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예 산업의 현황과 전망
전명옥
주) 핸드 앤 마인드 대표, 덕성여대 강사

-공예의 개념
며칠 전 TV에서 <진품명품>이란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평범한 항아리에 물고기 문양을 송곳으로 파낸 후 거기에 철화로 덧그림을 그린 도자기가 6,000만원이라 하더군요. 오래되었다는 의미 보다는 음각 위에 철화그림이라는 기법의 특징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공예는 단순히 아이디어에서가 아니라 재료와 기법의 오랜 숙련으로 단련된 손끝에서 태어납니다. 공예가들의 재료와 기술에 대한 숙련 시간이 절대적으로 소요되지 않고서는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공예에 우리의 얼이 담겨 있다는 것은 바로 그 이유 때문이고, 그래서 우리나라 국립중앙박물관, 지방 박물관, 사설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공예품들을 우리 고유의 대표적 디자인이라 일컫는 것입니다.

공예라는 개념이 인류탄생과 함께 시작되었다면, 사실 디자인이란 용어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모두 아시는 바와 같이, 르네상스 시대 이후 공예는 표현에 치중하는 부분을 미술에게,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실용적인 부분을 디자인 개념에 넘겨주게 되었습니다. 수공예 생활용품들이 대량생산 공정을 통해 규격화된 상품으로 쏟아지게 되면서 보다 효율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설계나 계획 같은 것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이때 비로소 시작된 개념이 바로 디자인입니다.

그러나 정작 공예에 대한 개념 정의는 모호합니다. 미술에 비교하여 마이너 아트, 준예술, 응용미술 등으로 불리며, 공예의 디자인적 측면은 산업공예로 정리되었습니다. 전승공예, 전통공예, 현대공예, 산업공예 등의 개념이 혼재한 가운데, 관광기념품이나 문화상품으로 공예의 개념이 확장되어 가고 있고 여기에 종사하는 인구 또한 적지 않으며 그들의 요구 역시 다양합니다. 이러한 혼미된 개념은 국가적 차원의 지원정책에서도 여실히 드러나 공예의 예술적 성격은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서, 공예의 산업적 성격은 <한국디자인진흥원>을 비롯하여 <산업자원부> <중소기업청> <KOTRA> <조달청> 그리고 최근에 설립된 <한국공예문화진흥원> 등을 통해 산발적으로 지원되고 있습니다.

디자인 분야는 이미 1970년에 <디자인포장센터> 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어 현재 연건평 14,000여 평, 지하 4층 지상 8층 규모의 빌딩에서 감지할 수 있듯이 <한국디자인진흥원>으로 그 위상을 확고히 하고, “정부 디자인 정책을 비롯한 각종 디자인 전람회, 국제 협력사업 등 국가적인 디자인 사업을 홍보하고 우수 디자이너와 디자인 전문회사 발굴, 국민 디자인인식 제고”를 위한 다각도의 디자인 정책을 수립함과 아울러, “디자인정보센터, 디자인체험관, 디자인인큐베이터, e-디자인아카데미 등 각종 디자인 지원시설을 갖추었습니다. 특히 디자인 협회 및 단체, 디자인 회사와 함께 탄탄한 디자인 정보망을 형성하여 한국 디자인산업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음은 물론, 앞으로 국내 디자인 발전을 위해 그 기능을 극대화하고 온 국민이 함께 할 수 있는 이벤트와 다양한 전시회를 통하여 국민생활 향상 및 디자인 마인드 제고에 앞장 서겠다”는 취지를 갖고 있어 신진, 프로 디자이너는 물론 디자인 관련 기업을 위하여 일원화된 창구로서 체계적인 구심점이 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대중은 저렴한 도자기 머그컵이나 다기세트, 값싼 나전칠기 또는 전통공예품들이 공예의 전부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공예는 어느새 진부하고 고리타분한, 또는 촌스럽고 세련되지 못한 물건들을 지칭하는 뉘앙스를 갖게 되었습니다. 일례로 최근 많은 대학의 공예과 명칭이 ‘예술’ ‘조형’ ‘디자인’ 등 위상이 높다고 인정되는 다른 예술 장르에 걸치는 식으로 조합하는 용어를 차용하여 좀더 세련돼 보이는 과 명칭으로 바꾸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홍익대학교만 보더라도 금속조형디자인과, 목조형가구학과,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등으로 미술관련 용어인 ‘조형’과 ‘디자인’이라는 단어들이 섞어 쓰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전통적으로 순수한 의미의 공예가 젊은 세대에 더 이상 어필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며 이 나라에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일 수 있습니다.

