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흙』展에 부처

톰 화이트(주한 영국문화원 원장)

김종인의 이번 첫 개인전은 한 젊은 도예가의 무한한 창조성으로 흥미로운 방향을 제시하여 주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그녀의 예전 작품들은 한국적 전통자기에 많이 근거한 - 섬세하게 상감되어진 甁들, 청자의 투각, 불고 검은 색감의 장식들, 시간을 초월한 듯한 형태에서 주는 잔잔하기만 한 느낌.- 신 전통적 형태에 있었다.

그러나 김종인의 모든 것 - 영감, 철학, 사고, 아이디어 - 이 담긴 이번 작품들로부터 새로이 탄생되어진 한 형태가 우뚝 나타나게 된다. 바로 반추상이기도 하고 또는 끈으로 꽁꽁 붂여진 반쪽은 덮여져 있는 어딘가로부터 뚝 떼어져 놓은 것만 같은 여인네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 여인들은 누구인가? 김종인을 끊임없이 쫓아다닌 형상들인가? 어쩌면 그녀를 끊임없이 사로잡고 있는 형상들일까?... 표현할 수밖에 없는 여인들이었기에 그녀는 이 여인들을 이 흙展의 주제로 삼았는지도 모른다.

여러 곳을 다니며 찾은 몸체가 되어 줄 갖가지의 흙들과, 도자와 조각의 조화점을 찾기 위한 계속적인 탐구로서 만들어 낸 영묘한 형태를 자아 내는 여인들의 像은 그녀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의 매개체가 되어준다.
여인들은, 아니 인간들은, 그들을 속박하고 있는 것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것인가? 혹은 그들은 다른 무엇을 향해 쫓아가고 있는 것인가? 김종인이 조금은 너무 심각하다는 부담스러움도 느끼지 않을 수 없지만 되돌아서 생각해 보면 복합적이고 농축된 의증을 느낄 수 있다.

형태상으로 그녀의 작품들은 전통과 현대를 동시에 사랑하는 한 도예가의 균형감각을 단순히 돌아가는 형태 위에 그녀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투각, 상감기법을 입혀 잘 보여주고 있다. 낙원에서 잠자던 이브의 초상을 생각케 하는 여인들,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여인들, 무언가로부터 죄어진 여인들, 감겨진 여인들, 가려진 여인들, 기대어진 여인들... 적절히 가해진 불기운과 색감이 더해져 그 여인들은 더욱 드러내어져 보인다.

이번 전시를 통해 김종인 자신은 지난 것으로부터 탈피하고자 하는 하나의 자국을 만들 것이다. 그것이 결정적인 자각일 수도 있겠고 또 새로운 것을 향한 한 과도기적인 자각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어느 편이든 난 끊임없이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는 그녀에게, 또한 미래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가능성이 보이는 그녀의 작품들에게, 나의 성원을 보내며 뜻 깊은 전시회가 되길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