 가능성이 한 층 넓어졌다고도 할 수 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 작품의 대형화, 또한 인스탈레이션화가 나타난다. 이것은 현대도예에 제한된 것이 아닌 현대미술의 성향에서 보여졌던 것이다. 이 시기는 도예표현의 가능성이 다시 한 번 확장된 시기였다. 제작 수단으로서 「흙」이 단순히 선택되는 경향도 나타나고, 그 이전의 작가들이 가지고 있었던 「흙」이라고 하는 소재에 대한 특별한 의식없이 제작된 작품도 등장하였다.

 말할 것도 없이 도예는 소재를 「흙」으로 한정하고, 또 제작과정도 기본적으로는 제한되어 있다. 종래의 틀에 맞추는 것에 구애받지 않는 제작이라고 한다면, 플라스틱이나 나무여도 문제는 없다. 흙이라고 하는 소재를, 그리고 성형?건조?소성이라고 하는 시스템을 선택한다는 것은 매우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1990년대가 되고, 소재와 과정을 한정한다는 의미가 정착했다. 「소재와 자신의 연결(회로), 즉 표현의 출발점이 되는 『흙에서 도자로』의 과정의 안에서 나온 표정을 찾는 것을 제작의 정점으로 삼으려고」하는 것이다. (가네코 겐지)

 이번 전람회에서는 고치현 출신 현대도예계의 중진 야나기하라 무츠오를 중심으로, 현재 활약하는 14인 도예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고치현립미술관은 올해 개관 10주년이지만 현대도예전을 개최하는 것은 처음이다.

 출품작가에 대해서는 출품작품을 중심으로 간단히 소개하겠다. 주로 사용하는 기법이나 표현은 다양하지만 저마다 독창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작가들임을 전제한다. 만약 당신이 도예에 대해 무언가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면 그것을 일단 버리고 작품 앞에 서보기 바란다. 그리고 제한없는 표현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흙」과 작업과 대화하기 바란다. 반드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것이 보여질 것이다.

히데노리 이즈미

 

시간, 공간 1995#1 ø300, 1995  

 

히데노리 이즈미의 작품은 스케일이 크다. 시간, 공간, 우주를 테마로 한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작가자신의 말에 의하면, 「우주의 신비와 아름다움, 그리고 생명이나 물질의 기억과의 만남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검고 둥근 도토를 한면에 깔아놓은 작품은 전시공간까지도 작품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검은 도토가 무수히 퍼져있는 것은 연속한 시간이나 공간의 일부를 잘라낸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원형으로 설치되어 있는 것은 둘둘 감아서 영원히 이어져 가는 시간과 공간을 드러낸다.

가츠마타 치에코

 

 무제 33.5×31.0×28.5, 2002

 

가츠마타 치에코는 식기 등의 그릇과 이번에 출품된 오브제 모두를 제작하고 있다. 식기를 만들 때 쓰기 편리함을 생각하는 것을 시작으로 형을 다시 보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오브제 제작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작가는 대학에서 건축을 배우고, 프랑스로 가서 공업디자인을 공부했다. 이 곳에서 도예를 접하게 되었고, 그 중에서도 생활용기로서의 그릇의 가능성에 주목했다고 한다. 이러한 경력이나 북유럽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심플하면서도 강한, 동시에 깔끔함과 세련됨을 갖춘 작품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고이케 쇼코

 

 작품-S⁹-4 40.0×62.0×62.0, 1997

 

고이케 쇼코는 수면에 비추어진 푸른 하늘을 굽고 싶다는 생각으로 유리질 유약을 바른 테이블을 만들었으며 그 수면에 조개가 나타나고 다시 식기가 되어 갔다고 한다. 그림의 모티브로부터 형 그 자체로 변화하여 간다고 할 수 있다. 머지않아 표면에 뿔이나 주름 등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조개껍질을 추상화한 것과 같은 표현이 되어 간다. 물레나 핀칭으로 성형된 형은 그 후에도 조금씩 다양한 변화를 되풀이하고, 움직임의 조형이 되어 간다.