해마다 서울을 비롯한 지방의 거의 모든 대학 및 전문대학에 설치된 금속공예과, 도자공예과, 목칠공예과, 섬유공예과, 유리공예과, 등에서 3만 명 가까이 쏟아지는 졸업생들은 졸업 후 , 디자인 분야에서처럼 뚜렷한 직장을 찾지 못함은 물론, 공방작가나 기업인으로 자립하려 해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공인된 마땅한 기관이 없는 상황에서 그들이 설 자리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야말로 극히 한정된 교수가 되지 않으면 전공을 살려 전업하기에는 여러 모로 한계가 있습니다.

90년대 후반에 이르러 생긴 신조어 ‘문화상품’이라는 물결에 힘입어 작가들이 그들의 영세 작업일이나 공방에서 실용성을 바탕으로 제작한 상품을 샵에 판매하면서 공예장르가 대중에 부각되기 사작 하였고, 이를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으며, 이에 맞추어 2000년도에 <한국공예문화진흥원>이 설립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공예가나 공예계의 기초적, 근본적, 미래지향적 지원정책보다는 산업공예, 관광상품 또는 문화상품 등에 치중한 지원 범주를 정하고 있어 <한국디자인진흥원>의 활동과 중복되는 경향이 있으며, 우리나라 고질적 전시행정의 일환으로 해마다 실적 올리기에 급급할 수 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디자인의 원천으로서의 공예의 역할
예전에 영국문화원 런던본부에서 잠시 일한 적이 있습니다. 영국의 디자인을 세계에 홍보하고자 하는 문화원이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British Design'이라는 책자의 편집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는데, 각 분야 유수의 디자이너와 디자인 상품 그리고 기업 들을 소개하기에 앞서, 목차 다음으로 8-10페이지에 걸쳐 'Craft Trend'라는 타이틀로 당시 주목받는 새로운 경향의 공예작가들의 작품을 분석하고 소개하는데 할애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5천년 역사와 함께 해온 우리의 공예가 어딘지 촌스러운 구닥다리에, 예술도 아니며 디자인도 아닌 어정쩡한 구박덩어리 신세에 처한 것에 비하면 ’여왕‘대접인 셈입니다. 디자인 강국, 영국의 디자인의 아이덴티티가 바로 공예가들의 독창성, 희소성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우리 디자인이 외국 것에의 모방으로 발빠르게 움직일 때, 그리고 우리 고유의 전통공예, 현대공예의 제 양상들이 경시되고 무시 받고 있을 때, 영국의 디자인은 그들 고유의 디자인이 나오기까지 공예작가들의 독창성을 존중하고 인정해주는 모습을 떠올리면 저는 괜히 ’사상누각‘이란 단어가 떠오릅니다.
제가 알고 있는 크리스 나이트(chris knight)라는 영국 금속 공예가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아이디어로 주방용 양념통 등을 만들어 이태리 등의 유명한 주방용품 회사에 드로잉과 함께 실물을 보냅니다. 그래서 채택된 디자인은 샘플, 즉 프로토타입(prototype)이 되며 바로 기계생산으로 양산되어 시장으로 보급됩니다. 그는 이때 회사로부터 로열티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금속 공예가의 작품이 양산될 경우에는 디자인 상품이 되는 셈입니다.

이렇듯 공예는 디자인 산업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아니, 공예가 발전하지 않으면 독자적인 디자인 산업이 성립될 수 없습니다. 저는 작가들의 공예작품을 가지고 전시기획 관련 일을 하면서 전시장 현장에서 고객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중에 많은 관람자들 가운데 종로, 남대문, 동대문 들에서 일하는 제조업자나 상인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짐작이 가겠지만 그들의 대부분은 새로운 디자인을 찾으러 온, 아니 정확히 말하면 모방하러 온 사람들일 경우가 많습니다. 한편으로 시장 한복판에서 작가들의 개인전, 단체전, 기획전 등의 팜플렛을 아예 놓고 베끼는 현장을 목격하기도 합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공예작가들이 시장에 주는 직, 간접적인 영향은 대단히 지대합니다.

오늘은 대중은 외국의 유명상품에 ‘명품’이란 명칭을 붙이는 것에 이미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기막히게 독창적이고 잘 만들어진 고급 공예품에 붙여졌던 단어가 외국의 디자인상품을 칭하는 대명사가 되었다는 것에 자주 씁쓸한 마음이 듭니다. 이런 명품이 디자인 산업의 꽃이고 열매라면, 공예는 그 뿌리이고 줄기입니다. 뿌리와 줄기에 물과 양분을 대지 않는다면 그 나무의 꽃은 피지 못하고 그 탐스런 열매는 기대조차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달한다 하더라도 독창성이 없는 디자인 산업이 과연 성립조차 할 수 있을까요?

