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지핀 민족 도예의 꿈
- 고 나병옥의 유작들을 다시 보며

이 태 호(전남대 부교수ㆍ미술사)

젊은 도예가 나병옥은 작년 이 맘 때 만 서른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흙과 불과 물레 작업에 대한 열정으로 몸부림쳤으나 전통도공의 맥을 찾아 이으려던 노력도, 민족 도예의 길에 내딪은 한 걸음도 그 성과를 발하기 이전인지라 허망하기 짝이 없다.

1. 내 강의실에서 만난 나병옥을 떠올리면, 한국미술사 시간에 그이 눈빛남을 남다르게 느낀 기억이 있다, 그것은 아마 도자기에 대한 관심과 자신의 장래를 도예가의 길로 확실히 설계해 놓았기 때문일거라 짐작된다.
나병옥이 도예가로서 인생의 목표를 설정하기까지는 대학2학년 때 만난 박종훈교수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동신전문대에 재직하던 박종훈교수(현재는 단국대도예과)는 극락강변 하남평야가 전개되는 곳에, 앞논은 미나리깡이고 뒤로는 대밭과 고덕 위의 정자나무가 멋드러진 마을에 터를 잡아 작업장을 마련하고 있었다. 나병옥은 그 곳을 드나들면서 도예가의 꿈을 잉태시킨 것이다.
이 작업장은 광주지역의 젊은 도예가 지망생들이 모여들어 새로운 도예전통의 싹을 띄운 곳으로, 1983년부터 14명의 회원이 모여 「신도예전」을 꾸려왔고 작년말 21명으로 늘어나 아홉번째의 회원전을 가진 바 있다. 이 전람회에 나병옥은 3회전(1985년)때부터 참가하였다.
박종훈교수는 나와는 대학1학년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였는데, 그는 나병옥의 성실성과 인간미를 들먹이며 "괜찮은 놈이야, 좋은 도예가가 될꺼야, 많이 도와주십오, 잘 좀 만들어 봅시다"라고 말을 건네 오곤 하였다. 박종훈 교수는 나병옥을 이렇게 회상하고 있었다.

인성이 너무나 좋은 친구라 그것이 그대로 흙으로 이어져 배어나오기를 바랬지요. 특히나 전라도의 도예전통을 찾고 그 맥을 이으려 분주히 발로 뛰던 모습을 보며 정말 기쁘고 반가웠습니다. 후배들이 그 뜻을 크게 배웠으면 합니다.

