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오늘의 도자 ·공예 페어를 말하다
2018-03-02 (금) 16:36 조회 : 176



아트 페어의 러쉬, 페어의 올바른 이해와 도자 ·공예 페어 시대의 전략

김진아 공예연구가


현대미술시장의 트렌드, 아트 페어

최근 미술시장과 관련하여 뉴스기사를 검색하면 범람하고 있는 비엔날레와 아트페어에 대한 기사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만큼 비엔날레나 아트페어와 같은 대규모 미술행사가 미술시장의 트렌드로 자리하고 있음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 중에서도 아트 페어는 비엔날레와 달리 직접 작품의 판매가 가능한 행사로, 미술을 뜻하는 아트 art 와 품평회, 공진회 또는 정기적인 시장, 축제일 겸 장날, 박람회, 전시회 등의 뜻을 가진 '페어 fair'가 결합하여 '미술 박람회' 라고도 불린다.

아트 페어의 시초는 1959년 영국의 굴벤키언 재단 (Gulbenkian Foundation)이 후원하여 런던 지역을 중심으로 한 갤러리들이 주축으로 조직한 미술제로 알려져 있으며, 참가자들 사이의 정보 교환이나 판매촉진 또는 시장의 확대를 위해 여러 갤러리들이 연합 하여 개최되는 것이 특징이다. 한 장소에서 여러 국가의 화랑이 참가하여 다양한 미술품을 선보임으로써 단순한 작품 거래의 차원을 넘어 미술계의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아트 쾰른 Art Cologne>, <아트 바젤 Art Basel>, <FIAC Foire Internationale d' Art Contemporain>으로 대표되는 유럽의 아트 페어가 세계 미술시장을 견인하고 있었다면, 2000년 이후에는 영국의 <프리즈 아트 페어 Frieze Art Fair>를 비롯해 미국의 <아트 시카고 Art Chicago>와 <아모리쇼 Amory Show>, 대만 <아트 타이페이<Art Taipei>, 홍콩 <아트페어 Are HK>, 한국 <kIAT Kore International Art Fair>, 일본 <도쿄 아트 페어 Art Fair Tokyo>, 중국 <CIGE China Internationl Gallery Exposition> 등 전 세계적으로 약 50여개의 크고 작은, 특색 있고 다양한 아트 페어가 개최되고 있다. 그야말로 미술시장을 아트 페어가 점령하고 있는 러쉬(rush)의 시대인 것이다.


미술시장의 구조와 아트 페어

이렇게 아트 페어의 부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아트 페어는 미술시장 내에서 어떤 위치에 있으며,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일반적인 미술시장의 구조는 생산자인 작가와 구매자인 갤러리, 또는 컬렉터 사이에서 직거래가 이루어지는 1차 시장이 있다. 여기에 옥션이 참여하는 2차 시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1, 2차 시장에서 대부분의 미술품이 유통된다. 국내의 공예시장도 이러한 일반적인 미술시장 유통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테두리 안에 있다. 1990년대 공예전문 화랑들이 생겨나면서 도자기를 비룻한 공예작품들이 갤러리를 중심으로 1차 시장에서 거래되기 시작하였고, 2차 시장에서는 고미술품 등을 중심으로 공예작품들이 유통되고 있다. 그리고 이 유통구조 내에서 미술관은 박물관법에 의해 수집된 작품을 재판매 할 수 없는 유일한 곳으로 미술작품의 최종 목적지라고 할수 있다. 미술품의 유통구조 안에서 갤러리와 미술관의 관계는 본고의 후반부에서 조금 더 다루도록 하겠다.

그러나 점차 작품을 구매하는 갤러리와 개인 컬렉터들의 구매 방식이 미술품 유통의 기본적인 순환구조를 벗어나는 경우들이 종종 생기면서 아트 페어가 급격하게 성장하게 되었고, 갤러리를 중심으로 유지되던 미술시장은 이제 컬렉터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미술시장의 유통구조 안으로 끌어들이게 되었다. 그 결과 옥션과 더불어 아트 페어에서의 성과에 따라 작가나 갤러리의 성공이 좌우될 만큼 미술시장에서 아트 페어의 비중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작품의 판매뿐만 아니라 새로운 작가의 발굴과 전문 정보의 교환처럼 미술시장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기능과 더불어 대중성과 축제적 성격도 지니고 있어 잠재 고객ㄱ을 발굴하고 미술인구의 저변들을 확대하는 등 미술시장의 새로운 유통구조로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국내아트페어와 공예작품의 유통 현황

2000년대 이후 국내의 미술시장에서도 미술품의 유통구조가 갤러리와 옥션에서 아트페어로 그 중심이 이동하면서 최근 10년간 많은 아트페어들이 생겨났고, 미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ㅈ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실시한 한국 미술시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05년 기준, 전국에 약 7개 정도에 불과했던 아트페어가 2014년에는 약 36개 정도로 늘어나 확대된 아트 페어 시장의 규모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갤러리의 작품거래가 점점 아트 페어를 통해 유통망을 넓히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공예작품들의 아트 페어 유통 상황은 어떠한가. 우선 아시아 최대의 미술시장이자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아트 페어 KIAF에서는 회화, 조각, 판화, 사진, 미디어아트 등의 작품과 일부 조형성이 강한 미술공예작품을 다루지만 공예품은 거의 다루지 않는다. 대신 2006년 국내 유일의 공예페어를 표방하며 시작한 공예트렌트페어에서 다양한 분야의 공예품들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첫 번째 행사 이후 지금까지 10여 년 동안 공예페어의 중심축 역할을 하며 이후 생겨난 공예페어를 이끌고 있다.

