徐 吉 龍 陶 藝 論

글 / 長 文 戶(哲學博士ㆍ美學)

도자기를 창작하는 길은 두 갈래가 있다. 하나의 소재를 통해서 작가 자신의 심상을 표현하는 길과 대상 속에 몰입하는 길이 그것이다.
그렇다고 볼 때 서길용의 도예작품은 심상의 표현을 소재에 담고 있으면서, 거기에 한국적인 환상으로 형태화하고 있다. 때문에 그의 작품은 한국인이면 누구든지 그것을 대하면 공감이 가고 기쁨을 느끼게 된다. 이는 다름아닌 그 생활 자체를 작품 내부에 포함시켜 그 존재의 밑바닥에 깊게 뿌리를 내리게 한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가 "형태에 있어서는 분청사기, 조선백자의 계보를 현대화시키고 재질적인 면에서는 전통적인 재료를 활용하거나 고화도 안료를 첨가하여 회화적인 장식효과를 꾀했다"고 말하는 조형관은 이미 강렬한 미의식이 그의 작가적인 양식을 통제하고 조형공간을 질서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그것은 인간 심층심리로부터 표출된 하나의 징표라고 볼 수 있다. 전통적인 상감기법은 고려청자의 흑상감, 백상감으로 무늬에 따라 감입한 평면적인 것이었다. 그에 비하면 기법면에서는 같은 계보에 속하겠지만 서길용의 기법은 곡물의 형태에 따라 자기 표면에 갖가지 의사입체적 형태로 표현되어 있다.
본래 공예의 장식무늬는 불순하고 거추장스런 잉여요소를 불식한, 안정된 문양화가 요구되며, 그 승화의 성취도에 따라 공예의 무늬는 미를 증대할 뿐 아니라 불가사의한 리얼리티까지도 강조하기에 이른다.
전통적인 상감기법을 섭취하고 그것을 독자적인 곡물상감으로 완성시킨 서길용의 도자상식기법은 규범된 기술을 복고적 태도로 재생시킨 것이 아니라 상감이란 맥락에서 과감하게 발전시킨 또 하나의 양식이라 말하여도 좋을 것이다.
흔히 '서길용 기법'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그 곡물상감장식스타일은 도예계에 잘 알려진 바와 같다. 그의 상감은 어떤 곡물을 점토성형의 기면에 압착시켜 소성 후에 그 타버린 흔적의 무늬가 의장화되는데서 연유되지만 그 무늬는 요철로 제한된다. 이 경우 요철은 기면의 다른 영역의 부분과 교와로 연결하여 전개되는 부분이 되고 있는데 그의 의장은 이와 같은 불규칙적인 제약을 역으로 활용하여 그것을 하나의 무늬 혹은 장식하는 방법으로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결국 요철로 자연스럽게 장식무늬의 패턴을 이루어 간다. 이와같이 서길용의 곡문상감장식은 그 스스로의 의장감각과 요철의 기술적 제약이 결합하여 하나로 된 특색을 지니게 된다.
서길용 도예의 장식무늬는 극히 아름답다. 그 무늬의 아름다움은 안료가 본래 지니는 발색의 아름다움과 깊이 관계하고 있지만 특히 파랑, 분홍 등의 혼합, 정리한 선택과 그 구사하는 감각, 그리고 그 무늬의 윤곽을 노출시키기 위한 연마를 통한 박락 기법 등은 유기적인 조화로 격조를 높여가고 있다.
금번 도예전은 작가가 말하고 있듯이 작품의 주제를 "바다"에 두고 있으며 그 바다의 현상을 의집의 테마 "파도와 잔잔한 물결"의 무한함과 수직에로의 신장을 중심으로 삼아 갖가지 그 형상을 문제로 제기시켜 작가의 심상을 표출하려고 시도한 작품들이다.
여기서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앞서 서술한 공예적인 곡물상감기법을 통한 도자의 장식과 회화적인 기법을 통한 "바다"의 묘사적인 조형의 계기에 관한 문제이다. 이는 시대적 혹은 개인적 계기이든 그 어떤 회화가 미감의 추구에서 모습을 바꾸고, 그 대신에 내면표출의 수단으로서 개성과 그 시대와의 복합적인 정신적 가치를 답지하게 될 때 그 회화와 평행하여 다른 세계에서 장식주의의 전통이 내리막이 된다는 견해가 일반적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치 질적인면에서 사회적 계층의 구별과 같은 이러한 미학에 의해 한 시대의 미적 취향이 분리해 버리는 것이다.
여기서 곡물상감의 장식은 뒤로 미루고 '바다'의 주제를 통해 다시 말해서 분리된 미적 취향을 어떻게 포상받아 그 통일을 지탱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작품의 주제인 "바다"는 작가의 복합적인 내면의식, 이를테면 예술인으로서의 고뇌와 환희, 그리고 사물에 대한 본질적인 향수를 내포하고 있으며, 인간의 이기를 극복한 중도의 경지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기에 서길용의 "바다"는 '파도와 물결'을 통해 그 구도적 긴장과 디포르메, 혹은 작가의 성벽을 증표하는 터치로써, 일상적인 것과는 또 다른 체험을 불러일으켜 독자적인 강렬한 동기를 전달하게 된다.
특히 시유층의 두껍고 얇음, 부드럽고 거침, 맑고 어두운 빛깔 등의 미티에르의 균형과 동세에로의 지형이 여러모로 시도되어 지고 있는 예는 그 구체성을 입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지형의 의식을 기의 구록부에서 경부에 걸쳐 이장흘리기 기법을 통해 인간심리를 표현해 보려는데 크게 시선을 끈다.
서길용의 이와 같은 시도는 사이버네틱스 이론의 대두와 때를 맞추어 대중문화를 조형적으로 부각시킨 새로운 미술의 등장이 미술과 산업기술과의 만남을 통해 개별적인 존재물의 이미지를 현실화하려 했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즉 대상물인 "바다"라는 존재물은 현실적으로 물질성을 지닌 존재와의 관계에서 비롯되나 바다라는 실재를 인정하고 그 바다에 대한 추구는 다름아닌 대상의 시각적 현실에 대한 이면에 잠재하는 진실한 모습, 그리고 자연의 법칙성에 대한 접근인 것이다. 따라서 그와 같은 작업은 예술의 가치를 소산할 수 있다는 굳은 신념에 바탕을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금은 미술사조의 격변기로서 도예의 순수성 내지는 포스트모더니즘을 내세우면서 유행의 시류에 방황할 때가 아닌 것이다. 그러한 안이한 양식 속에 허덕이기엔 너무도 긴박한 때로서 우리는 이러한 변화의 부침속에서라도 한국적인 조형언어를 구사하여 더욱 활발한 창작의 장을 개척해야 할 때인 것이다. 이 세기적인 격동기에 전통을 자양분삼아 도예작가로서의 창작태도의 엄숙성을 현실감각의 미의식 속에 각인하려는 서길용의 작품관은 여러 면에서 많은 감명을 주어 여운을 남길 것으로 본다.

(w:22cm, h:45.3cm)

(w:50.2cm, h:5.5cm)

(w:37cm, d:26.3cm)

(w:42cm, h:25cm)

(w:26.9cm, h:72.6cm)

(w:54cm, h:12cm)

(w:28cm, h:39.6cm)

(w:30.6cm, 21.2cm)

(w:14cm, h:44cm)

(w:43.6cm, h:32.5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