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麗 陶磁 銘文의 性格
鄭 良 謨(京幾大學校 碩坐敎授)
미술사와 고고학에서 편년자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전통 문화 유산에서 편년자료를 찾아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편년 자료는 주로 문자에 의한 것이며 여러 곳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지만, 크게 나누어 문헌자료에 실물자료로 나눌 수 있다. 먼전 문헌자료에 관해서 생각해 보기로 한다. 우리 나라는 일찍이 한자를 사용하였으며 이를 원용하여 吏讀式 表記方法도 발달하였다. 한자로 수많은 公私의 사실을 기록하고 정리하여 놓았었지만 전란으로 그 많은 기록들이 거의 모두 인멸되었다. 그래도 지금가지 남아 있는 것은 임진왜란 이후의 기록으로서 그나마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전반에 걸쳐 약탈당하고 6·25 동란으로 또 한번 큰 손실을 이 입었다. 한편 그 이전과 그 이후에도 가치관의 급속한 변화로 인멸된 자료가 적지 아니하였다. 조선조까지 우리의 중요한 습성중에 공사의 기록을 중요시하고 그 기록을 매우 엄격히 관리하여 엄정하고 냉정하게 기록하고, 비록 제왕일지라도 史抄를 보지 못하며 더욱이 사초에 손을 대는 것을 금기시할 정도로 그 기록을 생명보다 소중히 여겨 왔다. 그러나 이러한 훌륭한 습성이 언제부터인지 흐려져서 지금 우리는 기록을 게을리하고 그 기록조차도 남기고 보존하지 아니하며 기록이 냉엄함도 기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수많은 전쟁과 외침으로 훌륭하고 방대한 기록을 보존하지 못하였으며 언제부터인가 기록을 게을리하고 기록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여 영세한 기록이나마 보존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문헌자료에서 편년자료를 구하기가 어려운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실물자료는 미술사에서는 직접적인 자료가 되는데 이 직접적 자료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전래된 전세품이며 다른 하나는 새로 발견되는 지하매장문화재이다. 실물자료 가운데 전래품이 우리에게는 절대 부족한 입장에 있는데 전래품이 부족한 점은 문헌의 경우와 거의 같다. 곧 수많은 전란으로 파손, 약탈당하고 가치관의 변화로 인멸된 것도 허다하다. 그 가운데에서도 요행히 남아 있는 것도 이 기록과 유물이 유리된 상태로 서로 흩어졌으며 - 물론 유래도 알 수가 없는 것이 대부분으로 - 편년도 일괄유물이 모두 흐트러져 학술자료로서의 구실을 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우리 경제가 크게 발전하기 전인 1960년대까지는 주로 도굴로 인한 문화유적과 문화재의 파손, 인멸, 학술가치의 상실이 허다하였으나 그 이후에는 도굴과 아울러 국토개발, 경제건설 등에 수반되는 각종 토목, 건축공사등으로 문화유적과 문화재가 무참히 가푀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전세품의 경우와 같이 지하 매장문화재에서도 학술 편년자료를 구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이와 같이 우리는 일찍이 한자를 사용하여 이를 거의 자기화하였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위대한 한글을 창제하여 독창적인 자기 글과 자기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헌자료의 인멸과 근년 이래로 기록을 게을리하고 이를 보존하지 못하여 모든 자료의 빈곤을 낳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 추가하여 우리가 꼭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과거 우리 전통에 문헌과 문자기록을 중요시하고 냉엄하게 처리하고 때론 목숨보다 소중하게 보존하였는데 실물자료인 유물에는 문자 기록을 남긴 예가 아주 드물다는 사실이다. 문자에 의한 기록은 고대에는 목, 죽간이었으며 그 이후에는 종이류와 간혹 직물류에 한하였는데, 이와 같은 전통을 꼭 원칙으로 생각하고 그 밖의 미술 공예품에 문자로 기록을 남긴다는 것은 별로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편년 자료 가운데 직접 자료인 실물자료에 있는 문자기록이 가장 우선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우리에겐 실물자료 자체가 빈약한 데다 남아있는 실물자료에 문자기록조차 영세한 입장인 것이다.
이러한 자료가 빈약함에 따라 연구도 그 행보가 더디게 된다. 따라서 여기서는 청자에 명문이 있는 것을 모두 수합하에 자료화하였다. 이런 자료의 분석적 작업은 청자의 성격파악에도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들 명문이 있는 청자를 분류해 보면 다음 9가지 종류로 크게 구분된다.
干支銘, 年號銘, 年號干支銘, 作者銘과 刻者銘, 製作窯表示符號銘, 靑磁製作用 試驗試料銘, 器皿의 吏用處銘, 建築物 部位銘 時文銘, 其他銘
이들을 세부적으로 살펴 성격을 파악하면 고려시대 청자에 대한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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