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의 역사  

천종업

한국에서 처음 토기가 발생한 때는 근동지역과 중국보다는 조금 늦은 BC6000년경이다.
당시 한국의 토기는 근동·중국의 채문토기문화권과 계통이 다른 빗살무늬토기로서 남부 시베리아에서 발생하여 동쪽으로는 만주, 한반도로 연결되고 서쪽으로는 스칸디나비아 반도, 북부 독일까지 분포하는 각문토기(刻文土器)문화권에 포함된다.
청동기시대(BC1000)에 와서 중국 도자의 영향이 일부 나타나지만 본격적인 것은 철기문화의 수용과 함께 들어온 춘추·전국시대의 재유약 도기기술이 전래된 이후부터이다.
이것은 윤적법(輪積法)과 타날법(打捺法)을 함께 사용하여 성형하고 고화도성형과 산화염, 중성염, 소성법보다 발전된 기술이다.
새로운 기술의 전래로 고화도의 환원염 경질도가 제작이 가능해지면서 질도 다양해져 도자공예가 일상생활에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재료의 공예보다 점차 높아졌다.

삼국시대에는 경질도기의 제작법이 일반화되고 말기에는 근동의 저화도 납유약기법이 중국을 통해 전래되었으며 고화도의 재유약도 일부 시작되었다
그러나 한국도자에서 고화도 유약을 씌운 청자를 만든 때는 남북조시대 후기인 9세기경이다. 청자는 오랜 고화도 경질도기의 기술적 전통을 바탕으로 중구 도자문화의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다.
청자에 이어 백자를 만들고 11-12세기에는 중국의 청자보다 뛰어나서 당시 중국인들까지 '천하제일'이라고 동경했던 비색(翡色)청자를 제작했다.
장식기법에서도 독창적인 상감기법을 개발하고 산화동으로 장식하여 환원염에 의한 붉은색을 최초로 내는 등 고려인의 독창성은 세계도자문화를 풍요롭게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청자는 14·15세기를 지나면서 시대적 요구에 따라 변모하여 분청사기라는 특별한 조형의 자기로 전환되었다.
분청사기는 청자의 제작기술과 조형적 전통을 계승하여 발전된 것으로 태토나 유약은 청자와 유사하지만 형태와 장식 등은 청자와 달라서 청자가 귀족적 취향의 섬세한 조형이라면 분청은 서민적 취향의 소박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분청은 16세기 후반 백자기술이 보편화되고 실용성이 부각됨에 따라 질이 떨어졌고 자체 소멸되었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백자는 대화도가 높은 고령토로 제작되어서 백자기술이 확대됨에 따라 청자와 분청이 소멸되어갔다.
백자는 이미 고려 초기부터 일부 제작되고 있었으나 조선시대에 크게 성행하여 현대에 이르기까지 도자공예의 중심이 되고 있다.
조선의 백자는 조선사회의 지도적 이념이었던 성리학적 공예관에 의해 검소, 검약을 조형의 원칙으로 삼고 다양한 색채나 사치스러운 장식을 지양하는 간결· 단아한 아름다운 조형미를 이루었다
그러나 조선의 백자는 개화기를 거치면서 산업화된 생산세계를 갖춘 일본 및 자본주의 국가의 산업도자의 유입으로 서서히 쇠퇴하다가 일제시대에 완전히 소멸되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산업자본과 기술이 국내에 유입되어 서구식 산업도자가 시작되었고 일본인들의 상고주의(尙古主義)적 취향에 의해 고려청자와 조선시대의 분청백자가 전승도자의 형태로 제작되었다.

해방이후 한국 도자공예는 다른 공예와 같이 시대적 어려움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전통공예로서의 도자기는 관심의 영역에서 벗어났으며, 몇몇 도공들에 의해 근근히 명맥을 이었을 뿐이었고 그나마도 전통적인 제작기법은 전승되지 않았다.
한국경제가 산업화 단계로 접어들면서는 민간회사들에 의해 서구식 산업도자기가 생산되기 시작하여 실용적인 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전통공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기 시작하면서 침체하였던 전통도자공예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늘었고, 전문교육을 받은 전문인들이 배출되어 현대적인 감각으로 시도되는 새로운 형태의 도자공예가 발달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맥이 끊긴 전통공예의 기법을 되살리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