이렇게 나병옥의 도예가로서의 길은 극락강 작업장을 인연으로 하여 시작되었다. 그 출발의 결과는 전국대학생디자인 공모전과 전남산업디자인전에 입상하거나 이미 대학4학년때 동아공예전에 입선(1985)으로 나타났다. 한편 농성동에 가인도예연구소를 차려 도예공부에 집중하다가 대학을 졸업한 후 단국대 대학원에 진학하였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도예기술을 풍부히 익히게 된다.
대학원에 진학한 뒤 대학시절 미술시간에 본 슬라이드들에 대한 감명이 발길을 잦게 한다며 틈나는 대로 내 연구실과 집에 드나들었다. 찾아올 때마다 청자, 분청사기, 백자는 물론 질그릇과 옹기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관심을 표하고 함께 한 옹기마을 답사와 실습 프로그램에도 참여하였는데, 밤 늦게까지 발로 차는 옹기물레와 씨름하며 애쓰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 경험을 토대로 하여 대학원 졸업논문인 「전남지역 옹기의 연구」(1988)을 완성하게 된 것이다.
이 논문에서 나병옥은 전남지역의 옹기가마, 옹기장, 제작방법 등을 면밀히 조사해 놓았다. 그 결론으로 그는 전이 좁고 어깨가 넓으며 밑부분이 좁아지는 형태로 당당하고 경쾌한 선을 지닌 전라도 옹기의 양식적 특징을 찾아내고 그 제작기술의 독특한 방식인 '체바퀴 타림질'에 주목하였다. 즉, 소멸해가는 전통옹기의 현대화 가능성에 관심을 두면서, 질판장 3~5장으로 간편하고 빠르게 대형옹기를 제작하는'쳇바퀴 타림질'은 현대 도예가도 충분히 이용할 가치있고 효율적인 기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학원 시절 나병옥은 도예가로서 자신의 가능성에 대하여 자신에 차 이었다. 눈가의 어두운 피부색이 한층 밝아진 모습을 통해서 확인하곤 하였다. 지도교수인 이부웅교수의 김포작업장 임학도예연구소의 연구원으로 들어가 그곳 도공으로부터 물레를 충실히 익혔고 작업량도 많았다. 현재 유작으로 남겨진 70여점 중 대작이면서 가장 의욕을 보인 작품들은 바로 이 시절의 것이다. 단국대 대학원생들의 도자기 전공 소모임인 '도자소조전', '토전' 등의 단체전 출품작과 무등미술대전의 우수상을 받은 작품이 그러한 면모를 잘보여준다.
대학원을 다니던 중에 가인 도예연구소에서 만난 이선영씨와 결혼하고, 졸업 후에는 광주에 정착해서 전남대 예술대 미술학과의 조교로 2년여를 지냈다. 작업량은 못따랐지만 바쁜 조교생활 속에서도 공모전이나 회원전의 출품은 꾸준하였다.
이 때에는 가까이서 나와 함께 전남지역 도요지 조사를 다니기도 하였다. 주말이면 강진, 고흥, 보성 등지에 널려있는 청자, 분청, 백자의 옛가마터나 미술사 유적을 조사하는데 기꺼이 운전기사의 역할까지 해주었다. 1990년 4월 쯤이던가 보성지역 도요지와 불교유적을 조사하던 중 논두렁에 운전하던 봉고가 빠져 차를 끌어내는데 애먹던 기억이 새롭다. 그리고 이 시절에는 골동품 가게에도 틈나는 대로 따라 나서곤 하였는데 신라나 고려의 질그릇, 고려도자, 조선백자, 민예품에 관심을 보였다. 비싸지 않은 것은 가까이 놓고 눈에 익히며 만져보아야 한다고 권유하면 가끔씩 사기도 하였다. 이 글을 쓰기 위해 그의 집에 가보니 그때 구입한 유물이 20여점이나 되었다.
한편 조교시절에는 폭주하는 학교업무와 작업욕구와의 사이에서 생긴 갈등을 자주 토로하곤 하였다. 그 일을 벗고난 뒤 학교 강의를 맡게 되고 비교적 시간적 여유가 생겨 작업에 열중할 수 있게 되었다며 무진장 기뻐하였는데, 그 불꽃을 지피자마자 나병옥은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이렇게 나병옥이 도예가 지망생으로 7년여를 살아온 기간은 우리시대 바른 도예의 길찾기로서 민족도예의 기초를 닦는데 썻다고 볼 수 있다. 전라도 옹기에 대하여 쓴 그의 석사논문이 그것을 말해주며, 박물관과 도요지 답사, 골동가게의 탐방 역시 전통도예의 예술성과 감각익히기의 현장학습이었다.
그와 함께 선배 도예가나 도예교수, 옹기장이나 도공으로부터 습득한 물레돌리기와 여러 가지 제작기술 또한 나병옥이 좋은 도예가로 성장할 밑거름을 제공한 셈이었다. 그런데 나병옥은 그것들을 걸러내고 발전시켜 자신의 작업으로 이끌어 내보기도 전에 우리시대의 민족도예에 눈뜨는 문턱에서 그치고 말았으니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전시준비를 위해 끄집어낸 그의 도자기를 만져보면서 그러한 생각이 더 크게 다가온다.

