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위의 손길 -金基哲 陶藝展-

공간대상전에서 도자기부문에 우수상을 탄 도예가 김기철의 작품은 한마디로 이야기해서 '백자위에 이루어 놓은 부드러운 손길'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첫째 세련된 디자인 감각과 둘째 자유로운 형태를 마음껏 손으로 빚은 촉각성과 셋째 투명하리만치 청명한 백색에 있다. 공간대상에서도 의장력이 뛰어나서 우수상을 탔지만 이번 제2회 김기철 도예전에서도 디자인 감각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났다.

그의 작품은 자연형태 즉 연잎, 연꽃, 연밥, 연근을 비롯하여 석류, 보과, 참외 등을 형태로 응용하고 작품의 종류로서는 접시, 대접, 수반, 과반, 항아리, 필통, 지통, 합, 꽃병, 어항, 물동이, 연적 등 다양한 생활용구에 걸쳐있다. 그러나 그의 성형은 전적으로 손작업을 위주로 하는 바람에 그 모든 작품이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2년간 구워낸 작품 중에서 마음에 드는 작품만은 골라서 전시한 것이 이번의 도예전이기 때문에 다양한 의장력과 감각의 발현은 이 전람회의 볼 점이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자유로운 형태의지를 충분한 촉각활용으로 성형화시킨 그의 작품은 모든 작품에 부드러운 손길이 남아 있어서 비록 눈으로 보는 것이지만 촉각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그것은 도예가 본질적으로 흙의 예술이기 때문에 자유로운 가소성을 통해서 형태를 이루고 그렇게 이루어진 형태 속에서 도예가의 마음씨가 가시적으로 사람들에게 호소하기 때문이다.

사실 도자기에 있어서 촉각성이란 도자기의 기능이 식기 등 생활의 용구로서 사람의 피부감각과 접촉하고 거기서 일어나는 감각을 토대로 하여 인간과 도자기의 관계가 성립하는 것이다. 그는 그 많은 작품을 한결같이 다른 모양으로 만들어 놓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현대 산업이 빠지고 있는 공예의 동질화와 동일화에서 탈피하는 공예가의 진지한 노력을 본다.

다음 그의 작품은 한결같이 해맑은 백색의 세계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 백색은 투명해서 청명한 맑음에 도달하고 있다. 어느 쪽이냐 하면 따사로움 보다는 냉정한 여인의 마음씨와 같은 결백성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도예가 김기철의 작품에는 그이 체질에서 우러나온 다양한 디자인과 역시 다양한 기법으로 획일화되지 않는 개성적인 작품을 만들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가 지적하고 있는 고도산업화시대의 공예의 타락이 비인간적이고 획일적인데 비하여 유기적이고 가장 인간적인 향취를 느끼게 하는 그러한 마음의 도자기를 창조했던 것이다.

- 미술평론가 李 慶 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