 그릇이라는 내포하는 공간을 가진 내측으로의 힘과, 표면 벽의 외향적 힘의 조형이 재미있다. 이제까지의 작품에는 「그릇」 또는 「Shell」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왔으나. 지금은 Shoko, Shell, Swing, Space, Sea...라는 다양한 의미를 포함한 「S⁹」라고 붙였다. 하나의 작품이 보다 커다란 세계로 인도되는 듯한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사이토 토시쥬

 

archetype 79911 225.0×180.0×180.0, 1997

 

사이토 토시쥬는 고치현에서 태어났으나 실제로 자란 곳은 도쿄이다. 그러나 초등학생 때부터 매년 고치에 와서 방학을 보냈다고 한다. 자연이 풍부하게 있는 고치에서 지냈던 시기는 단기간이었지만 훗날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듯하다.

사이토의 작품은 여러 가지 형의 도판을 연속시켜, 하나의 형태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처음에 전체의 대략적인 구상을 생각하고, 거기에서 도판의 형을 나누어 만들어내는 것에서 제작은 시작된다. 하나의 도판은 제작 과정에서 변용되어 가고, 완성할 때까지 형은 결정되지 않는다. 게다가 바로 옆의 도판과 연결되어가며, 그것이 최후의 도판까지 계속해서 이어진다.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그것들을 묶어 작품을 완성한다. 전체를 단순히 분할하고, 부분을 만들어 재구성하는 방법과는 전혀 반대로, 부분이 점점 증식해 가고, 이윽고 전체로 집결한다고 하는 것이다. 중후한 작품이지만, 어딘가 경쾌함도 느껴지는 작품이다.

시게마츠 아유미

 

Inner Space 40.0×35.0×37.0, 2002

 

시게마츠 아유미는 90년대에 「뼈의 귀」시리즈로 대표되는 단일체 오브제작품을 제작했다. 그것은 뼈의 질감을 가진 표면과 다양한 색채, 그리고 부드럽고 유기적이며, 기묘하고 불가사의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뛰어나게 아름다우면서도 심플하고 강력한 조형성도 갖추고 있다. 그 형태는 360도 돌아가면서 볼 때 더욱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형태는 직접 흙을 반죽하여 모델링을 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고 한다. 모델링을 기반으로 성형한 후 표면을 연마하고 색화장 등을 입히고 광을 내는 것으로 독특한 색채와 질감을 낸다.

90년대가 끝날 때부터는 내측을 보여주는 작품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내측=내부공간은 도예특유의 특징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표면이나 조형이 외측의 표현이라고 하면 그 양방을 보여주는 작품은 다시 도예의 조형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다시마 에츠코

 

Cornucopia02-? 94.0×74.0×55.0, 2002  

 

다시마 에츠코는 초기에는 주로 식물에 모티브에 초점을 맞추고 유기적이고 신선한, 그래서 1980년대의 경향의 하나가 된 대형작품을 인스탈레이션적으로 전시하는 수법으로 작품을 발표하여 왔으나, 1980년대 말경부터 90년대 초두에 걸쳐 조금씩 변화가 보이기 시작한다. 유기적인 형태는 변하지 않았으나 색채나 장식은 억제되고 강력하고 무게감을 느끼게 하는 형태로 변해 현재처럼 세련된 형태, 엷은 색채의 작품이 되었다.

이번에 출품된 「cornucopia」시리즈는 유리와 도자를 접목시킨 작품이다. 유리와 흙이라고 하는 다른 소재를 접목하여 질감과 유기적인 조형, 엷은 색조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츠즈미 노부코

 

 좌: 상자에 들어간 잉어, 97.0×54.0×30.0 중: 없다없다토끼, 93.0×50.0×40.0, 우: 꼬마천사와 황용, 107.0×34.0×35.0, 2002

 

츠츠미 노부코의 작품은 구체적인 사물과 밝은 색채가 특징이다. 물고기나 팬더 등의 동물, 용이나 인어 등 상상 속에 사는 물체를 모티브로 한 작품은 낯설지 않다. 그러나 그것들은 오키모노(역주: 응접실 등에 놓아두는 장식품)와 같은 점잖음이나 현실감 없이 변형되어 화려한 색채를 두르고 무엇인가 말할 듯한 표정으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오사카와 고베 사이를 중심으로 퍼블릭 아트적인 작품제작도 하고 있으나, 어느 것이든 전술한 것 같은 가공의 동물이 무언가 이야기의 한 장면을 연기하고 있는 것 같은 떠들썩함이 느껴진다. 현대의 도예는 실용품에서부터 단계를 밟지 않고 급하게 건너 뛰어버린 감이 있고, 그것이 난해함을 초래한다는 감도 있으나, 구상성이나 서술성이 미술로의 접근에 있어 필요한 요소의 하나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의 작품은 미술로서의 도예에 접점에 들어서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나카시마 하루미

