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기리다, Princess Minjoo, 소녀

훔쳐보기

인간의 본능적 욕구 중 하나인 성욕은 다른 욕구와는 다르게 종교적, 문화적, 시대적의 다양한 이유들로, 그리고 여러가지 방식으로 금기시 되어왔다. 서양에서는 대표적으로 순결을 강조하는 기독교 문화가 있고 동양에서는 정신을 강조하는 유교 문화가 그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종교나 문화를 떠나서도 오랜 시절 이어져 내려온 억압으로 인해 ‘성’이라는 것 자체가 부끄럽고 감추고 싶은 욕구임은 현대에도 여전하다. 조선 시대 춘화나 우리가 집에서 몰래 다운 받아 보는 포르노 역시 억압된 성적 욕망에 대한 분출일 것이다.

 그래서 본인은 남녀의 결합을 모티브로 하여 선택한 일반적인 도자기의 형태를 변형, 결합하여 형태를 제작하고, 만들어진 단면에 성관계를 암시하거나 훔쳐보고 있는 내용의 그림을 그림으로서 내면에 존재하는 성적 욕망을 드러내고 싶었다. 

내가 왜 부끄러워 하는지도 모르고 부끄러운, 누군가가 그렇게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보기는 어려운, 그러나 아무도 몰래 훔쳐보고는 싶은. 이것이 바로 은밀한 성적 욕망의 모습이 아닐까..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2차 김양지

반려식물

화분에 담긴 정적이고 수동적인 반려식물들의 생존은 절대적으로 가꾸는 이에게 달려있다. 우리의 무관심이 때론 넘치는 사랑이 가꾸는 식물을 죽이기도 하듯, 식물은 느리지만 분명히 외부 자극에 반응하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작품에서 보여지는 기괴하게 변이된 식물들은 일률적이고 획일화된 사회구조에 따라 내면의 본질을 잃고 변이해가는 도시적 삶 속의 우리의 모습과도 같다.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2차 김영선

Kyrie Eleison

 본 작업은 손에 얼굴을 묻으려는 동작 중 멈춰서 채 가리지 못한 사람의 형태이다. 하고 싶은 말은 항상 많은데 채 다 말하지 못한 것이 비어져 나오며, 말로 하고자 하였던 것들이 지나치게 몰려들어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 형상이다.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밀려오는 감정들 때문에 자기혐오에 빠지게 되면 습관적으로 묻는다. 왜 이렇게 됐지? 그때 그 일이 아니었다면 나는 좀 달라졌을까?

  유년기에 겪었던 사건은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사건에 대한 기억을 자각하였고, 상황을 제대로 인식했을 때는 이미 많은 것들을 잃어버린 뒤였다. 인식한 이후로 상황을 바꾸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였고 이제는 정말 괜찮구나 여기기도 하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 기억은 현재를 과거로 뒤집었고, 노력했던 것들은 그 순간마다 매우 멀리 떨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그 여파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던 부분은 인간관계였다. 관계에 대한 불안, 타인을 마주할 때 불신을 안고 가는 것은 때때로 일종의 자기혐오를 동반한다. 다른 사람들은 별 어려움 없이 맺는 것처럼 보이는 그 관계가 누군가 에게는 매우 어렵고 힘들기도 하다. 그렇게 관계에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현재를 부정하게 된다. 과거에 벌어진 일에 대해 가정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알고 있어도, 이랬다면 달랐을까 저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작업이 놓인 시점은 그 맥락 가운데 어느 지점이다. 멀쩡히 삶을 살아가면서도 어느 순간 무너져 주저앉아 어찌할 바를 모르고 두려워하며 제 얼굴을 가리려는 순간이다. 갑자기 다른 사람들이 두려워지는 순간, 시선을 피하면서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이러한 현상은 홀로 겪는 일이 아니다. 사건을 겪고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고, 어떤 때에는 잘 살아내다가 어느 순간 무너지고, 그러다가 또 괜찮아지는 일련의 현상은 때로는 사람을 지치게 한다. 본 작업은 그 피로가 드러나는 시점, 무너지려는 순간, 고개를 숙이고 시야를 가려서 어떻게든 버텨내는 지점 사이의 어느 한 부분을 표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