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디렉터가 보는 예술가 & 공예가 그 전략에 대해
2017-10-26 (목) 16:39 조회 : 198

디렉터가 보는 예술가 & 공예가, 그 전략에 대해

 

정영숙 갤러리세인 대표, 경희대학교 겸임교수

 

조형성이 기본이다.

‘Art’는 그리스에서 파생한 단어임에도 고대 그리스에는 예술이라는 단어가 없었다. 오히려 그리스어 기술을 뜻하는 ‘techne’ 가 그 의미를 포함하고 있었다. 이렇듯 고대에서의 예술은 인간이 수행하는 모든 활동을 지칭해 2천년에 걸쳐 이어졌고, 18세기에 이르러서야 순수예술과 공예는 분리되었다.

우리의 전통공예를 보면 삼국시대 화려한 금 은 장신구, 고려시대 청자, 조선시대 향로 등은 뛰어난 조형성을 뽐낸다. 단순한 유용성을 넘어 구체화된 의미가 포함된 예술가 정신과 장인 정신이 발휘된 것이다. 전통공예를 실용성만을 강조한 정밀한 기술에 중점을 둔다면, 18세기부터 이뤄진 예술과 공예의 이분법적인 분리의 기준으로 이를 파악하는 것이 된다. 공예는 유용성을 강조하지만, 조형성이 밑받침이 되어야 최고의 공예품으로 여기진다. 현대미술에서도 절대적인 순수성을 지향하는 작가주의 형과 예술가의 고유성을 넘어선 스튜디오 형식의 작업이 공존하고 있다. 작가주의 형은 예술가 정신이 중심이 되는 작품이라 본다면, 스튜디오 형은 순수미술이기는 하지만 특정한 주제에 부합한 시리즈 형식의 회화, 조각 등을 작가가 드로잉한 상태에 기계적 특성을 이용하거나 어시스트의 도움을 받아 완성하는 작업이다. 후자의 경우 공예의 제작방식과 유사하다. 그렇다면 도예가들은 어떤가? 현대미술의 분류처럼 도예전공자들도 도자조각, 도자회화, 도자설치, 환경도자 등 순수미술의 형식과 실용성을 강조한 산업도자, 실용도자 등으로 구분된다. , 도예를 전공한 사람들은 도예가로 한정되어 지칭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비록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도예를 전공했지만 작품의 성향이 순수조형성을 지향하는 것이라면 현대미술일 것이고, 이를 행하는 작가 또한 현대미술가인 것이다. 아쉽게도 전공에 따라 예술가 & 공예가로 지칭되는 모순된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또한 실용적인 공예품을 만드는 작가들 역시 기술적인 측면만 고려하진 않는다. 기술적 측면을 넘어선 작가만의 아이덴티티가 부각될 때, 비로소 그릇도 쓰임이 있는 조형, 조형성 있는 그릇이 된다.

 

전시공간이 중요하다.

완성된 작품에는 전략이 중요하다. 작품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서술하고, 그에 따른 전시 의도, 디스플레이 방식, 홍보 등이 그에 따르는 과정들이다. 이처럼 잘 준비된 전시를 발표하는 전시공간의 선택은 또 다른 마케팅의 시작이다. 도예과를 졸업한 전공자들이 예술가를 지향하느냐, 공예가의 길을 갈 것인지가 1차적 선택이다. 국내에 미술관, 갤러리는 500여개 정도이다. 그 중 공예중심 갤러리는 10%도 채 되지 않는다. 공예가로서의 활동을 목적으로 할 때는 기존 공예가들이 접근하지 않았던 90%의 전시공간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순수 미술 성향의 도자 조형을 하는 작가가 공예전문 갤러리에만 작품을 발표한다면, 예술가적 행위를 하지만 결국은 공예가의 방향에 머무는 경우가 될 것이다.