-영국공예청의 설립배경과 그 목표
오늘날 한국공예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은 1,2차 세계대전 직후의 영국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영국은 산업혁명이 일어난 곳이기도 하지만, 공업과 기계생산에 의해 대량생산된 제품들이 생활의 질을 파괴하고 있다며 수공예의 아름다움을 생활에 되살리자는 ‘미술공예운동’이 일어난 곳입니다. 1차와 2차 세계대전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공예정신, 장인정신이 기계 산업에 의한 대랑 생산에 관련 있는가 하는 이슈가 논의되었던 영국에서 <영국공예청(Craft Council)>이 설립된 동기는 우리가 주목할 만 합니다.

일제 강점기에 한국을 방문, 한국의 도자기에 매료되어 ‘한국의도자기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것’이라 칭송하던 영국의 세계적인 도예가 버나드 리치(Bernard Leach)를 중심으로 1943년 다섯 개의 공예관련 모임이 정부의 기금과 공식적인 지원을 받기 위해 한데 뭉쳤습니다. 이것이 <대영공예센터(Craft Center of Great Britain)>였고 주요 설립목적은 ‘순수 공예의 보존, 진흥, 개선발전’ 이었습니다. 이 기관은 대중과 작가 사이를 더 가깝게 하는 것을 기본 취지로 하며, 그들의 위해 공예교육을 주도하였으며 연감도 펴냈습니다. 센터의 성격은 ‘공예가 산업디자인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 뒷받침 역할’을 함은 물론 디자이너면서 메이커 역할을 하는 이들에게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당시 정부의<무역부>는 공예가 전쟁 이후에 수출의 조류에 ‘잠재적인’ 공헌을 하는 매우 매력적인 존재임을 인정했고, 1955년 드디어 공예에 정부가 공공적으로 준 첫 번째 기금을 따냈습니다. 그것은 정부가 공예를 진흥하는 데 지원하는 것은 디자인과 무역을 위하여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한 중요한 첫걸음 이었습니다.

15년이 지난 1964년, 전 BBC 방송국장, 시릴 우드(Cyril Wood)가 대영공예청(Craft Council of Great Britain) 설립을 제안했습니다. 그는 매우 야망 있는 계획을 가지고 공예가 <무역부>에서 지원받는 것은 부적합하며 오히려 <교육부>에서 지원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작가들의 인덱스를 만들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들을 만들었습니다. 공예는 그래서 1966년부터 1970까지 두 댁의 정부기관으로부터 상당한 금액의 지원금을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산업디자인청>의 부원장인 제임스 노엘 화이트(Jame Noel White)에 의해 공예기관들이 결집, 연합되어 드디어 1970년 연합회가 결성되었습니다. 이들의 주요목적은 국가에서 공예가 다른 미술 장르에 무시되지 않도록 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와 같이 영국에서도 한 두명의 지도자들이 공예에 대한 철학을 국가적 이익으로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으며, 예술분야가 정치적,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면 그 위상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예를 보여 주었습니다.

드디어 1971년, (우리나라에 디자인 진흥원이 설립되던 다음해입니다.) 설립된 <영국공예청(British Craft Council)>은 명확히 ‘현대공예(Contemporary Craft)'에 정의를 두고 있습니다. 전통이 강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현대공예에 주안점을 두는 것은 흘러간 과거도, 미래의 비전도 바로 ’오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시대에 기록되어야 할 중요한 공예작품이 무엇인지를 고심하여 선정하는 영국공예청의 자체 ’컬렉션‘은 그래서 그들만의 공예역사를 차곡차곡 만들어가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미래의 공예를 조망해나갑니다. 따라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일반적 교육과 직업적 교육, 실재 시청각 교육에 공예를 주제로 한 커리큘럼이 자리 잡도록 노력하는데, 학교에서의 이러한 공예교육은 또한 다음 세대의 작가, 바이어, 관객을 육성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 주요 업무는 공예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이해, 즐거움, 가치 확보, 자원증진 등을 우선으로 하며, 아울러 ‘공예가’들에의 진흥과 조언, 재정적 지원 등을 통해 도와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제작자들에게 적절한 장비와 전시 공간, 마케팅 자원, 훈련 및 교육, 정보 등의 혜택을 동등하게 접할 수 있도록 유도하며, 모든 목표 중에 가장 중요한 역할은 역시 작품 및 상품의 질을 높이도록 격려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재능 있는 인재의 개발 또한 공예청의 주요한 목표 중의 하나입니다. 이미 1937년 제정된 ‘공예청개발상(Craft Council Development Award, 원래 명칭은 Setting-up Scheme)’을 통해 지금까지 1,200명의 신진작가들에게 그들의 가장 중요한 초기 1년 동안 창작활동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데 필요한 창업지원을 해줍니다.(시설 유지비로 2500파운드, 시설 구입비로 5000 파운드까지). 제가 아는 젊은 목공예가도 이 기금을 받아 작가로서의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영국공예청>은 해마다 10월에 그들이 주최하는 공예시장, ‘첼시 페어(Chelsea Fair)를 통해 작가들이 대중과 만나도록 해주며, 인근의 유럽국가나 미국의 페어에 그룹 마케팅으로 그 시장을 확장해줌은 물론, 멀리 일본에서까지 바이어들을 초대해 오는 전략을 세웁니다. <미국공예청(American Craft Council)>의 경우에도 볼티모어, 샌프란시스코 등 해마다 5-6개 도시를 돌면서 자체 페어를 통해 5-600명의 공예작가들에게 시장을 열어주고 그들의 마케팅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각도의 프로그램을 개발, 교육하고 선배 멘토를 붙여주어 작가들이 공예를 수단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습니다.