 

 고투하는 형태 K-2 99.5×70.0×56.5, 2001

 

나카시마 하루미의 작품의 특징은 둥근 구가 몇 개인가 쌓아 겹쳐져 증식된 것과 같은 형태와 그 표면에 있는 푸른 색 도트(dot)모양이다. 「고투하는 형태」시리즈는 조형과 장식의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무슨 이유의 도트인가」라고 물으니, 한 순간 표면의 도트를 완전히 지웠다고 한다. 이렇게 표면의 장식을 없앴을 때, 다시 조형성과 대면하게 되고 보다 강력한 형태로 연결되었다고 한다.

2001년 말부터 다음 해 3월까지의 네덜란드, 유럽피안세라믹워크센터 연수에서 나카시마는 자기에 의한 제작에 몰두한다. 자기는 도기에 비해 주저앉기 쉽고, 생각한대로의 제작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번에는 자기에 의한 코일링의 신작을 포함한 5점의 「고투하는 형태」가 출품되었다. 둥근 구체와 도트의 표면은 친해지기 쉽고 한 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 임팩트를 가진 작품이다.

니시무라 시게루

 

등벽 300.0×130.0, 2002  

 

니시무라 시게루는 교토시립미술대학을 졸업 후, 초대학장인 나가사키 타로우의 소개로 아키시로 옮겨 도예활동을 시작하고, 이후 고치현을 대표하는 작가의 한 사람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키시에는 에도말기부터 이어진 우치하라노야키(內原野燒)의 역사가 있고, 니시무라는 그 전통을 계승하면서 현대에 맞는 새로운 우치하라노야키의 창조와 그 보급에 힘쓰고 있다. 근년에는 그러한 노력의 거점인 「우치하라노야키 도예관」을 아키시와 협력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는 벽면전체를 불이 켜지게 표현한 작품을 회랑 부근에 전시한다.

히노다 타카시

 

접붙인 나무, 108.0×62.0×38.0, 2002  

 

히노다 타카시는 광물적형태의 작품이나 리얼한 자화상, 그리고 이번에 출품된 것과 같은 작품 등 여러 가지 작풍을 가지고 있으나, 그러한 작품의 형태에 있어서의 폭넓은 제작도 자신의 특징이라고 한다.

출품작과 같은 캐릭터적인 형태와 뒤틀린 타이틀은 어디까지나 작풍의 하나이나, 캐릭터적인 형은 그것들이 『毒(독)』을 담는데 적합하였기에 택했다고 한다. 형태는 많은 미술가, 미국의 코믹작가나 그래픽 디자이너, 그리고 음악이나 영화 등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무심코 생각해낸 듯한 타이틀도 작가자신이 작품을 만들어낼 때의 원동력이 된 감정 등을 제한하지 않고 충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한다.

작품은 바닥에 놓여지는 것도 있고, 벽에 걸리는 것도 있다. 개개의 작품 하나하나 뿐 아니라 여러 개의 작품이 전시된 공간 그 자체도 작품으로 이해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마츠시마 요시에

 

바람소리 270.0×290.0, 2002  

 

마츠시마 요시에는 교토사가단기대학에서 도예를 배우고, 그것의 재미에 빠져 2년 만에 그만 둔다는 것을 아쉬워했다고 한다. 졸업 후에는 고치현 동부의 교토시립미술대학 출신의 3인의 도예가가 열었던 공방의 제자로 들어갔다. 이 때는 상품용의 도예품 등을 제작함과 동시에, 자기의 기술을 연마하는 기간이었다. 주로 항아리 등의 작품을 제작해왔으나, 근년에는 작품을 공중에 매달아놓는 전시방법을 이용하여, 경쾌함을 나타낸다. 작가는 출품작품의 제작을 통해, 전통적인 항아리의 제작이 아닌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도예의 방향을 알았다고 한다.

