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나를 포함한 우리의 대부분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느끼는 감정들, 왜곡되거나 부분만이 남겨진 기억들을 가지고 살아간다. 나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기억들중에서 한순간이지만 본인에겐 너무나도 길었던, 폭풍처럼 휘몰아 친 불안감과 그리고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을 얘기하고자 한다.

독백
나는 가끔 숨이 쉬어지지 않거나 이 자리에서 기절할 것만 같은 또는 당장이라도 죽을 것만 같은 불안감에 휩싸일 때가 있다.
작년 어느 날이다. 머릿속에 남아 있는 부분적인 잔상들, 스쳐 지나간 줄로만 알았던 순간순간의 충동의 감정들, 이 모든 것이 다른 어려움과 결합하게 되면서 나는 한동안 사무치는 외로움에, 혼자라는 불안함에 삶이라는 가치를 잊은 채 지냈다. 아직도 그 시간들을 기억한다. 그리고 아직도 가끔씩 혹은 조금은 길게 그 불안과 외로움이 나를 찾아오며 꽤 큰 홍역을 치른다.

우리 대부분은 어떤 형태의 불안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일시적으로 스쳐가고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삶 자체를 흔들어 버릴 만큼 위협적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본인은 이러한 불안 심리를 표출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시작하여 본인이 가지고 있는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더욱더 세밀하게 드러나는 다양한 심리상태를 표현하는 행위를 통해 자연스럽게 예술이 가지는 치유의 힘과 존재에 대한 인식을 하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소멸하고 탄생하는아름다움

모든 생명은 탄생하는 순간부터 자연 생태계 안에서 자라나며 제 기능을 한다. 또한 마지막에는 죽음의 기능을 다함으로써 새로운 생명이 탄생할 자리를 내어주는 역할을 한다. 상체를 과감히 생략하고 서 있거나 걷고 있는 형상이 아닌 대지에 몸을 맡기고 누워있는 자세의 하반신의 인체는 죽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물기 없이 말라버려 썩어가고 있는 듯한 나무 고목에서 새로운 풀이 돋아난다. 비록 스스로 영양분을 흡수하고 성장하는 기능은 멈췄지만 제 스스로 다른 생명의 에너지원이 되어줌으로써 또 다른 기능을 갖는 것이다. 이러한 자연의 가장 기본적이면서 근원적인 기능인 생명력은 우리가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힘의 원천이다. 인간 역시 번식과 성장, 자연 치유의 생명력을 통해 지금까지 종을 유지, 발전시켜 왔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모든 생명은 죽음을 맞이하며 또 그로 인해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 이루어지는 순환의 고리를 조형 언어로 보여 주고자 했다.
 결국 이 작업은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생명을 지닌 자연물과, 자연을 그대로 닮아 있는 자연물로서의 인간이다. 자연물은 인체로 표현됨으로써 그 생명력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의도하였고 인체는 자연물로 표현함으로써 자연의 일부임을 드러내려 하였다. 이 둘은 결국 하나이며 자연의 섭리에 따라 공존하고 있고 또 그 상태는 그대로 정말 아름답다. 여기서 아름다움은 불완전하며 엄청난 생명력을 지닌 그러나 결국은 소멸하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일 것이다. 다시 말해 자연은 유일하며 그 무엇보다 강력하고 유한하기 때문에 아름답다. 본 작업 역시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에서 시작했다. 관람자가 작품을 통해서 아주 조금이나마 그러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느끼고 우리가 바로 자연임을 또 자연이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체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2차 함연주

채워진 비움

나의 작업은 비어있는 공간 안에 사물이 채워지지만 결코 완벽하게 채워지지 않는 관계 속의 형태를, 집이라는 공간 속 의자를 통해 그려낸다.

보이지 않는 공간에 남은 흔적과 그 흔적의 주체를 함께 표현한 이전 작업의 연장선상으로 이번 작업은 비움을 의자 안쪽의 일부분으로 표현하였다. 흔적을 가진 비움의 형태는 다시 빈 벽면의 한 부분을 채워나간다.

즉, 비워진 공간(벽면을 위주로)을 무언가로 채우고 또 메우며 그 안에서 안도감을 찾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비워진 모습을 표현한 형태에서도 드러난다. 비워진 형태의 표면에는 일정한 패턴으로 채워져 나가며 이는 집의 실내벽지처럼 보이게 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패턴작업은 본인의 시간을 기록하는 일종의 흔적임을 나타낸다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2차 황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