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 도자기는 전승적인 것과 창작적인 것을 극한에 두고 발전해 왔다. 여기서 전승적이라는 것은 우리의 위대한 유산인 신라 토기, 고려 청자 그리고 이조 백자의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계승하여 오는 것이다.
따라서 거기에는 창의보다 충실한 모방이 문제가 될 뿐이다.
그러나 창작적인 것은 그러한 전통을 소화하거나 거부하는 바탕에서 오늘의 생활에 알맞는 도자기를 만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창작적인 것은 전통적인 것보다도 오늘적인 미의 적용이 많은 것이다. 과연 앞에서와 같은 두 가지 도자의 길 속에서 어느 것이 올바른 것이냐는 것은 속단할 것이 못된다.
왜냐하면 전통과창조는 문화의 양면으로서 그 자체는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구체적인 도예가에 있어서 그의 체질과 제작의 방향 설치가 전통의 계승이냐 창작에 있느냐에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도예가 이명숙의 위치는 과연 어느쪽이냐 하는 것이 흥미롭다.
이제까지 그의 과정으로 보나 이번에 개최되는 도예전의 작품으로 보나 그는 분명히 창작적인 입장에 서 있는 도예가라 할 수 있다. 다만 그의 창작적인 입장이 전통의 무조건 반항이 아니라 전통의 조명아래 오늘의 우리들의 생활이 필요로 하는 도자기를 만들어 낸다는 의도가 뚜렷하다. 도예가 이명숙의 작품을 보면 3가지 면에서 도드라진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성형에 있어서는 다양한 형태감을 구사해서 멀리 삼국시대의 토기에서부터 고려, 이조에 걸치는 전통의 형태감을 소화한 것 같다. 뿐더러 그것에 그치지 않고 현대 사람들이 생활에 필요로 하는 어느 절대적인 형태 의식이 도자기라는 매체를 통해서 발현되고 있다. 어느쪽이냐 하면 조야하고 스케일이 큰 형태 감각이 나는 그러한 성형을 이루고 있다.
둘째, 소성에 있어서는 거치른 마티엘과 조야한 감각을 일부러 마련함으로써 우미(優美)의 세계가 아니라 장미(壯美)의 세계에 도달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고운 피부 감각이나 부드러운 촉감보다는 거치른 표면처리와 다양한 조형성과로 말미암아 역학적인 미의 세계에 도달하고 있다.
셋째, 그의 장식성은 색깔과 상감 수법과 각법이라는 여러가지 기법을 교체시키면서 다양한 미를 나타내고 있다. 그 기법은 분명히 전통에는 없는 새로운 합리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도자기 면에다 ,색채의 대비를 실현하는가 하며는 독특한 상감법에 의해서 장식 공간을 마련하는가 하면 각법으로 도자기 표면에 많은 문양을 조성함으로써 힘찬 조형의 효과를 얻기도 한다. 결국 도예가 이명숙이 의도하고 도달하고 있는 세계는 한국의 한 도예가가 이 길에 있어서 무엇인지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자하는 실험적인 성과를 보였다고 할 수가 있다.

- 미술평론가 李慶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