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상감을 통한 흙과의 새로운 만남-

陶는 道와 통한다고 생각한다. 그 공정이 까다롭고 어려움이 그렇다. 오랜 시간에 걸쳐 인고를 감내해야 하는 수련의 불가피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어떤 경지를 얻기 힘들다. 오로지 혼자 터득해야 하고 또 혼자서 무한원의 목표를 설정하고 끈기있게 탐색해 들어가야 한다.

「자연과의 합일」이라는 절대적인 명제 앞에서 언제나 겸허해야 하는 것도 이 영역이다. 서길용교수가 도인으로 입신하면서 간파한 것도 그러한 어려움이었을 것이다. 모든 도인 공유의 고뇌고환을 그라고 해서 앓지 않았으리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흙과 불이라는 영험적인 세계에 잠정적으로 도전하면서, 혹은 승복하기도 하면서, 그는 자연을 통찰하는 힘을 기른다. 도에 이르는 길은 멀고 험란하다. 전승도예와 현대도예 사이에서 그는 빈번한 갈등을 맛보기도 하였으려니와 그 양자의 차이를 해소하며 맥락적 띠로서 연결시키는 것을 주어진 임무로 생각하는 듯 하다. 특히 도자예술에 있어서는 본원이라 할 전통의 뿌리를 외면할 수 없으므로 그는 항상 전승도예에서 가치있는 것을 추출해 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다. 동시에 현대적 시각이라는 것도 배제할 수 없는 입장이다.

서교수가 그간 해 온 작업은 태토에 이질토 입힘을 하고 기연부의 바깥언저리에 별도의 토약을 흘러내리게 하는 등 주로 표현효과에 치중하는 작업이었다. 재료의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면서 재료의 개발이라는 문제에 부딪친 그는 근작을 통하여 특이한 재료구사를 시도하고 있다. 즉 좁쌀, 보리, 볍씨 등을 상감하는 방법으로서 작가 자신이 명명한 「곡물상감기법」으로 텍스춰처리를 하는 작업이다.

곡물 그 자체도 토양의 전제없이는 생명을 누릴 수 없는 자연물이라는 점에서, 또 원래 그릇(器) 이란 곡물과 불가분의 용도관계에 있음을 상기할 때, 이 곡식과 흙과의 새로운 만남은 유다를 의미를 갖게 한다. 인간도 결국은 흙으로 돌아가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