그러나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발간한 2015년 공예산업 실태조사를 보면, 공예품의 유통 경로에서 공예 관련 전시회나 공예 페어 같은 관련 박람회에서 판매되는 비율은 모두 합하더라고 4%를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생산된 공예품의 약 70% 이상이 공방 내에 있는 매장에서 고객들에게 직접 판매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예페어는 과연 다른 아트 페어 처럼 공예작품의 트렌드한 유통경로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지 고민해봐야 하는 상황이다. 2000년대 들어 불황을 맞고 있는 국내 미술시장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대안으로 아트페어가 부상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며 개최하는 공예 관련 페어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들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국내 도자 · 공예 페어의 동향과 전략

국내에서 개최되는 약 10여개의 공예페어 중에서도 규모가 큰행사인 공예트렌드페어와 홈· 테이블데코페어, 서울디자인페스티벌과 싱글라이프페어가 비슷한 시기에 같은 장소인 코엑스에서 개최 예정이다. 그리고 조금 앞선 9월에는 청주공예비엔날레의 부대행사로 청주공예페어가 청주 옛 연초제조창에서 개최되었으며, 지난 11월에는 양재 aT센처에서 '그릇의 품격' 이라는 주제로 <경지세라믹페어 <G-Ceramic Fair>가 열렸다. 이렇게 적지 않은 수와 규모의 아트 페어에서 도자공예 작품들이 전시, 판매되고 있다. 도자 ·  공예 페어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아트 페어의 특성에 대해 조금 더 연구하고, 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성공전략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한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작년에 개최되었던 공예트렌트페어와 지난 가을에 열린 청주공예페어와 경기세라믹페어를 되돌아보며 앞으로의 도자 ·  공예 페어 시대의 전략에 대해 다루어보고자 한다.



1) 전문화된 인력 시스템과 전문 디렉터 영입

아트 페어는 전시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사실상 작품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그것도 일반적인 물건이 아닌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예술 작품을 다루는 시장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미술전시와는 다르게 전문성을 갖춘 조직과 페어의 고객층에 맞춘 차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지난 2016년 공예트렌드페어에서는 국내외 갤러리의 참가 섭외에 있어 국제적인 면모를 보여주게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올해 9월부터 10월 사이에 개최되었던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청주공예페어에서는 행사에 참여한 부스의 전체적인퀄리티가 제대로 컨트롤 되지 못 햇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바로 페어의 전문화된 인력 시스템과 전문디렉터의 부재에서 오는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국내에서 열리는 대규모 도자 ·  공예 페어는 모두 공공기관에서 주관하는 행사이다. 그러다 보니 사무국의 인력이 단기적으로 운용되는 경우가 많고, 운영인력 중에서 프로그램 개발, 국내외 갤러리 유치, 홍보마케팅 등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인력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어떤이유에서든 담당자가 바뀌게 되면, 기존 행사에 대한 숙지로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 전문 인력을 섭외하여 행사를 운영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단기적인 계약을 통해 운용되기 때문에 다음 행사에서 공통된 운영방식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노하우를 축적한 인력을 영입하고, 이를 활용하는 방법이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총괄 디렉터는 페어의 특징을 결정짓는 중요한 인력인 만큼 반드시 전문가를 선택하여 그 권한을 부여받고 의무를 다하도록 운영되어야 한다.


2) 미술관련 기관 및 단체와의 협업

앞서도 잠시 언급하였듯이 아트 페어의 특성은 각각의 부분에서 전문성을 요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공기관이 주관하는 국내의 도자 ·  공예 페어에서는 외부 전문가들을 섭외하여 행사를 진행하기도 하는데, 이럴 때 다양한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페어의 행사 구성을 보면 매회 다른 주제를 선정하여 주제관과 특별기획관을 운영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올해 개최된 경기세라믹페어에서는  (사)한국식공간학회가 테이블웨어 기획관을 맡아 <탐미 貪味, 맛을 탐하자>전을 선보였고, 한국조다장신구협회에서는 장신구를 주제로 <화양연화 花樣年華, 인생>이라는 제목의 초청관 전시를 맡아 진행하였다. 경기세라믹페어의 기획전 예시는 행사 주체인 한국도자재단과 (사)한국식공간학회가 상호교류를 위한 업무협약 체결을 통해 전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 행사를 공동 운영, 진행하였던좋은 예시라고 할 수 있다. 한국도자재단은 한국식공간학회와 함께 향후 한국식생활문화의 발전을 위해 도자와 연계한 다양한 사업들을 도모할 방침이며, 마케팅, 홍보 등 다방면으로 교류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이처럼 사무국 운영인력 중에서 전문 전시기획자나 전문 디렉처가 없는 경우, 미술관과의 공동기획을 통해 수준 있는 전시를 마련하고, 더불어 작가에 대한 홍보 효과도 얻어낼 수 있다. 또한 문화재단, 관련 단체 등과 연계하여 컨퍼런스, 워크숍, 이벤트 등의 프로그램을 공동 운영할 수도 있다.


