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지슈토브 보디츠코:기구, 기념비, 프로젝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실 5,7및 복도공간

2017. 7. 5 - 10. 9

"나는 사진가이며, 산업 디자이너이며, 미디어 아티스트이며, 비평가이며, 역사가이고, 철학자이면서, 정치가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그중 하나는 아닙니다."

<크지슈토프 보디츠코: 기구, 기념비, 프로젝션>은 디자인, 건축, 미디어,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창작자이자 연구자인 보디츠코의 예술적 궤적을 소개한다. 전시의 부제인 '기구, 기념비, 프로젝션'은 작가의 주요 활동을 묶어주면서, 시기별 변화과정을 보여준다. 전시실 5에서는 1960년대 후반 폴란드에서 제작한 기구와 설치 작품을 비롯하여, 1980년대 이후 제작된 다양한 기념비적 프로젝션과 사회적 문제에 의문을 제기하는 디자인 작품들, 전쟁의 참혹상과 관련된 연작들이 소개된다. 사회 내의 자유와 통제, 자본주의화 된 사회에 대한 비판, 이민자 및 노숙자에 대한 차별과 비인간적인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 전쟁의 폐지를 외치는 작가의 목소리 등을 담은 작품도 이어서 소개된다. 전시실 7에서는 한국 사회를 소재로 한 신작 <나의 소원>(2017)과 그 제작 과정, 관련자료가 소개된다.

 1943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태어난 보디츠코는 바르샤바 예술대학을 졸업했다. 1968년부터 Unitra 등에서 산업 디자이너로 근무하는 한편 실험적인 예술 공간에서 <개인적 도구>(1969), <수레>(1971-73) 등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1977년 레지던시 참여를 계기로 캐나다로 이주, 1980년대에서 뉴욕, 슈투트가르트, 카셀 등에서 강력한 사회비판적 메세지를 던지는 야외 프로젝션을 연이어 발표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관 프로젝션>(1985), <베니스 프로젝션>(1986), <노숙자 프로젝션>(1986/87) 등이 대표작이다. 1986년 뉴욕으로 이주한 후 <노숙자 수레>(1988-89), <자율 방범차>(1991) 등 사회 내에서 소외되고 배제된 사람들의 존재를 드러내는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1990년대 초반 유럽, 외국인에 대한 차별 속에서 자유롭게 발언하도록 도와주는 <외국인 지팡이>(1992), <대변인(마우스피스)>(1993)로 사회 내의 문제점을 공론화했다.

 그에게 '말하기'는 지금까지 이어지는 중요하 요소인데 '말하기'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정당한 지위를 가진 사람들에게 주어진 권리이기 때문이다. 보디츠코의 '기구'는 사회적 차별과 배제에 따라 약자가 된 이들이 자아를 회복하고 타인과의 소통을 적극 시도할 수 있게 한다. 198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공공장소에서의 슬라이드 프로젝션과 1990년대의 비디오 프로젝션은 기념비적인 장소와 동상에 새로운 사회적 의미를 부여한다. 보디츠코는 기념비와 구조물에 '패자'의 비밀스런 전통', 난민, 노숙인, 참전 군인 등 사회적 발언의 기회를 잃어버린 이들의 목소리를 찾아준다. 이민자, 특히 난민에 대한 관심은 합법적 체류 허가증이 없는 이민자들과 함꼐한 <미등록 이주노동자>(2006), 시리아 난민과 작업한 <수사관>(2016), <...여기에서 나가: 잠전 군인 프로젝트>(2009)는 참전 군인의 목소리를 담는다. '반전 (Anti-War)'을 넘어 '비-전쟁(Un -War)'을 주장하는 작가의 관심을 볼 수 있다.

<크지슈토프 보디츠코:기구, 기념비, 프로젝션>의 작품들은 그가 던졌던 수많은 질문과 고민, 비판과 반성 끝에 완성되었다. 우리 사화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공공 예술', '사회 개입적 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다. 수십 년간 겪은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한 정치적 상황으로 인하여, 예술 분야에서 정치 ·사회적인 특성에 집중하는 것이 금기시되어 왔는데 이러한 금기가 조금씩 해체되고 있다. 정치적인 예술에 대한 억압으로부터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예술적으로 적절한 시기에 보디츠코의 예술을 만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