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1% 나눔재단 국가무형문화재 지원사업

세대를 잇는 작업 이음전 - 칠공예와 식문화

2017년 11월 20일 (월) ~ 2017년 11월 30일 (목)

10시~19시

국가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 2층

한국 철제 식생활용 공예품의 전통

주경미-문화재전문위원

밥을 주식으로 하는 식생활 문화와 온돌 구조게서 발전한 좌식 생활은 지금까지도 대표적인 한국의 전통 일상생활 문화로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한국의 전통 가옥 구조에서 온돌과 밥 짓기를 담당했던 가장 중요한 생활 도구는 바로 아궁이 위에 걸려 있던 가마솥이다. 무쇠, 즉 철로 만든 가마솥은 오돌에 불을 땔 때에, 더운 물을 끓일 수도 있고, 밥을 짓거나 요리를 하는 데에 사용 할 수도 있는 다양한 용도를 가지고 있어서, 한국의 전통 생활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일상용 금속공예품이었다.

철은 지구상에서 가장 흔하고 유용하지만, 상당히 다루기 어려운 금속이다. 철은 청동이나 금, 은에 비해서 녹는 온도가 상당히 높으며, 공기 중에서 쉽게 산화하여 색이 변하고 녹이 슬기 쉽기 때문에, 다른 금속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갑싼 금속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다양한 성형이 가능하고 단단하며, 지구상의 유존량이 상당히 많은 철의 이용 기술이 발전하지 못했다면, 인류는 지금과 같이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는 고도의 현대 문며을 이룩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한반도의 식생활 문화에서 철제 취사도구와 강철제 도구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대체로 기원전 2세기경 즈음부터 이다. 20세기 중한 경 전기와 석유 산업을 기반으로 발전한 플라스틱과 반도체라는 산물질이 대량생산되기 시작하면서, 인류는 석유와 플라스틱의 신문명 단계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도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는 2천여년 이상 이어진 철기 문명 단계의 전통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중략)

한반도에서 강철을 이용한 공예품의 제작은 대체로 기원전 2-1세기경부터 널리 확산되기 시작했는데, 아직까지 초기 철기의 제작 기술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밝혀지지 않았다.(중략)

철 생간과 철기 제작의 분업화 현상은 조선시대가 되면 훨씬 체계적으로 발전하여, 철의 생산은 국가에서 관리하는 "철장"에서 이루어지고, 철기의 생산은 주로 주장, 수철장, 야장, 연장 등과 같은 특화된 기술을 가진 전문 장인들이 담당했던 것으로 보인다.(중략)

야장과 수철장은 현대까지도 일부 지역에서 그 명맥이 유지되어 왔다. 철을 망치로 두드려서 각종 단조 기물을 제작하는 야장은 대장간을 운영하는 장인들이다. 야장에 해당하는 무형문화재는 현재,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제 13호 <야장>과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 41호 <대장장> 등 두 지역의 지방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수철장에 해당하는 기능을 가진 전통 장인은 현재 제주도 무형문화재 제 7호 <독수리 불미공예>와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 45호 <주물장> 등 두 지역에서 지방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독수리 불미공예는 서귀포의 윤문수 장인이 보유자로 지정되어 있는데, 국내에서 유일하게 흙으로 만든 전통식 거푸집을 사용하여 가마솥과 ㅗ습을 제작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의 철기 줌ㄹ 생간 기술은 토제 거푸집의 제작에서부터 가마 쌓기와 주물 붓기 등과 같이 현재 남아 있는 주물 철기 제작 기술 중이서도 가장 전통적인 방식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매우 중요하다.

현재 4대에 걸쳐 100년간 경기도 지역의 전통 철기 주물 생산 방식을 보존해오고 있는 경기도 주물장은 안성에서 안성주물을 운영하는 김종훈 장인이 보유자이다. 안성의 주물장은 경기도 지역의 전통 철기 주조기법으로 무쇠솥과 같은 전통 양식의 기물들을 주로 제작하고 있어서 사라져가는 한국의 전통 철제 식생활용 공예품 제작 기술의 보존과 계승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오고 있다. 다만 경기도 주물장의 경우에는 전통적인 토제 거푸집 대신 근대기에 변화된 모래주물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서, 거푸집의 제작에 있어서는 다소 현대화된 부분이 있다. 안성 주물에서 제작하는 솥들은 부뚜막에 올리는 전통적인 가마솥 형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나, 현대에서의 주거 생활양식의 변화와 함께 솥의 크기는 소형화되고 있으며 제작하는 기물도 솥뿐만 아니라 현대인들의 식생활 및 주거생활에 맞추어 다양화되고 있다.

(중략)

현대 한국 사회에서는 주거공간의 변화 및 식생활 환경의 변화로 인하여 식생활을 비롯한 전통 생활 문화는 대부분 사라졌다. 전통 가옥의 온돌과 가마솥 구조 대신 전기 및 가스렌지와 전자동 기계식 밥솥이 등장하고, 밥 대진 빵을 중심으로 하는 서양식 식생활 문화가 유행하면서, 전통 철제 식생활용 공예품들은 현대 한국인의 생활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그러나, 밥과 온돌 문화를 사랑하는 한국 전통식 생활 문화가 현대 사회에서도 유지되는 한, 이러한 전통 철제 공예품들과 취사도구들의 문화적 기능과 역사적 의미는 현대 사회에서도 새롭게 계승될 수 있다.

<2017년 세대를 잇는 작업 이음전> 도록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