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환도화전-

도화의 역사는 꽤 오래된다.

엄격한 의미의 도화라고 할 수는 없지마는 그의 출발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옛날 사람들이 토기나 도자기 위에다가 문양을 그려 넣고 아름다움을 한결 더하는 행위에서 비롯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선사시대에 살고 있었던 사람들이 만든 토기에는 빗살무늬같은 단순한 기호나 문양을 그려넣음으로써 토기를 보다 아름다운 것으로 만들고 있다. 물론 그것은 옛날 사람들의 단순한 장식 본능에서 출발한 것이지만 그러한 인간의 장식 본능이 발전하여서 보다 복잡하고 의미를 지니는 그림에까지 확대되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 이외의 사람을 포함한 자연을 바라다 보면서 살아왔다. 그 자연은 동물과 식물 그리고 눈 앞에 전개되는 풍경들이다. 그리하여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시대의 단순한 토기에 그려진 동물무늬나 식물 무늬를 비롯해서 도자기가 극도로 발달해진 고려시대에 이르러서는 도자기 위에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하나의 상식이 되어왔다.그러기에 도자기 성립의 3대요소로서 형태와 색채와 그리고 문양이라는 그림이 문제되었던 것이다.

원래 도자기에 그려진 그림은 솜씨있는 도공들이 자기가 만든 도자기의 면이 생기고 그 면에다가 무엇인지 그림을 그려 넣음으로써 공간을 메꾸는 기쁨을 맛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도자기의 발달이 이루어지고 그의 제작 과정이 고도화됨에 따라서 도자기의 제작은 도공이 하되 거기에 그려진 그림은 전문적인 화가가 그리는 수도 많게 되었다.

이러한 전문적인 화가들에 의해서 그려진 도화가 고려시대의 청자나 이조시대의 분청백자, 청화백자등에 많이 나타나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나라 도자기사상에서 도화라는 개념은 이미 도자기의 존재와 때를 같이 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우리 생활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도화전은 불과 10여년전에 새로 일어나고 있는 미술풍토이다. 그것은 한국 도예의 중단을 이어가는 작업으로써 전승 도예가 많았고 그러한 전승 도예의 계승 사업의 하나로서 도공의 그림이 아닌 전문 화가들의 그림을 도자기에다 그린다는 기풍이 생겨났던 것이다.

그래서 많은 화가들이 도자기에다 그림을 그림으로써 새로운 미술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화가 박성환의 도화 작품은 그러한 현대의 도화 속에서도 유별나게 그의 존재가 빛나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도화 작품을 시도한 사람은 전통화가나 서예가가 대부분이고 때때로 이른바 유화가들에 의해서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도화는 바탕이 되고 있는 도자기의 형태를 최대한으로 인정하면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화가 박성환의 도화는 거기에 그려진 그림의 존재가 너무나 강력하기에 도자기의 형태감은 자연 그 속에 묻히고 만다.

강렬한 색채 감각을 발휘하고 있는 붉은 색은 화가 박성환이 즐겨 쓰고 있는 색채이지마는 바탕이 되고 있는 백자 위에 어울리고 있는 그 빨간색은 루비와 같은 영롱한 효과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최근에 국내에 소개된 피카소 도예전에서 엿볼 수 있었던 피카소의 개성이 그의 색채나 그림을 통해서 도기를 지배하고 있듯이 화가 박성환의 경우에도 그의 강렬한 개성이 붉은 색과 활달한 필치를 통해서 실현되고 있다.

1982년 6월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