3) 영향력 있는 갤러리와 컬렉터의 섭외와 DB 구축

도자 · 공예 페어에 국내외 영향력 있는 전문 갤러리와 컬렉터를 섭외해야 하는 이유는 아트 페어가 작품만 판매하는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트 페어는 갤러리 외에 작가 개인이 직접 참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시장의 확대를 위해서 여러 갤러리들이 연합하여 개최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이다. 따라서 행사기간 동안 작가, 갤러리, 미술관, 컬렉터 등이 상호 네트워크의 기회를 얻고,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낸다. 그러나 공예트렌드페어를 비롯하여 현재 개최되는 도자 · 공예 페어의 참가자 형태를 살펴보면 갤러리보다는 개인 사업체나 작가의 형태로 참가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소규모 요장의 형태로 자체 생산하고, 그것을 직접 들고 나와 판매하다 보니 현장 판매에 급급하여 제대로 된 홍보와 프로모션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갤러리는 작가와의 소통을 통해 작품 생산에서 판매까지 관리하고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며 마케팅을 통해 상호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고, 마지막에는 작가들의 작품을 미술관으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아트 페어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마케팅을 통해 작품의 가치를 높여 결국에는 검증받은 작품으로 미술관 전시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 갤러리이자, 컬렉터들이 행사장을 방문하고, 어떤 작품들을 구입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성공적인 페어 운영을 위해 참여한 갤러리와 컬렉터의 정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파급효과가 있는 갤러리와 컬렉터를 리서치하고 그 정보들을 적극적으로 DB 로 구축하여 관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들을 섭외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전문가를 확보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4) 판매 촉진을 위한 홍보와 다양한 프로그램 편성

아트 페어의 개최기간은 4~5일로 '미술 5일장'으로 불릴 만큼 짧다. 기본적으로 100개가 넘는 부스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한꺼번에 작품을 전시, 판매하기 때문에 다양한 작품들을 한 번에 둘러 볼수 있다는 장점이 있따. 그러나 시간이 짧은 만큼 치밀한 홍보 전략이 없다면 원하는 성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홍보방법과 프로그램들을 편성하여 운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작품의 구매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VIP들을 위한 프로그램 편성이 필요하다. 공예트렌드페어에서는 입장고객을 VIP 프리오픈 행사를 진행하고 잇다. VIP 선정과 섭외, 그리고 이들의 응대 등은 매우 신중하고 전문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아주 작은 프로그램이지만 결국 이들의 행보가 페어의 성패를 가르는 열쇠가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준비하여야 할 것이다. 다음은 초대권이나 일반 입장권을 받고 행사장을 방문하는 일반관람객들을 위한 홍보 마케팅 전량으로써 상품지급이나 사전등록제 같은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공예트렌드페어나 홈 · 테이블테코페어의 경우, 사전 등록제를 통하여 페어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전등록기간을 통해 자연스럽게 행사도 홍보하고, 관람객의 정보를 미리 받아서 관람객 수요분석에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기세라믹페어에서는 사전등록 외에도 현장등록을 하는 관람객에게 입장료와 같은 금액의 상품권을 지급하여 행사장에서 공예품들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였다. 뿐만 아니라 쓰던 도자기를 가져오면 상품권이 들어 있는 럭키박스로 교환하여 새 도자기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이벤트도 진행하였다. 이처럼 일반 관람객들이 구매 동기를 마련하여 판매를 톡진하는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들은 가능한 다양하게 마련하는 것이 좋다. 그 외에도 대중을 타깃으로 하는 매체 광고 이외에 모바일과 온라인을 활용한 홍보 전략을 함께 마련하여야 한다. 특히 페이스 북이나 트위터,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같은 SNS는 특히 관심이 있는 관객 사이에서 홍보 파급혁이 빠르기 때문에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똑똑한 도자 ·  공예 페어를 그리다

도자 ·  공예 페어가 홍수처럼 넘쳐나다 보니 성공적인 거래 실적과 높은 수준으로 자리를 잡아가며 성공하는 페어가 생기는 반면, 상대적으로 실패하는 페어도 있다. 작품을 판매한다는 이유로 아무런 특성 없이 많은 비용을 들이는 행사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성공적인 평가를 받는 해외의다양한 아트 페어의 사례들을 찹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외적으로 잘 보이지 않는 컨텐츠나 환경, 운영 방법 등을 잘 연구하고 개발한다면, 다양한 도자 · 공예 페어가 개최될 수 있다.


월간도예 Vol. 261, pp.32~39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