-체계적인 지원정책에 대한 필요성
한국 공예계에도 다양한 움직임들이 있습니다. ‘국제청주 공예비엔날레’나 ‘국제이천 도자비엔날레’ 등을 비롯하여 메머드급 행사가 공예계에도 연이어 기획되고 ‘전주한지축제’ 등을 비롯하여 주로 지방자치 단위에서 공예 관련 크고 작은 행사들을 통해 공예를 국가나 지방의 아이덴티티로 전면에 내세우는 일련의 노력들이 있습니다. 해마다 지방마다 ‘관광기념품공모전’도 열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지역마다의 전시행정일 뿐 다수의 공예가들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들어 공예계의 현황파악, 실태조사, 발전방안 등에 대한 의견들이 분분합니다. 몇몇 기관이나 단체들이 공예를 모티브로 비전과 전략, 문제점 분석과 개선방안과 제시 등을 연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대중문화와 격리된, 공예가들만의 잔치라면, 또는 기관이나 단체의 존재 수단이라면 생명력이 없습니다. 교육적 가치로서의 공예, 사회적 가치로서의 공예, 경제적 가치로서의 공예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정책적으로 체계화되지 않으면 모두 수렴할 수 없는 부분들입니다.

공예전문지 기자, 공예전문갤러리와 샵, 그리고 전시기획 등 다양한 공예 관련 일을 해오면서 제가 지켜 보아온 공예작가들은 아이디어 발상부터 디자인, 재료구입, 다양한 기술 구사, 시장개척 등을 혼자서 감당해야 하므로 사회성이 결여된 경향이 있습니다.
한 목소리를 내어 이 분야의 공동선을 주장하는 일이 필요성은 느끼지만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성품들은 그 어느 분야보다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이유일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 미술이나 디자인은 다양한 국가적 지원을 통해 이미 국내 대중의 이해와 입지를 확보했으며 나아가 세계시장을 향해 뛰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최근 들어 몇 안되는 공예 관련 국가기관에 대하여 불만의 목소리가 민원으로 폭발한다고 합니다.

영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공예전문 박물관,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Victoria & Albert Museum)> 역시 영국의 역사와 함께 하는 공예품의 컬렉션은 물론 오늘날의 가치 있는 공예작품을 선정, 꾸준히 컬렉션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까지 한국담당 큐레이터를 출장 보내 ‘한국에서 이 시대에 가장 의미 있는 현대 공예작품’을 꾸준히 컬렉션해가는 것을 간혹 보게 됩니다. 문화대국으로서의 그들의 미래지향적 거시안을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남의 나라에서도 전문 큐레이터들이 비싼 경비를 들여 출장을 와서 구입해 가는 우리의 소중한 공예작품들은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관심조차 없습니다. 우리의 생활 문화와 얼이 담긴 실체, 공예에 무관심하거나 하찮게 여기는 것은 곧 우리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공예는 민족의 삶을 배경으로 예술성과 산업적 속성, 양자의 특성을 살려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중요한 분야입니다. 이 나라의 아이덴티티를 구현하고 그 활로를 찾는 것이 중요한 덕목임을 오늘에 인식할 때, 공예의 지원정책이 하루빨리 전문화되고 체계화되어야 할 것이며 또한 실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문화의 ‘공든 탑’이 ‘사상누각’으로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말입니다.


참고논문:<영국공예청, British Craft Council>, City University, Art Policy Dept, Museum & Gallery Management, MFA, Myung-ok Jeon,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