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옥의 작품세계

한국 도자예술의 오랜 전통은 어느 시기에 와서 갑자기 단절되었다. 한국도예의 우수성을 재현하려는 노력은 50년대 후반부터 활발해지기 시작했으며 최근엔 괄목할 진전을 보이고 있다. 대체로 현대 도자예술의 상황은 전통적인 기법을 재생시키려는 이른바 전승도예의 방향과, 현대조형의 한 과목으로서 도자예술의 시대적 미의식을 추구하려는 방향으로 크게 나누어지고 있다. 이 두 방향은 일면 타당하게 보이며 건전한 공존에서 그것의 풍부한 가능성이 紂束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한 대부분의 신예작가들은 시대적 미의식에 민감한 편이며, 그들이 펼치고 있는 시도 역시 저의기 다양한 편이다. 말하자면 이들은 주어진 어떠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표현 속에서 창조적 가능성을 찾으려고 한다. 따라서 이들의 작품이 지니고 있는 참신한 품격은 완결에서보다는 실험의 喜悅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미옥의 작품은, 그러나 이 두 방향 어디에도 기울어져 있지 않는 것같이 보인다. 엄격히 분류한다면, 그 역시 시대적 미의식을 내세우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이지만, 어느 일면에선 고지식할 정도로 형식에 대한 우수성에 연연해있는 인상을 주고 있다 형태에 있어서나 유약 처리, 내지는 그릇표면의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어딘가 모르게 우리 눈에 익은 것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바로 고려자기나 이조백자를 거기서 찾아낸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 부분적인 것을 떠나 전체로서의 한국도자기가 갖는 형태의 본질 같은 것을 추구하려는 그의 노력이 그의 작품을 관류하고 있다는 점이 그런 인상을 유도한 것인지도 모른다. 확실히 그의 작품은 흔히 빠질 수 있는 실험의 자기도취도 그렇다고 충실한 과거의 재현도 아닌, 과거의 형식 속에 오늘의 미의식을 투과 시켜보는 그런 중용의 방법에 지탱되어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용기로서의 기능에 완벽을 기하면서도 창조적인 형태의 변주를 통해 틀을 조금씩 벗어나는 시도 역시 그러한 중용의 태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요란스럽지 않고 담담하게 눈을 끄는 전체적인 형의 분위기가 그의 조형의 중심을 잘 드러내 보이고 있다고 하겠다.

물론 그의 작품에도 적지 않은 문제점이 산재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때로는 그 개인의 조형의 문제이기도 하고 때로는 한국현대도예 전반에도 攄大되는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면으로 보면 이런 문제들이 있는 한 발전이 약속될 것이다. 그의 첫 개인전이 그의 조형의 새로운 디딤돌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미술평론가 오 광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