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혜주 개인전

'도시와 정원'

Opening 11.22 5pm

Opening hours_
Tuesday to Saturday_11:00am - 6:00pm
Sunday and Public Holidays _12:00 - 6:00pm
Closed on Mondays.

서울시 서초구 방배본동 13-6 B1.갤러리 아트컴퍼니 긱

<도시와 정원> 전시에 붙이는 말

작업실의 작은 창문 밖으로 맞은편 집의 정원이 보인다.
높은 담장 때문에 밖에서는 전혀 그 존재를 알 수조차 없는,
그 집 주인만을 위한 비밀 정원을 매일 훔쳐보게 되었다.
가꾸는 것인지 버려진 것인지 알 수 없는
지저분한 생기로 가득한 정원을 매일 관찰하며
마주친 적 없는 주인이 정원을 가꾸는 모습을 상상하였다.

프랑스의 작가 미셸 깽의 저서 「처절한 정원」에서는 말한다.
인생이란, 자신만의 처절한 정원에서 붉은 석류꽃을 찾아내는 과정이라고.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정원을 가꾸고 있다.
마음의 정원을 가꾸는 일이던, 집 안의 작은 뜰을 가꾸는 일이던, 자신의 식탁이나 찬장을 채우는 일이던, 어떠한 형식의 정원을 가꾸는 일에는 상당한 노동의 과정이 필요하다.
나는 매일 반복되는 나의 흙 노동을 정원을 가꾸는 행위에 빗대어 이번 전시를 기획하였다.

전시를 통해 선보이는 나의 정원은 잘 꾸며진 정원이 아니다.
나는 제멋대로 방치된 도시의 그늘에서 발견한 활기의 흔적들에 정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작품의 소재는 버려진 것들에서 출발하였고
손으로 한 줄 한 줄 빚어내는 오랜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복제되어 태어나 더는 쓸모없어진 것들을, 가장 긴 노동의 방식으로.
그렇게 무심하게 흐드러진 도시의 죽음을 빚어내었다.
내가 살기 위해 빚어내었다.

담장 안 당신의 정원을 훔쳐보는 나는 묻고 싶다.
당신은 인생의 석류꽃을 기어이 발견해 내었느냐고,
그 석류꽃은 대체 어떤 모양새를 하고 있느냐고.