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현대공예의 용도와 표현
2018-04-23 (월) 10:45 조회 : 184

현대공예의 용도와 표현

가네코 겐지



'공예'의 개념

영단어 'craft'는 원래 독일 북부에서 '힘' 또는 '노동력'을 뜻하는 독일어 'Kraft'에서 파생된 말인데, 요즘도 독일어 사전에서 찾을 수 있을 정도로 흔히 쓰인다.

독일에서는 단어의 원래 의미가 그대로 살아 있는 반면, 영어권에서는 'k'가 'c'로 바뀌면서 의미가 더 확장되고 뜻도 달라져 인간의 지식 저 너머, 심지어 초자연적인 영역에 존재하는 엄청난 힘을 가진 어떤 것을 묘사하는 말이 되었다. 알다시피. 초자연적이라는 것은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영역 저 멀리에서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고도로 발전된 기술을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craft'라는 말은 고도로 발달된 기술을 뜻하는 용어가 되었다. 그리고 세대가 거듭되면서 발달된 기술로 만들어진 것들을 포함하는 의미로 더 확대되었다.

자동차나 비행기가 생기기 이전에 가장 좋은 교통수단은 배였다. 항해는 발전된 기술이었고, 서박과 보트는 그런 기술로 만들어진 상품이었다. 항공기(aircraft), 수륙양용선박인 호버크래프(hovercraft), 인명구조선(lifecraft)과 같은 단어에는 'craft'의 그러한 기술적 역할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옥스포드 사전에 의하면 'craft'라는 용어는 영어권 어휘로 들어가면서 처음으로 근대 미술 개념과 연결되었다.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

1851년 개최된 런던 만국박람회는 국제적인 전시회의 전형이라는 매우 의미 있는 전시회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전시장에 진열되어 있던 공산품들은 산업혁명 이후 단지 효율성만 추구해온 탓에 처량한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에 자극 받은 영국의 지식인 사회는 산업디자인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남부 켄싱천 미술관의 초대 관장 헨리 콜과 '산업디자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크리스토펴 드레서, 그리고 그들 중 가장 유명 인사였던 윌리엄 모리스 등이 그들이었다.

그들은 당시 근대 미술의 한 장르로 자리를 잡아가고는 있었지만 회화와 조각의 뒷전에 밀려 있던 순수미술 (fine art)이라는 개념, 그럼에도 기계적인 상품 제조 과정에 회화 및 조각과 동일한 미학적 원리를 제공해오고 있던 그 개념에 주목했다. 미술을 산업에 적용하려는 생각이었다. 다시 말해서, 그들은 응용 미술(art and craft) 또는 미술 산업(art industry)이라 불렀다. 이러한 움직임은 유럽 대륙으로 확산되었고, 독일 공작연맹과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공방들을 거쳐 마침내 근대 디자인 (modern design)으로 알려진 완성된 이론의 모습을 띠고 바우하우스스쿨에까지 이르렀다.

전후에 펼쳐지니 거대한 산업의 시대가 기계시대의 도래로 이어질 무렵까지, 이러한 경향은 방대한 산업디자인 시장과 그래픽디자인 시장을 창출하면서 발전해갔다.

이런 점에서, 미술 공예와 미술 산업은 초기의 응용 미술 개념과 근대 디자인 개념을 동시에 대변한다. 일본에서도 미술 산업을 직역한 비주츠 코게이(bijutsu kogei)라는 용어가 만들어져 근대 디자인 개념을 보급하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계시대가 도래한 1920년대 동안 상황은 변하기 시작했다. 수공예품이 응용 미술에서 떨어져 나가 미술 공예의 범주에 포함되었던 것이다. 손으로 만든 것들을 표현할 용어가 있어야 했고, 그것을 찾는 과정에서 'craft'라는 단어가 적용, 대중화되었다. 다시 말해서, 순수 미술, 응용 미술, 그리고 공예라는 서구 근대 미술의 세 가지 개념이 확립되었던 것이다.

초기 공예는 단시 수공업을 의미할 뿐이었다. 그러나 1910년대 들어 공예 부문에서 작업하는 근대 작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작업을 반-산업(anti-industry)으로 규정짓고 작업 내용을 구분하기 위해 스튜디오 유리(studio glass)까지 아우르면서, 스튜디오 공예(studio craft)라는 용어는 온전한 하나의 장르를 설명하는 데 사용되기 시작했다.


현대공예의 용도와 표현(용도의 구조와 발전, 그리고 전개)

p.9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