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ANI + MAN(animism + humanity)
2015-05-28 (목) 15:38 조회 : 2525


ANI + MAN (animism + humanity)



밀알미술관
2015.05.02~05.24

고중흡/권나리/김연수/백승주/신승민/장은규/전상희/정동균/
정준영/조광훈/조석현/최대규/최은진/하성미/황재원
도자조각/회화



 안녕하세요! 도예연구소 연구원 B입니다.
일원동에 위치한 밀알미술관에서 좋은 도자 전시가 있다고 해서 다녀왔습니다.

 밀알미술관은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정서장애 학생들이 교육 받을 수 있는 밀알학교가 설립된 후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미술을 통해 공감하고 소통하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계획, 설립되었습니다. 특히 미술관이 있는 건물의 지하는 도벽으로 장식된 공연장인 세라믹 팔레스홀이 있는데, 중국의 도예가 주락경이 3년여의 연구와 실험을 거쳐 공연장의 외벽과 내벽을 도자기로 장식해서 완성하였습니다. 내부를 장식한 도벽은 소리의 울림을 확산시켜 별도의 증폭장치 없이도 완벽한 공연을 가능하게 해준다고 합니다. 건물 곳곳에서 주락경의 작품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도자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밀알미술관에서는 좋은 도자 전시를 기획하기도 합니다. 이번에 열린 ANI + MAN 전도 그 중 하나로 이곳에서 장차 도예계를 이끌어나갈 15명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도자와 조각, 회화 작업을 하는 이 작가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도자 조각, 회화, 설치 등으로 표현된 개성 넘치는 작품들은 Animism이 가진 동물적인 야만성과 영적 믿음, 그리고 원시에 대비되는 Humanity의 조합이 만들어낸 틀에 의해 새롭게 조명 되고 있습니다. ANI + MAN 전은 상상에서 도출된 실제와 꿈의 분석, 동물을 매개로 한 감성의 표현, 사회적 탐구를 통한 반성적 성격 등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 작품들로 구성되었으며, 작가들이 성찰을 통해 발견한 삶의 의미와 질문들을 관객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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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에 들어서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전시된 작품들의 사진과 함께 내용을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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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나리 <hybrid animals>

권나리 작가는 서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진 복합적인 경험을 통한 진화의 과정과 그 흐름을 기록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둘 이상의 개체사이의 관계성에 주목하고 있는데, 그들이 만나고 소통하고 서로의 정체성은 유지하며 생각을 교환하고 변화해가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제작한 여러 종의 동물들은 마치 주변의 색을 흡수한 것처럼 여러 색의 띠로 이루어져 있거나 점차 색이 변화해가는 양상을 띠고 있는데요. 이렇게 표현된 동물들이 주변 환경 또는 사람들에 의해 점차 물들어가는 인간의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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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 <외로움을 찾다>

최은진 작가는 초식동물(양, 염소, 라마, 알파카, 토끼)이 가지는 이미지를 통해 현대인의 삶을 형상화합니다. 현대인은 지나친 탐욕으로 인해 제한된 삶을 살고 있는데요 이 속에서 잃어버린 본성과 의욕을 상실한 모습을 인간에 의해 길들여져 가축화된 초식동물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작품 <외로움을 찾다>는 동물의 귀를 달고 있는 인간의 모습이 눈을 감은 채 수동적인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작품이 올려진 나무틀은 쇠창살이 달린 감옥처럼 보이며 그 틈새로 삐져나온 손에서 갖혀있는 상태의 인간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데요, 이 상태를 벗어나려는 의지가 없어 보이는 표정과 손의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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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_정준영 <animal lamp>, <stool lamp>

정준영 작가는 여행과 생활에서 얻게 된 이미지를 추상적 사고를 통해 공예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도자는 실제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의 기억들과 감정들은 실생활에 고스란히 활용되는 가치를 가지게 됩니다.
작가가 경험했던 기억 속에 존재하는 동물들을 다채로운 색상의 도자램프로 재탄생 시켰는데, 머리 또는 꼬리를 전구로 대체해서 실제 전구로 사용할 수 있게끔 만들었습니다.
무심히 만든 듯하지만 손맛이 묻어나는 동물 형상들은 화사한 색감 덕분에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적합해 보입니다. <stool lamp>역시 램프와 의자 두 용도로 모두 사용할 수 있어 보입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로 보아 따뜻하고 기분 좋은 기억들에서 느낀 감정을 담아냈다고 짐작해봅니다.


우_최호준 <파랑새>

최호준 작가는 과거의 기억 그 속에 내재된 형상들을 가장 원초적인 흙을 이용해 이미지화 합니다. 옛 기억을 되새기게 하는 이 과정은 힘겨운 삶으로 인해 메마른 감성을 꽃피우게 하는 에너지가 됩니다. 작품 <파랑새>는 작가 본인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의 감성을 기억하고자 하는 의도가 묻어 있습니다. 한 방향을 향해 무리지어 있는 새들은 행복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중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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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민 <중첩된 기억>

신승민 작가는 유년시절의 기억을 주제로 작업합니다. 기억 속에서 상징적 혹은 은유적으로 나타나는 특정사물(인물, 동물)을 형상화 하는데, 이 과거의 기억들은 이미 지나간 일회적인 경험이 아니라 현재의 삶과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의미를 형성해 가는 역동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얀 바탕에 그려진 재미있는 드로잉들과 작은 사람모양의 도자인형들이 보이는데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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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훈<golden diaper>

조광훈 작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자신과 현대인의 초상을 미숙한 아이들의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불안정하고 미완성적인 그러나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아이들은 욕망과 불안 속에 살아가는 지금의 젊은 세대의 모습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얼굴도 옷도 모두 새하얗게 표현된 아이들은 높은 현실의 벽 앞에 무기력한,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처럼 희미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작품을 감상하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 자신 그리고 우리들의 불안함, 고민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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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Harmony with nature>

김연수 작가는 “관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전통과 현대, 과거와 미래, 즉 전통적인 문화의 뿌리와 현재의 문화 그리고 지식을 결합시킨 본인만의 독자적인 미의식을 주제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작품의 형태는 단순한 기, 항아리로 보이고 표면의 장식은 화장토를 이용 전통기법을 재현한 듯 보입니다. 그러나 표면의 드로잉에서 보이는 생략되고 언뜻 해학적이기까지 한 인물의 표현은 감각적이며 현대적인 작가의 감성이 고스란히 묻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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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미 <soul mate>

하성미 작가는 작업을 통해 사람들과 무언가를 공유하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고자 합니다. 작품 소울 메이트는 작가 본인의 확장된 표현이면서 다른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는 역할을 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작품의 몸은 동물이고 머리는 사람으로 표현되어 있는데요 밝은 표정과 둥그스름한 형태, 왜곡된 신체표현 등 재미있는 요소가 많은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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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백승주<A drop of tear>

백승주 작가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학대 받고 버려지거나 사람들의 욕심으로 인해 희생당하는 수많은 동물들의 생명과 그 존엄성은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나 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A drop of tear>는  화장품의 안전성 평가를 위해 실험당하는 토끼와 토끼가 흘린 눈물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단순히 귀엽게만 보이는 토끼였는데 그 눈물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보면서 인간의 욕심이 얼마나 무서운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는데요 그중 일부만 소개해드리게 되어서 정말 아쉽습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이렇게 짧게나마 보고 느끼고 즐기기를 바랍니다.

 밀알 미술관에서는 재능 있는 작가들의 발굴과 좋은 작품을 소개하기 위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전시를 준비 중인 밀알 미술관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 가능하며 주말에도 개관하니 많은 방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