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키에몽양식 연구
가키에몽(枾右衛門)양식은 일본 큐슈(九州)의 아리타(有田)지역에서 생산되는 경질자기의 한 종류이다.
현재 14대를 이어오는 가키에몽 양식은 일본의 자기(磁器)전통을 대표하는 것은 물론 전세계에 그 이름이 알려져 있으며 특히 오늘날의 유럽자기를 있게한 견인차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1719년 쟉센의 선제후(選帝侯 Elector of Saxony) 아우구스트스 강건왕(Augustus the Strong)이 일본과 중국의 자기를 수집하기 위해 건축하려 하였던 츠빙거궁(Zwinger Palace)을 일본궁(Japanese Palace)으로 명명할 만큼 일본의 도자기에 매료되기도 하였다.
물론 당시의 일본 도자기는 이마리야키(伊万里燒) 즉 아리타야키(有田燒)를 총칭하는 것이지만 그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였던 것은 역시 가키에몽 양식이었던 것이다.
중국과 일본의 자기수집에 광적인 열정을 보였던 아우구스트스는 결국 자신의 손으로 직접 자기를 생산하기 위해 연금술사 등을 동원하여 마침내 성공하게 되었으며 오늘의 유럽자기를 있게 하였다. 하지만 초기의 유럽자기들은 독자적인 문양을 사용하기 보다는 당시에 인기있었던 중국과 일본의 도자기를 모방하게 되었고 그 중 오랫동안 유럽인의 미감과 정서에 익숙해 있던 가키에몽 양식의 영향을 받게 되었다.
가키에몽 양식이 장시간 유럽의 자기 문양을 지배한 것은 아니지만 초기의 것들은 대부분 가키에몽의 문양을 모사하였고 유럽식으로 바뀌면서도 그 기법은 전사지가 발명되기 전까지 사용되었다.
가키에몽 양식의 기법상 특징은 자기질 백색태토에 그려진 청화와 또 그위에 더해지는 아카에(赤繪)라 불리우는 저화도 안료에 의한 섬세한 묘사에 있다. 백자를 만드는 기술은 임진왜란을 통해 일본에 피랍된 조선의 도공 이삼평이 아리타의 이즈미야마(泉山)에서 도석광(陶石鑛)을 발견한 이후부터이며 아카에의 사용도 중국이 원조이지만 기법의 도입과 더불어 빠르게 일본화 되었다.
그러나 양식의 토착화화 더불어 가키에몽양식을 더욱 발전시킨 것은 앞서 말한 유럽인들의 동양자기에 대한 관심과 애정 및 중국의 사회상황이었다.
당시 유럽인들의 수요를 충족시킨 것은 대부분 징더전(景德鎭)을 중심으로 한 자기산지의 제품들이었으나 명말청초(明末淸初)의 사회적 혼란으로 말미암아 자기교역은 중단되었고 유럽의 수입상들은 중국제품을 견본으로 한 주문을 일본에 하게 되었다.
막대한 교역량을 감당하기 위해 아리타의 도공들은 생산시설의 확충과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수준 높은 자기를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가키에몽 역시 당시의 수요에 부응하는 공방 중의 하나였지만 독특한 아카에 기법을 더욱 발전시켜 명실상부한 브랜드로 자리잡게 되었던 것이다.
이 논문은 가키에몽 양식의 발생과 변천을 아리타지역의 역사와 더불어 고찰하여 일본 자기연구의 기초로 활용하는데 목적이 있다. 오늘날 도예문화의 선진국으로 자처하는 일본 도예의 다양한 형식들 가운데 특히 자기는 예술적 기술적인 면에서 고부가가치의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자기를 이용한 로보트로 음악극까지 제작하여 상품화시키고 있는 일본의 노력을 타산지석으로 치부할 수 만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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