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석 도자작품을 보고

우리 현대공예계의 활발한 활동에 대해서 긍정적인 관심을 가지면서도 항상 마음속에서 떨쳐버릴 수 없는 생각은 우리의 긴 역사 가운데서 고려시대에는 고려청자로 대표되는 훌륭한 청자문화를 낳았고 조선시대에는 빼어난 백자를 창조했으나 과연 오늘과 내일로 연속하는 대한민국 시대에는 어떤 유형의 도자문화가 이루어질 것인가에 대한 것입니다.

우리의 현대공예계에서는 사실 근대화한지 반세기가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너무나 과거의 문화에 대한 역사주의적 접근에 집착하는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 근대화 이후의 우리 도자공예계의 활동을 유형별로 분류하면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 과거의 전통적인 도자공예의 특성을 재현하거나 계승하려는 의식으로 도자공예에 접근하는 방향과 근대 디자인의 미학을 바탕으로 조형적인 사고로 접근하는 방향을 들 수 있습니다.

조형적 사고로 접근하는 방향은 근대 디자인 운동이 정립한 미학으로서 그 시각적 지성이란 구조적이고 기능적이며 순수한 기하학적 형태로 대표되는 특성으로서 보고 사용하는 사람의 지적, 정서적 감정에 밀착하는 것을 주로 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보고 사람의 순수한 감각적 생태성에 더 밀착하는 미적 지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시각시대인 이 시대의 대부분 사람들의 감수성에 밀착하는 지성인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의 현대 도자공예계에서 결핍되어 있다고 생각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조형적 지성을 창조하려는 실험정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공예연구의 방법은 근대이후 디자인 교육의 가장 주된 방법으로서 어떤 틀에 박힌 유형과 기술을 전수 받은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실험정신을 바탕을 두는 창조주의적 조형교육으로서 어떠한 현대의 공예가들도 이러한 교육의 체제에서 교육받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제가 지켜보아 온 신광석의 이번 작품전의 도자작품은 조형적 사고와 실험에 집착한 나머지 우리들이 흔히 볼 수 있는 전람회용 작품으로는 오히려 미흡할 정도의 어떤 불안을 느끼게 합니다.

사실 우리는 어떤 의미에 있어서는 어떤 정신적인 폐쇄공간에서 자라 왔고 교육받아 온 세대들로서 자신도 모르게 유형화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자각할 때가 많습니다. 이러한 자각은 우리와 우리의 공예를 거리를 두고 원근법으로 조망할 때 절실함을 느낍니다. 우리의 공예가들이 외국에서 체험할 때 공통적으로 자주 듣는 말 가운데에는, 당신은 어째서 항상 꼭 같은 것만 되풀이하느냐라는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어떤 의미로는 실험정신과 시도해 보려는 의지가 결핍되었음을 시사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신광석의 이번 작품전은 우리 자신과 우리의 공예를 원근법적으로 접근해 보려는 시도라고 생각되어집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의 것이 우리를 얽매는 어떤 역사의 굴레에서 벗어나 새로이 우리 것을 만들어 보려는 강한 충동을 읽을 수 있습니다. 사실 이번 전람회에 나타난 조형적인 형태에는 당연히 청결하고 간결하면 순수함의 기량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한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완성을 위한 완성에 집착하는 소심함보다는 오히려 과감한 조형적 실험과 시도의 과정을 통해서 역설적으로 우리의 것에서 벗어나 다시 우리의 것에 도달하려는 강한 현실인식에 바탕을 둔 용감한 미완성 전람회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교수 정 시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