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에세이 - "만족"
2016-09-05 (월) 01:10 조회 : 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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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








는 물레 작업을 좋아한다.

종강이 가까워지면서,
나는 방학동안 내가 하고 싶던 기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있었다.

그래서 종종 멍때릴 때마다

어떤 그릇을 만들지, 어떤 컵을 만들지, 이런 생각들을 정리하곤 했다.

하지만 나는 이번 방학에 계절학기를 수강했기 때문에,

계절학기가 끝나는 7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먼저 어떤 느낌을 낼 지 생각해보았다.

나는 기물의 겉 표면에 검은 반점이 피오르길 원했다.

그래서 선배님들과 도예 사이트 등에서 정보를 수집했고, 
사진자료들을 찾아보았다.

학생인지라 돈이 없는 나는 재벌은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초벌까지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난 대원도재에서 고백자토와 동영토를 각 4덩이씩 구매했다.

학교를 다니며 남들보다 비교적 물레작업을 많이 한 터라,

물레 작업에 대한 자신감에 차있던 나였다.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작업 준비를 하며, 일단은 계절학기에 열중했다.

얼른 계절학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 어느덧 계절학기가 모두 끝났고,

뜨거운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매미들은 우렁차게 울어댔다.

장마는 오지 않고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폭염이 왔다.

주문한 흙이 실기실에 도착해 있는 것을 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열심히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다시 솟아올랐다. 

일단은 물레에 국한되지 않고,

핀칭, 코일링 등을 통해

내가 만들고 싶은 그릇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했다.

동영토와 고백자토를 일정한 비율로 조합해보기도 했고,  

조합하지 않고 각각 써보기도 했다.

지난 학기에 구해놓은 흑토, 백토 등도 사용했다.

그렇게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일주일에 4~5일 씩,

아침에 학교에 나와 깜깜한 밤이 되어서야 집에 가는 날이 많았다.

늦게 가는 날은 막차를 타기도 했다.

우리 학교 실기실은 지하에 있어, 웬만해선 바깥 날씨를 알기 어렵다.

그래서 건물 밖으로 나와서야 밖에 비가 오고 있는 것을 깨닫거나,

 '날이 이렇게 어두워졌네.'

등의 생각을 하면서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단단한 스툴에 너무 오래 앉아있어 꼬리뼈가 아프고 피부가 쓸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쉬려 하지 않았다.

푹신한 방석을 사고,

의자를 바꿔 앉아 작업을 했다.


 하지만, 물레 작업은 여전히 어려웠다.

처음엔 자신만만했는데, '멘붕'오는 날이 더 많았다.

다른 흙은 그렇다 쳐도, 다른 흙들보다

비교적 점성이 낮은 백토가 제일 문제였다.

백토를 거의 써보지 않은 나는 백토를 쓸때면

좀처럼 물레를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물레 작업 치고 굉장히 느린 내 손도 탓하게 되었다.

한 도예 포털 사이트에

왜 이렇게 작업 속도가 느릴까 하는 고민섞인 질문을 올리기도 했다.


 컵 한 번 만드는 것도

왜이렇게 힘들까 고민이 들었다. 어느덧 3학년인데도 말이다.

처음엔 10개 정도의 컵을 만들어 보았는데,

그 중 살아남은 것이 2개 정도였다.

다 건조중에 손잡이 접합 부분에 금이 가거나, 모양이 너무 안예쁘거나,
실수로 깨거나 해버렸다.

그 중에는 순전히 내가 맘에 들지 않아 그냥 깨버린 것들도 있다.
내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3학년인데 아직도 컵 하나를 제대로 만들지 못해

쩔쩔매는 것이 스스로 우스웠다.


 컵 뿐만이 아니었다. 

개강이 얼마 안남은 시점,

면기를 만들고자 작업을 시작했는데,

원하는 모양을 만드는 것에 집중했더니

모양은 원하는대로 나왔으나 무게가 무거워 실용성이 매우 떨어졌다.

굽을 다 깎고 난 뿌듯함은 얼마가지 않았고,

이 녀석들을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에 빠졌다.

내가 원하는 모양은 안나오더라도 다시 깎을지,

이대로 끝내버릴 지가 고민이었다.

저울을 가져와서 

다른 비슷한 크기의 그릇들과 무게를 재보며

 '이정도면 괜찮지 않나?' 

등의 자기위로를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나는 내가 만든 20개 가량의 그릇을 전부 내 손으로 부쉈다.

그리곤 재생하기 위해 비닐에 넣고 물을 적셨다.

내가 만든 그릇을 내 손으로 부수는 것은

굉장히 가슴 한 편이 아픈 일이었다.

지난 며칠 간 늦게까지 모기, 더위와 사투하며 물레 작업을

한 내 모습이 떠올랐다.

또, 3학년이나 됐는데, 아직도 이 정도밖에

실력이 안된다는 사실이 크게 다가왔다.


나름 그래도 자부심을 갖고 있었는데, 아직도 멀고도 멀었구나 싶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마음이 아프면서도 부순 것은,

내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 것이 제일 컸다.

이정도면 괜찮게 만들었다고 애써 생각하는 내 모습이 싫었다.

다시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는 구워봤자 쓰이지도, 팔리지도 않겠다 싶었다.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무리 컸더라도,

그것이 아깝다고 해서 이대로 만족하고 손을 놓을 순 없었다.

차라리 이번 경험을 계기로

다음에 더 좋은 그릇을 만들면 되겠지 않나 싶었다.




 그렇게 나는 재도전을 했다.

비록 가마 일정이 가까워져 면기를 재도전하진 못했지만,

막걸리잔, 국그릇, 손잡이 달린 컵 등을 다시 시도해보았다.


특히 손잡이 달린 컵에 대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고,

선배들의 조언도 많이 구하며 돌아다녔는데

그 결과 이번에 만든 컵들은 손잡이를 붙이는 과정에서

크랙이 간 것이 하나도 없었다.

무게와 디자인 또한 만족스러운 결과물들이었다.




 이 과정들 모두가

내 스스로 만족의 선을 높게 그어놓은 것에서 온 결과 아닐까 싶다.

저런 실패들을 겪지 않았다면 내가 이런 감정과 생각을 느낄 수 있었을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이 크게 와닿는다.

그렇다고 해서 큰 성공에 다다른 것은 아니지만,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방학은 물레 작업에서 또 한 단계 나를 성장시켜준 시간이다.

기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더 늘어났고, 여러 실패를 통해 기물을 보관할 때

주의해야 할 점, 컵 손잡이를 붙일 때 주의해야할 점,

굽을 깎을 때 더 편한 방법,

깔끔하게 마감을 하는 방법 등 여러 노하우가 생겼다.

아직 나는 학생인데,

학생 이상의 퀄리티가 당장에

나오지 않는다고 조급해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조급해하지말고, 다시 한 번 살피며 신중하게,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보려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으로서 남은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여, 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말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9월부터 새로 기획 연재를 맡게 된
홍익대학교 도예유리과 3학년 김민수라고 합니다.

작업을 하면서 느낀 감정과 경험들을 공유함으로써
다른 독자분들과 소통하고 싶어
이런 수필 작성을 기획하고,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