2. 그 짧디 짧은 도예가로서의 생활 속에서 나병옥이 만들어낸 미완의 도자기를 훑어보면 몇 가지 유형으로 정리된다. 거기에는 우리의 현대 도예가 안고 있는 문제거리가 고스란히 노정되어 있고, 부분적으로는 스스로의 극복방안을 찾으려 고심한 흔적도 눈에 뛴다.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두고, 그는 더 이상 우리에게 작업을 보여주지 못하지만 그를 따르던 후배들에게 교훈이나마 될까 싶어 하면서, 나병옥의 도예작품을 되씹어 보려 한다.
전시를 앞두고 40여점의 유작들을 둘러보니 탁월한 기량이나 숙련미, 그만의 독특한 개성미나 천재성을 드러나 있지 않다. 그러면서도 물레 사용의 고집스러움이 역력하였고 무던하고 진중한 노력이 느껴졌다. 짧은 기간에 익힌 물레 돌리는 솜씨가 그만한 것을 보니 그러하다. 이는ㄷ ㅗ예가의 가장 바른 자세라고 생각되는데, 1986년 이후에 제작된 입지름과 높이가 30cm내외의 입 큰 항아리나 입지름이 30~40cm의 대형수반이 그러한 점을 충분히 보여준다. 그러나 아직 기형의 자연스러움이 떨어지고 굽처리를 보면 성형기술의 미숙이 눈에 띈다.
또한 나병옥은 여러 가지 시도를 많이 하였다. 우선 흙의 사용에서 청자소지인 점토, 백토, 산청흙, 옹기소지를 다양하게 쓰고, 청자, 백자, 잿물 등의 유약과 맞추어 가며 그 특징 찾기에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산청흙을 쓴 옅은 연두색조나 갈색이 섞인 회색조의 것과 백자에 푸른 얼룩이 흘러내린 그릇들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진다.
그런데 이와는 달리 뒤틀린 철길을 작품화하기고 하고 판상을 붙이거나 석고틀을 이용하기도 한, 무슨 이유로 만들었는지 무엇에 쓰려는지 알 수 없는 괴상한기형의 도자기가 섞여 있다. 거기에다 기면의 여러 가지 무늬넣기 또한 유사한 양상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와는 달리 뒤틀린 철길을 작품화하기도 하고 판상을 붙이거나 석고틀을 이용하기도 한, 무슨 이유로 만들었는지 무엇에 쓰려는지 알 수 없는 괴상한 기형의 도자기가 섞여 있다. 거기에다 기면의 여러 가지 무늬 넣기 또한 유사한 양상을 보여준다. 모래섞은 안료의 듬성한 붓자국 내기, 색안료를 뿌리거나 번지기 그리기의 추상적 표현, 기하학적 색면을 나누는 테이프 표현, 기하학적 색면을 나누는 테이프 작업과 스폰지의 이용 등의 잡다한 실험적인 것이 억지스럽고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이러한 작업들은 나병옥의 흙에 대한 열망이나 인간적 심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이른바 '순수도예' '순수조형'을 내세우는 우리의 현대도예를 보면서 늘상 느끼는 참담함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도예의 기본적인 지향점은 생활미술이라는데 있다. 생활 속에서 만들어지고 사용되면서 그 생활의 발전과 함께 그에 맞는 새로운 형상이 창조되고 예술성을 높여온 인간삶의 산물인 것이다. 거기에다 우리는 세계문화사에서 자랑스레 내세울만한 문화유산으로 도자예술의 전통을 지니고 있다. 특히 전라도 지역은 그 전통창조의 터밭이었다. 그런데 우리 근대사가 겪은 식민지라는 특수한 여건 탓에 인간을 위한 도예, 전통에 뿌리를 둔 도예로의 발전이 저지당하고, 제국주의 나라의 언저리에서 왜곡되게 만들어진 도예풍조가 잠입해오게 된 것이다. 우리의 미감이나 생활에 맞지 않는 서구도예의 양식전달이 대학미술교육을 통해 길들여졌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점은 앞서 지적한 나병옥의 현대도예적 작품에도 그대로 적용되는데, 그가 서울로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그런 양상이 더 두드러진다. 그러니까 흙에 대한 매력으로 시작한 순수한 열정이, 사람의 삶과 무관하고 도예의 참모습을 잃은 현대도예의 허상으로 기울었던 것이다. 물론 모순된 사회 속에서 문화적 식민성을 배워야 하는, 그 잘못 형성된 도예전통을 선배에게 배워야 하는 현실로부터 나병옥이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와 관련하여 공모전의 출품이나 대학조교로 취직한 것이 커다란 방해거리로 작용하였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나병옥이 솔직하게 현실모순과 대항하여 작업을 한창 무르익혀야 하는데 제약이 많았기 때문이다. 상 받기 위해, 교수가 되기 위해 도자기를 한다는 꼴이 나병옥의 자질에 맞는 진실된 도예가의 길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고, 그런 생활 속에서 작업하고 싶은 마음에 속터지는 데다가 실망감이 교차하는 허전한 마음을 간혹 호소해 오기도 하였다. 그처럼 사회적 세속적 욕구와 도공의 길 사이에서 갈등을 심하게 겪으면서도 잘 버텨내던 모습이 가상하게 느껴졌었다.

