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팔뜨기의 시각과 거꾸로 가는 세상에 대하여

도예가 우관호

같이 작업하는 사람으로써 한 작가의 작업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실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비슷한 연배의, 유사한 성향의 작업을 조금은 비평적 시각에서 조목조목 따지는 것은 더욱 그러하다.
신이철의 작업은 우선 몇 번의 내용적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 지금에 이르렀다. 그가 대학 졸업 작품으로 내놓은 세 점의 작품은 기존의 조각이나 회화에서 종종 언급된 방법론으로서 그다지 신선한 느낌은 없었다고 본다. 그러나 그 가운데 '화려한 졸업'이란 명제의 작품은 형식적인 면에서 일견 미국도예가 토니햅번(Tony Hepburn)의 작품 St. Louse Gate를 연상하게 하지만, 실제 그 바탕에 깔린 의도는 다분히 신이철적인 稚氣(?)와 나름대로의 패러디가 보이는 것이었다. 그가 그 작품을 하면서 노린 의도가 무엇이며, 그것이 또 현재의 그를 있게 한 동기가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두 개의 기둥사이에 매달린 종(鍾)은 졸업에 대한 심각한 의미부여보다는 지긋지긋한 학문의 끝이라는 우의적 상징성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졸업 후 그가 '다리 위의 정물', '정상?', 'B씨 가족의 외출' 등의 명제로 발표한 일련의 작업들은 이제 자신의 문제에서 사회적 문제로 관심을 환기시키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특별한 변형이나 왜곡없이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인 불특정 개인의 하반신 위에 놓여진 몇 점의 정물은 이미 경화된 현대인의 형이하학적 욕망을 나타내고 있다. 비록 그 위의 정물들이 구체적인 서정성을 갖고 있긴 하나, 어쩌면 작가는 보다 심각한 상징요소로 해석하여 묵시적으로 표현코자 하였는지도 모른다.

한국 사회구조의 경제적 모순으로 파생된 기형적 졸부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정상?'은 비교적 간결한 구조의 조형이지만, 그 내면에는 작가가 느낀 시대적 부조리에 대한 실랄한 통찰력이 엿보이고 있다. 또한 'B씨 가족의 외출'은 청개구리 우화를 연상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서, 역시 간결하지만 작품전체에 흐르는 가족들의 밉지 않은 갈등과 부모에 대한 자식의 소외 또는 작은 반항들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현대적 가족관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거친 그가 이번에 내놓은 'Cartoon'시리즈는 전체적으로 인간과 물질에 대한 아이러니를 풍자하는데 근원적인 사고의 중심을 가지고 있다. '무제', '소변금지'. '出家', '아담과 이브', 'FAST FOOD' 등의 명제로 일상적인 인간사와 주변의 사물들을 교묘하게 복합시킨 작품들은 '다리 위의 정물'과 같은 조형적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그 내용은 각기 다른 내용 속에 놓여 있다. '소변금지'나 'FAST FOOD'과 같은 아국적 서정성을 띤 것이 있는 반면, '出家'와 같은 민중적 속성을 지닌 것도 있다.
특히 '出家'는 60년대의 가난한 우리 농촌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어쩌면 Cartoon시리즈 중 가장 독특한 어법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향수를 느끼게 하는 까만 고무신과 군데군데 깁고 걷어올린 헐렁한 바지를, 길 떠나는 보퉁이로 연결시켜 표현한 것은 앞서 말한 신이철의 稚氣와 정확히 연결되는 것이라 하겠다. 이것은 또한 단순한 의미에서의 출가라는 개념보다 혼탁한 사회구조에서의 떠남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C.W.밀즈는 현대인이 영원한 이방인이 아니라, 최소한의 局外者인 것은 역사의 변용과 사회적 상대성에 기인한다고 역설하였다. 어렵고 고단한 삶의 한 형태에서 자신의 것을 찾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이 '떠남'이라는 허무의 의식으로 귀결되어 진다는 의미에서의 '出家'는 신이철이 추구하는 부조리에의 고발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평범한 일상사를 역설적으로 다루는 그의 작업은 이미 다양해진 현대도예의 형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법론이긴 하지만, 사회와 세계 그리고 자신에 대해 솔직한 질문을 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도예라는 소극적 예술범주에서 자칫 조각적 언어로 경도되기 쉬운 작업을 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이철은 작품의 내용과 형식을 제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 현대도예가 가진 물성위주의 유행에 나름대로의 작은 추파까지 던지고 있는 것이다.


CARTOON-出家 '정상?'

B씨 가족의 외출 화려한 졸업(w:120cm, d:40cm, h:21cm)

다리 위의 정물(w:50cm, d:30cm, h:120cm)

소변금지(w:45cm, d:33cm, h:90cm)

CARTOON-무제(w:40cm, d:34cm, h;110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