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한국 도예계의 현상, 문제점, 과제
2017-09-05 (화) 15:55 조회 : 306

한국 도예계의 현상, 문제점, 과제

Jihye Kim, Ph. D.

Assistant Professor, Ewha Womans University

 

 

 

한국현대도예는 그 태동기부터 전성기를 지나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난 60년 간 변화를 겪으면서 조형, 공예, 디자인의 세 양상으로 전개되어 왔다. 본고에서는 한국현대도예가 어떠한 흐름으로 변화되어 왔고 현재 상황은 어떠한지 간략히 알아보고 문제점과 과제를 전망해보려 한다.

 

한국 현대도예의 변화과정

 

오래된 도자유산을 지닌 한국은 일제강점기와 전쟁, 그 후의 경제난 등을 겪으면서 전통이 지속적으로 발전되지 못하는 가운데 국외로부터 현대도예의 수입이 이루어졌다. 60 - 70년대는 한국현대도예의 태동기로 대학교육을 통해 전통도자를 현대화하는 시기였고 전통에 기반한 공예적 요소의 작업들이 주를 이루었다. 80년대는 한국현대도예의 전환점을 이루게 된 시기로 전통적 공예개념에서 벗어나 예술로서의 도자의 가능성이 시작된 시기이며 실용성에서 탈피하여 조형적 요소가 강하게 드러나는 작업이 성행하였다. 90년대 중반 이후 전 국가적인 경제적 요인으로 인해 예술적 경향의 도자로는 도예인의 생계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계가 드러나 많은 작가들이 그릇으로 회귀하는 현상이 일어났지만 도자는 디자인과의 대립구도에서 우의를 선점하지 못한 채 문화상품으로 가치하락된 현상을 보였다. 2000년대는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등의 영향으로 동시대 도예에 대한 시각이 확장됨에 따라 단일한 예술형식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재료와 양식을 사용한 조형, 설치 등의 작업이 진행되었다. 현대도예가 한국에 정착한 지 50여 년 동안 한국의 도예는 실용적이고 장식적인 경향에서 탈피하여 독자적인 영역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

 

한국도예계의 현상과 문제점

 

그러나 2010년 이후 한국의 현대도예는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전까지 예술성을 획득하기 위해 제쳐 두었던 실용성이 대두되었으며 현대성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하기 위해 묻어 두었던 전통에 대한 회귀현상이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근래 젊은 작가들은 조형성이나 매체의 확장을 추구하기 보다는 실용성과 디자인적 성향이 강한 수공예성을 표방한 고급상품을 제작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러한 배경에는 예술개념의 변화로 인해 일상과 유리된 예술이 아닌 현실에 적극 개입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열망과 공방운영을 통해 작가로서의 생계를 이어 나가려는 노력이 있다. 더불어 대학구조조정 정책으로 인한 대학도자교육의 디자인화와 정부주도의 공예진흥정책이 이와같은 현상에 맞물려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작업들은 완성도 높은 결과물과 함께 디자인과의 협업을 통해 공예적 개념에 충실하면서도 도예의 지평을 넓히는데 기여하고 있다.

 

또 한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조형도자의 영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전통의 차용적 요소이다. 이전에는 현대성을 획득하기 위해 제쳐두었던 전통에 대한 관심이 새로운 표현기법으로 환골탈퇴하여 작품에 사용되는 예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는 이전 세대들이 추구했던 전통의 현대적 변용이라기보다는 도자를 맥락화시키는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향의 작업들은 이전 세대들은 버거워하던 전통의 유산을 가볍고도 영리하게, 그리고 현대적 감성에 맞게 활용한 방식으로 일반대중에게는 도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한국적 요소로 인해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은 고급공예상품이나 전통을 맥락화시키는 방식은 수공예에 대한 관심과 전통을 무겁지 않고 위트있게 소화하는 현대적 감수성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뛰어난 완성도로 시장성까지 획득하고 있다. 물론 도자가 드디어 미술시장에서 시장성을 획득할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문제는 이러한 경향의 작업이 트랜드화 됨으로써 유사한 작품들을 양산하게 되고 도예가 일정방향으로 고착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선택과 집중의 전략은 완성도 높은 작품과 스타작가를 배출할 수 있는 기회는 마련할 수 있지만 동시에 도예라는 매체가 지닌 가능성에 대한 탐구를 축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한가지 문제점은 공예성/수공성과 전통이라는 타자의 시선으로 도자에게 부과된 것들을 그대로 사용하는 양자의 입장은 도자에 대한 시선을 고정화 시키는 결과를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타자가 나에게 부과한 것을 그대로 사용하는 방식은 나의 정체성과 타자가 나에게 부과한 정체성의 틈새를 전유하여 전복적 힘을 드러내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렇다면 현재 행해지고 있는 경향의 도자작품에서 도예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전복적 힘을 찾아볼 수 있는가는 의문으로 남는다.

 

 

과제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에게 맡겨진 과제는 무엇일까? 도자 매체에 대한 좀더 적극적인 탐구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언급한 현재의 한국현대도예에서 보여지는 두가지 양상이 기능과 수공예적 요소, 그리고 도자의 전통, 즉 역사성을 활용한 것이었다면 좀 더 다양한 매체의 물질성과 매체를 둘러산 담론을 작품에 체현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담당하는 것은 우선적으로는 교육기관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2000년 이후 영국 도예계의 약진을 보면서 그 이유를 찾던 중, 국가적 정책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겠지만 그 정책의 일환으로 실시된 박사과정에서 그 해답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현재 우리나라도 많은 학교에서 도예부문에 박사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실기박사과정이므로 작업에 충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 외에도 박사과정에서는 작품제작만이 아닌 매체의 물질성과 매체를 둘러싼 담론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도예담론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랜 역사를 지닌 매체인 도자, 다양한 사회적 층위를 암시할 수 있는 매체인 도자, 제작자의 정신만이 아닌 몸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매체인 도자, 다양한 층위의 소통을 논할 수 있는 매체인 도예가 한정된 역할에 고정되지 않고 새로운 시각을 만들어내는 가능성을 지닌 매체임을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작품에 반영하는 것이 요구된다. 더불어 지금 우리 시대가 예술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숙고하여 조형도자이건, 공예이건, 디자인이건 각자의 자리에서 2017년을 살아가고 있는 시각예술  종사자로서 자신의 사명을 다하는 노력 또한 필요할 것이다.



위 글은 2017아시아현대도예교류전 학술자료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