순수미술 중심의 작가를 발굴하는 전시기획자가 전시를 기획할 때는 어떤가? 전공유무를 떠나서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전시되는 작가들의 자료를 취합, 전시를 관람하며 신진작가와 새로운 작품의 트렌드를 지속적으로 관찰한다.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대학원 작업실을 방문하거나 졸업전시, 청년작가 대상의 미술축제 <ASIAF>나 국립/시립/기업에서 운영하는 레지던시를 탐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처럼 미술관 관계자, 기획자, 평론가, 콜렉터 등이 움직이는 곳에 작품이 노출되는 것이 중요하다. 예술가의 길을 걷고자 하는 공예전공자라면.

반면, 공예적 특성이 짙은 공예가의 작품을 찾을 경우는 공예전문 미술관/갤러리, 샵을 물색하야 한다. 전시에서 특정 공예작품이 눈에 뛰었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공예 갤러리/공예 미술관 관계자들이 공방이나 레지던시를 방문하는 때도 있다. 따라서 순수미술가 혹은 공예가들은 전시의 목적이나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미술관, 갤러리, , 등을 전략적으로 포지셔닝해야 한다.

 

가격의 구조, 에술가로 살아가는 경쟁력이다.

조형작품 혹은 실용작품을 하는 것에 따라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지만, 가격만큼은 동일한 전략이 따른다. 가격 결정은 중요한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수요시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현재의 활동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한 후 전략적인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 도예작가의 전시를 관람할 때 터무니없는 작품 가격을 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트마켓에서 통용되기 어려운 이러한 가격구조는 결국 도예가 그들만의 리그로 끝나게 되는 원인이 된다. 그렇다면, 현재 아트마켓에서 움직이는 현대미술의 가격구조를 살펴보자.

경매에서 거래되는 작품을 3차 시장이라고 한다면, 갤러리에서 작가의 작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거래를 2차 시장이라고 한다. 작품가격은 여기서부터 책정이 시작된다. 그렇다면, 작품 가격을 책정하기 위한 기준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 보자. 공산품이 공장에서 생산돼서 유통될 때 가격표를 붙이듯이 미술품도 작가의 작업실에서 전시장으로 옮겨져 전시를 할 때 가격이 형성된다. 가격책정의 핵심은 작품내용이다. 그렇지만 주관적 선호가 강한 미술 작품의 우열을 어떻게 구분한단 말인가? 이런 경우 기준이 되는 객관적인 잣대는 작가의 경력부터 시작된다. 개인전 경력 유무, 중요기관의 상벌 유무, 최근에는 유명 레지던시 경력 역시 국전의 입상 경력 못지않게 중요하게 평가된다.

작품 자체의 가격 책정 기준을 살펴보자. 입체작품의 경우에는 크기도 중요하지만 작품재료가 가격책정 기준에 있어 선행된다. 가격이 비싼 대리석, 브론즈를 사용할 경우와 합성수지나 재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재료로 완성된 작품은 그 가격이 차별화된다. 그 후 미적 가치, 작품의 크기 등이 고려된다.

작품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구성원은 작가, 평론가, 전시기획자, 큐레이터 등이 있다. 작가의 경력과 작품 내용에 따라 이미 활동중인 유사한 성향의 작가들의 작품과 비교 분석하는 방법이 있으며 경매에서 낙찰된 작품, 그리고 미술품 콜렉터가 선호하는 작품이 좋은 가격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은 2~3차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거론되는 작가들의 작품은 일정부분 객관적인 작품가격 형성에 평가를 받는 것이다.(주관적 성향이 강한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도예를 전공한 예술가, 공예가들의 작품 가격 기준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술하였듯 유일성, 재료비, 제작기간, 창작의 노고 등이 기본적으로 고려된 후 작품 발표 횟수, 주요기관 당선, 레지던시 경력 등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주관적인 가격이 아닌 미술전문가, 공예전문가와의 협의를 통한 가격 책정이 절실하다.

 

월간도예 No. 206, pp.52~55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