3. 이처럼 나병옥은 모순덩어리의 사회현실에 독특한 방식으로 대처하면서 진득한 도예가로서의 장인정신을 감춰둘 수밖에 없었던 듯이 보인다. 그랬으니 대학원 졸업 후 마음껏 풀어 제꼈어야 할 작업의지에는 많은 손상을 입은 셈이다. 그러면서도 그의 도예작업과 열정적 의지 속에는 -그것을 본격적인 자신의 작업으로 불을 지피지 못한 상태였지만- 지금의 도예계 풍토를 벗어날 건강한 방향성을 지니고 있었다. 이에 대하여는 이미 지적한 바 있으나 다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첫째, 물레에 대한 집착에 있다. 앞서 지적하였듯이 현대도예가 대중삶과 유리된 채 얼척없이 되바라지게 서구도예의 왜곡된 수용으로 식민화의 심각성에 빠져있음에 비추어 대단히 고무적인 의식이었고 작업태도이었지 않았는가 생각된다.
둘째, 우리네 도자사의 전통, 그 가운데서도 옹기에 대한 관심은 정말 높이 살만 한 일이다. 그 자신의 논문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단순히 전통의 현대화라는 추상적 수준에 머문 것이 아니라, 보다 구체화할 수 있는 제작방법과 양식의 문제까지 거론하고 있음이 더욱 그러하다. 이에 대한 나병옥의 작업실천은 물레질과 함께 옹기소지를 사용한 수준에 머물렀지만, 거기에는 그가 무언가 해낼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점이 담겨 있었다.
셋째, 옹기뿐만 아니라 질그릇이나 청자, 백자, 분청사기 양식에 대하여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전라도지역 도요지 조사참여는 물론 그런 전통도예기법을 실제 자기 작업으로 연결시키려는 모방을 시도하곤 하였다. 몇 몇 생활도예와 1990년에 만들어 제9회 「신도예전」에 출품한 필통모양의 백자(높이 20센티미터로 입가장자리에 철유를 바름)와 백자항아리(40센티미터 높이로 19세기 고창지방가마의 백자와 유사한 기형)는 전통도예의 현대화에 대한 관심을 잘 드러낸 사례라 하겠다.
넷째, 위의 방향과 관련하여 생활도예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반상기로 쓸 법한 백자접시, 백토귀얄로 분장한 대접이나 찻잔, 기타 생활에 쓰기 위해 만든 그릇들은 기벽이 두텁고 투박하긴 하지만 오히려 애정이 가는 것들이다. 생활도예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마다 그것을 충분히 수긍하던 모습이 생생한데 그의 바람직한 도예관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처럼 생활도예르 지향한 그의 도예관은 다름아닌 전통도자나 옹기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되었으리라 여겨진다.
다섯째, 극히 적은 수이지만 토우작품을 남기고 있다는 점이다. 「말을 주제로 한 토우전(전주온다라 미술관, 1989)」에 출품한 말인형을 비롯해서 몇 몇 인물모양의 흙인형은 인체표현이다. 형상화 방식이 썩 들어맞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근래와서 조각과 유사한 '도조'에 대하여 눈돌렸던 듯하고, 전통적인 흙인형을 재창조하려는 시도로 보여진다.
이 도조작업을 인간이나 사회현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데 적합하였을 것인바, 나병옥이 광주서 재수시절 5월의 광주민중항쟁을 겪은 체험이 있기에 더욱 가능성이 열려있던 분야이기도 하였다.

4. 나병옥의 작업의지와 도예관, 전통형식을 기반으로 한 민족도예의 꿈은 불을 지펴보지도 못한채 깨지고 말았다. 우리나라 도예사의 뿌리인 이 지역에서 바른 도예의 전통을 세울 수 있었던 씨앗으로서, 그야말로 도공의 장인정신이 되살려지기를 나병옥에게 기대하였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실제 그 역할은 질곡의 근현대사를 겪어온 이 땅의 모든 젊은 도예가들에게 큰 몫으로 던져져 있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나 그를 대하며 누구나 수긍하듯 이 성실성과 질박한 품성에 반한 사람들이 많았던 점으로 미루어, 그 가능성은 그가 챙기고 도움을 주었던 이 지역 후배에게서 나오리라 기대해본다. 이번에 마련되는 나병옥의 도예유작전은 그가 남긴 낱낱의 작품성과 보다 그러한 점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싶다. 이는 유작전이 그의 흙작업에 대한 열망과 인간미에 매료된 미망인 이선영씨와 후배들의 수고로움에 의해서 이루어졌음과도 무관하지 않다.

(w:69cm, d:19cm, h:40cm)

(w:37cm, d:37cm, h:29cm)

(w:17cm, d:17cm, h:17cm)

(w:48cm, d:17cm, h:75cm)

(w:16cm, d:16cm, h:13cm)

(w:33cm, d:33cm, h:30cm)

(w: 41cm, d:41cm, h:39cm)

(w:22cm, d:22cm, h:20cm)

(w:64cm, d:12cm, h:49cm)

(w:17cm, d:17cm, h:7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