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주군 초월면 지월리 높직한 산을 등지고 앞에 맑은 개울이 흐르고 저만큼 앞에도 달처럼 잘 생긴 동산이 있다. 달이 뜨면 동산과 앞 내와 달과 동네가 모두 한식구가 된다. 거기 급월요 주인 윤광조씨 일가가 산다. 그는 거기서 자연과 같이 숨쉬고 숫제 자연으로 돌아가려 한다. 급월요 주인은 분청사기만을 다루어 십 년을 훨씬 넘겼고 내내 따뜻한 맛이 나는 황색과 회갈색이 감도는 산화소조를 다독거리며 키워왔다. 언뜻 이런 이야기는 동화 속의 주인공을 보는 것 같지만 환히 웃는 주인의 얼굴 속에 있는 고집과 집념이 결기와 인내와 용기가 아니면 지금 세상에선 참으로 해내기 어려운 일이며 형극의 길을 맨발로 걷는 구도의 수행과 같다. 그가 추구하는 정신과 예술을 위하여 택한 길에는 이외에도 흙을 이기고 밟고 물레를 돌리고 유약을 입히고 불을 때는 일까지 혼자서 해내고 있으며 그렇게 해서 만들어 낸 것을 수 없이 깨뜨려 묻으면서 그의 의지가 더욱 굳어지고 있으며, 그의 참뜻이 여기서부터 빛을 발휘하는 것이며 그의 작품에 뜻이 담겨지게 되는 것이다.

그의 작업은 자연과 상통하는 무리없는 형태로 시원하게 넓으면서 우묵하기도 한 여러 가지 형태의 푼주, 둥글거나 모난 통형을 한 감상을 위한 작품, 달같은 항아리 등과 잘생긴 문방구, 사각접시를 비롯한 생활용기와 근래에 오브제적인 작품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형태에 주로 귀얄로 분장을 하고 다시 문양을 굵고 가늘게 훑어내거나 긁어내어 나타내는 독창적인 조화문양이 매우 훌륭하게 형태와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성형한 위에 태토를 다시 여러 가지 형태로 붙이고 분장 후에 튀어난 부분만 깍아내어 문양을 나타내는 독창적인 시문방법도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가 만들어낸 형태와 문양과 장식기법이 완숙한 단계에서 형태와 기법에 조금씩 변화를 가져오면서 또다른 조형과 기법을 위하여 몸부림치고 있다.

이때까지의 그의 활동과 이번에 전시할 작품을 보면 그는 별안간에 큰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 그의 생각과 작품활동이 뿌리가 깊어 바람에도 가뭄에도 끄덕하지 아니하고 고민하면서 새로운 창조를 위하여 서서히 변화시키고 있음을 본다. 통형의 형태에서 구연부가 생기거나 구연부와 어깨와 목이 생겼으며 길죽한 항아리와 통형을 겸한 형태도 등장하여 위에서 한번 맺어주고 바닥에서도 맺어주는 효과를 거두고 이으며, 푼주 형태에도 수줍은 듯 구연부가 자리를 잡고 있다. 문양은 이제 조화문에서 그의 손길이 닿는대로 가히 다인의 경지라고 하겠으나 덧붙이고 분장하고 깍아내는 문양에서는 고민하고 있는 흔적이 역력하다. 분장하기 전에 골을 지으며 문양의 형태를 나타내고 그 위에 시문하여 골진 곳에 분장이 묻지 아니하거나 덜 묻어서 나타내는 문양 역시 새로운 시도이나 무리 없었던 그가 만든 형태나 조화문에 비하면 창작의 번민이 얼마나 큰 것인가 하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형태와 장식은 주체와 객체 같아서 서로 흔연한 조화를 이루어 주체는 의젓하고 객체가 여기 화룡적청과 같이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으나 객체가 지나치면 주체에 들일 힘이 미흡할 수도 있다. 그는 또 이때까지 여러모로 생각하도 시도했던 문방구 등 잘 생긴 생활용기와 用에서 아주 벗어난 괴체의 형태를 지닌 오브제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음이 역력하다.

그릇의 개념이 담긴 작품과 생활용기와 전혀 용과 무관한 괴체는 다른 개념이지만 형태를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이러한 다양한 시도로 그의 작품세계의 폭을 넓혀갈 수 있을 것이다.

점진적인 변화를 보여왔지만 그것이 쌓여 이번 전시에서 어떤 전환을 하려는 작가의 의지가 엿보인다. 지월리에서 산과 물과 달과 같이 빛날 그의 작품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경주박물관장 정 양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