마츠다 유리코

 

 축제의 소란, 좌: 28.0×15.0×14.0, 중: 28.0×15.0×11.0, 우: 29.0×ø11.0, 2001

 

마츠다 유리코는 여성의 발이나, 입술, 엉덩이 등 몸의 일부를 형의 표면에 장식하여 충격적인 형태와 전통적인 장식으로 구성된 오브제라는 대담한 발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색회(오채, 금은)에 의한 표면 장식은 그의 특징 중 하나이다. 그러나 그것은 모양이나 그림의 문제에 천착한 결과이며 전통적인 모양을 모방하지 않고 자기 나름대로 고쳐서 표현해오고 있다.

이번에는 가지나 표주박 등을 기본으로 한 유머러스한 형태에 산뜻한 색채를 사용한 작품이 출품된다.

마츠모토 히데오

 

Subterranean Moon-light, 50.0×340.0×340.0, 2001

 

마츠모토 히데오는 도쿄농공대학재학 중에 도예에 흥미를 갖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대학졸업 후에 다시 교토시립예술대학공예과에 입학하고, 본격적으로 도예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는 「기」의 형태에서 벗어나 자신이 표현하고 싶던 「형」을 만들어내는 것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헝가리에서 유학한 후, 흙에서 얻은 영감으로 형을 연쇄적으로 만들어내고, 그것을 연결해 가는 수법을 발견하였고, 그 후의 작품에도 활용하고 있다.

이번에 출품된 작품은 마츠모토의 대표적인 시리즈 「둘러싸서 감상하다」의 하나이다. 이 시리즈는 일본의 전통적 정원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산이나 숲의 생태를 그대로 살리고, 선반으로 둘러싸 정원공간으로서 감상한다고 하는 방법론이다. 바닥에 한 바퀴 도는 모양으로 설치된 작품은 어딘가 「미래의 폐허」를 생각하게 하며 SF적으로 정적인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모리노 아키토

 

 W.O.O 2000 1, 173.0×85.0×32.0, 2000

 

모리노 아키토는 주로 벽에 전시하는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을 하게 된 계기는 입체작품에는 반드시 있는「바닥」의 존재에 관심을 가져, 「바닥」이 없는 것을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것은 벽을 꾸미는 것에 의해, 공간을 장식하는 물체가 된다. 작품명인 W.O.O.는 「벽을 장식하는 물체」를 영어로 한 “Wall Ornament Objects"의 각 단어의 머릿글자를 딴 것이다. 구체적인 사물이나 의미를 드러내는 단어가 아니라, 상태를 표현하는 단어가 작품의 제목이다. 「벽을 장식하는 물체」를 글자 뜻으로 본다면, 회화나 사진도 그것에 들어갈 수 있지만 모리노의 작품은 흙과 마주 서는 가운데 만들어진 형, 색이며, 소재 그 자체와의 대화로부터 태어난 작품이라는 것이 완전히 다른 점이다.(도판14)

21세기도 벌써 3년째에 들어섰다. 생활 가운데 컴퓨터가 당연하게 들어오고, 인터넷이라든지 무언가 버츄얼 실체가 없는 세계도 당연하게 존재한다. 그것은 일상생활에서만이 아니라 미술의 세계에서도 말해질 수 있는데 최근에는 비디오 아트나 컴퓨터를 이용한 작품이 당연한 것같이 존재한다. 흙을 반죽하고 건조하고 소성한다는 과정을 지나 실제로 눈앞에 작품이 존재하는 도예는 아날로그한 표현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물체로서의 무게(중량의 의미가 아닌) 강도는 절대적이다. 어느 쪽이 좋은지 나쁜지의 문제가 아니라 그 곳에 실재한 물체, 그 자체로서의 의미를 간과할 수는 없다. 비디오 아트는 전원을 껐을 때 아무것도 남지 않지만 도예작품은 부서져버리더라도 파편이 남는다. 어쩌면 이것이 매우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 글은 2003년 3월 2일부터 4월 20일까지 일본 고치현립미술관에서 개최되었던 「현대도예 14인의 첨예」展 도록의 텍스트를 전시작품의 이미지와 함께 재구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